오키의 노래 303

새들은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는 그쳤지만 해는 좀 느지막이 나왔다. 간밤에 부슬부슬 거리는 비를 맞으며 멧돼지가 들어와 차밭골에서 뻗어가는 호박넝쿨을 뭉개고 파헤쳐 땅속 지렁이를 먹고 갔다며 도키가 호박 줄기와 잎을 끊어 왔다. 멧돼지는 지금 당장 배부르면 되고 이다음은 없기에 인정사정 없이 짓밟아 놓았다. 다시 예전처럼 복원은 안되지만 자연에 가장 가깝다고 맛있게 먹고 가니 새들이 먹을 것이 좀 줄어들었을 것이다. 흰배지빠귀 새도 지렁이를 좋아해서 간혹 차밭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는데... 일반 배인데 비료 퇴비와 솎아주기를 하지 않으면 돌배 크기처럼 작다. 이제 막 단맛이 도는지 물까치가 노린다. 여러 해 지켜보니 그래도 물까치가 양심은 조금 있는지 이것 조금 저것 마구 쪼아대지 않고 하나 파먹고 배..

오키의 노래 2020.07.16

바코드가 없는

오늘도 회색빛 하늘 아래 도키가 빗방울이 가늘 땐 뜰 마트에서 장을 봐줘서 편하게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함께 보냈다. 참 나리꽃 피기 전 호박 암꽃 박 넝쿨 호박넝쿨과 박 넝쿨이 사이좋게 쭉쭉 뻗어 나간다. 호박꽃은 수꽃으로 뜰에서 장본 것들은 바코드가 없는 식품 참새떼가 비 맞고서 놀러 왔다가 물까치 소리에 달아난다. -김형석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에서

오키의 노래 2020.07.15

꽉 막혀도

이틀 넘게 집중호우가 동반된 내린 장맛비가 내렸다가 주춤하다 또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아침부터 비를 흠뻑 맞으며 전깃줄에 앉아 감상에 젖은 다정한 한 쌍의 비둘기가 반갑다. 제목부터 시선을 확 끌어당겨서 ​이번 주는 빗소리와 함께 오키가 도키에게 읽어 주는 책이다. 집중호우로 개울에 묻어 둔 호수에 모래가 꽉 막혔는지 물이 나오지 않는다. 때론 이런 상황으로 모래와 자갈이 위쪽 계곡에서부터 계속 흘러 내려오면 퍼내어 흙이 부족한 곳을 메우는 데 사용한다. 꽉 막힌 물이 뚫리듯이 계속되는 불행은 없다. 코로나 19로 생활 속 거리두기 등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는데 누구에게나 다 맞는 코로나 백신의 발명에 응원을 보탠다.

오키의 노래 2020.07.14

보기만 해도 기운이 나는

휴일인 오늘 장맛비가 내리려고 아침부터 하늘빛이 회색이다. 도키는 비 떨어지기 전에 엷은 빛깔의 붉은색이 도는 복숭아 세 개와 까칠까칠 가시가 돋은 오이 한 개를 따 왔다. 기운이 나는 여름 과일과 채소다. ​ 여름철 과일은 몸에 부족한 수분을 채워주고 피로를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과육에는 수분, 비타민, 미네랄이 많고, 껍질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풍부하단다. ​ 매실은 과일보다는 약재로 인식되어 가정의 천연 상비약으로 불린다. 유기산이 풍부해 에너지 대사에 도움을 주고 피로물질인 젖산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매실에 있는 피 크리산 성분이 해독작용을 해서 배탈이나 식중독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매실은 사과보다 칼슘과 철분이 2배, 칼륨은 2.5배 이상 들어있어 혈관을 튼..

오키의 노래 2020.07.12

때론 보약

간밤에 우리 고장에도 천둥,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내렸는데 피해를 낼 정도로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전에 개이고 점심 무렵엔 볕이 나서 수분을 많이 머금은 여름채소와 새잎이 돋아나는 나무에게는 보약 같은 비라고 할 수 있겠다. ​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지위나 돈, 재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 - 법정, 영원한 것은 없다 봄날에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이끼를 다져주기

오키의 노래 2020.07.10

지금부턴 애호박이다

내일까지 빌린 도서가 3주째로 반납일이다. 오늘 밤부터 장맛비가 많이 내린다고 하여 도키의 낮잠도 뒤로 미루고 읍내 도서관에 다녀왔다. 가는 도중 비를 만났지만 거센 빗줄기가 아니어서 잘 다녀왔다 싶다. 내일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면 된다. 늦은 봄 녹차 씨앗을 묻어 둔 곳에 장마철을 맞아 가지런히 올라왔다. 녹차 씨앗을 지난가을에 심어도 이른 봄에 심어도 늦은 봄에 심어도 싹 틔우고 잎이 나오는 시기는 장마철이다. 민달팽이 민달팽이가 무얼 먹고 사는지 궁금했는데 장마철 습한 기온으로 땅에서 올라온 독버섯을 야금야금 먹는다. 지금부턴 애호박이 나올 때다. - 법정『좋은 말씀』중에서

오키의 노래 2020.07.09

득이 되는

호박 줄기 넝쿨이 쭉쭉 뻗어나가 먹을 게 많이 나온다. 호박잎만 쌈으로 먹는 줄만 알았다가 알고 보니 기다란 수염이 더 좋다고 수염만 파는 사이트도 있길래 저런 것도 먹어도 되는구나 해서 데쳐서 찌개에 넣고 먹는다. 동남아에서는 샤부샤부 요리에 호박꽃을 넣길래 우리는 호박꽃은 전으로 부쳐먹고 요즘 무렵에는 호박잎만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 사람아 줄기를 먹어야 진짜라며 아는 형님은 줄기를 먹고 잎은 안 먹는다"라고 하여 줄기를 살짝 데쳐 볶아 먹어도 되는 걸 배웠다. 시골살이에서 생각을 바꿔 ​호박 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걸 알고 먹으니 다른 채소를 굳이 많이 가꾸지 않고 살아도 되더라. ​ 뜨거운 태양 아래 이것저것 가꾸는데 시간을 내기보다 도키에게 좋은 책 읽어 주는 시간을..

오키의 노래 2020.07.06

맑은 가난은...

장맛비 그치고 어제는 맑은 날씨 속에 낮 한때 햇볕도 나왔다가 먹구름이 고개를 들더니 오늘은 그 여파로 흐리고 선선하다. 요즘은 저절로 자란 소나무들 전지 하기 어제부터는 생명의 순환으로 딱새, 박새, 휘파람새 등 작은 새들의 새끼들이 다 떠나간 공간은 제법 덩치가 큰 물까치와 종달새의 가족들이 차지하고 있다. 좀 더 데리고 놀다가 다 독립시킬 것이기에 목소리도 큰 새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데 제일 극성스러운 소리를 내는 것은 물 까치들이다. 전깃줄에 앉아 수컷 딱새가 "우리 새끼들 빨리 독립시키길 잘했다고 지켜본다. 큰 새들 노는 것 보니... " 물까치 새 ​종달새 흰배지빠귀 새는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완전 텃새로서 자리 잡고 살아갈 참이다.

오키의 노래 2020.07.02

잘 가라는 인사!

올해 상반기도 30여 시간을 남겨 놓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저마다 꽃들이 피고 지고, 크고 작은 나무에 새순이 올라와 미쳐 떨어트리지 못한 묵은 잎사귀마저 떨궈내어서 새잎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꽃향기, 흙 내음, 풀 내음을 맡으며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새들이 짝을 찾아 둥지를 알을 낳고 보살피고 키우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우리 뜰 안의 생태환경이 참으로 고맙다. 말벌집 딱새 둥지에서 떨어져 나온 배설물로 아기 딱새들의 난 자리를 느낀다. ​ 어제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는 한낮에 수컷 딱새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키가 "또 짝짓기 하려나? 이 더위에 새끼를 낳아서 어쩌려고..." 오키 생각엔 암컷 딱새가 아기들을 데리고 다 떠난다고 모두 잘 가라고..

오키의 노래 2020.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