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의 노래 303

불편한 진실

어제까지 내린 긴 장맛비가 그칠 기미가 보인다. 거미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커다란 거미줄을 쳐 놓고 기다리고. ​ 말매미도 긴 장마에 이상한 곳에서 부화하여 얼른 나무 곁으로 가 목청껏 울고 싶은데 맘과 몸이 따로 논다. 짙은 구름 사이로 옅은 해가 살짝 보이는 아침 긴 장마에 나무들도 힘들었다고 남은 계절만이라도 제대로 살고자 푸른 나뭇잎을 떨구어 내니 마당만 보면 초가을이 된 느낌이다. 오후가 되어서야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나와 모두 다 고생들 많았다고... 유종반의《 때를 알다 해를 살다 》에서

오키의 노래 2020.08.13

태풍 지나가다

예쁜 꽃 이름을 단 태풍 장미가 온다는 소식에 엊저녁부터 시작된 비가 오후 남해안으로 지나갔는데 바람은 없이 비만 쏟아주고 가서 그나마 참 다행이다. 이젠 뜨거운 무더위가 그리워져 시 하나 옮겨 본다. - 여름 - 여름은 생명을 키우는 계절 뜨거운 햇볕이 키우게 하고 세찬 비바람이 키우게 하고 숨 막히는 무더위가 키우게 하지요 자연은 온몸으로 여름 맞지요 뜨거운 햇볕을 반가워하고 세찬 비바람과 하나 되어 숨 막히는 무더위를 즐기지요 더운 여름은 있어야 하지요 여름은 여름다워야 하지요 그래야 열매를 제대로 키우고 그래야 열매가 알차게 여물지요

오키의 노래 2020.08.10

두꺼비를 보다

새벽에 뒷집으로 택배차가 올라가더란다. 화개장터에 물이 빠져서 이제는 차가 운행되는 것 같단다. ​ 아침 늦게 해가 나와서 그동안 습한 것들 말리게 오늘은 볕이 좀 쨍쨍하겠구나 정오에 한차례 소나기 지나가니 물기가 바짝 마를 시간이 없다. 가지가 있는 밭에 두꺼비가 나타났다. 두꺼비는 징그럽다는 느낌보다 이름만 들어도 기분은 좋다. 두꺼비는 재복과 지혜로움을 상징하기도 한단다. 도키가 먼저 발견하고 부엌에서 일하는 나에게 두꺼비가 있다며 나와보라고 해서 갔더니 큰 개구리보다는 좀 더 컸다. 몹시 큰 늙은 두꺼비를 본 후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했는데 오늘 우리가 만난 두꺼비는 처음 본다. 개구리는 다리가 길지만 두꺼비는 몸에 돌기가 있고 앞다리는 짧고 뒷다리는 길다. 모기, 파리, 지렁이를 먹고 습한 곳에..

오키의 노래 2020.08.09

큰비 피해 없음에 감사

집중호우를 퍼붓는 장맛비였다. 뒷마당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수챗구멍을 막지 못하게 자주 내다보며 치워줘야 해서 한밤중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도키는 더 긴장한다. 개울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면 플래시를 들고 가 개울물 수위도 살펴야 한다. ​ 어젯밤에도 천둥을 동반한 장대비가 내렸다. 긴 장마에 이미 많은 화개동천의 물과 섬진강에 물이 흘러가는데 집중호우로 다시 화개동천이 불어나고 섬진강이 불어나 화개장터가 침수되었다.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사이렌 소리와 안내방송이 자주 나왔다. ​ 화개동천의 물소리가 앞마당에서도 들린다. 태풍 피해도 아니고 장맛비에 화개장터가 잠길 줄은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장대비는 오늘도 계속되어 상류 계곡물부터 쉽게 빠질 줄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잠깐 비가 그쳐 다행이다. 한밤..

오키의 노래 2020.08.08

입추지만

오늘은 입추로 여름이 지나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이지만 장맛비가 그칠 줄 모른다. 때론 집중호우로 때론 가랑비로 때론 쉴 새 없이 주룩주룩 내린다. 간혹 내리던 비가 멈추면 기회다 싶어 개울에서 방 닦은 걸레를 빨고 온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도 멧돼지가 들어왔는데 또다시 덮어 놓은 소쿠리를 또 들춰서 먹으니 도저히 당할 도리가 없다. 작은 멧돼지만 들어올 때도 있고 큰 멧돼지만 들어올 때도 있다가 이젠 한 마리가 아니라 무리 지어 다니니... 밤에 도키가 마당에 나섰다가 꿀꿀 소리를 듣고 쾅쾅 쫓는 소리를 두들겨 내니 놀래서 돌담 위를 훌쩍 뛰어 도망가더란다. 아침에 높은 데서 떨어져 죽었나 싶어 확인을 해보면 살아서 잘 도망쳤단다. ​ 멧돼지가 먹고선 마음 편하게 똥도 누는데 똥 무더기를 발견하고 살펴보..

오키의 노래 2020.08.07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백일홍이 피어나는 한 여름이지만 장마가 길어져 팔월로 접어들어도 비는 자주 내린다. 오늘도 비가 내려... 예년 같으면 한창 여름 휴가철로 계곡마다 북적북적할 시기다. 딸들의 여름휴가는 다행히 아직 시작을 안 해서 무더위를 집에서 보냈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1일은 도키의 진갑(만 61세 생일)이라고 딸들이 근무를 마치고 오느라 금요일 밤에 도착하여 주말과 휴일을 함께 보냈다.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소나기도 내려 재난 지원금으로 남해에서 건어물을 살겸 상주해수욕장으로 드라이브를 나서 봤는데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곧장 돌아서 나왔다. 휴가객들이 북적거리면서 코로나 19 생활 속거리두기를 잘 지키지 않고 있어 바닷바람도 쐬지 못하고 말았다. 긴 장마로 물까치떼들이 다른 고장 투어를 미루고 (블루베리가 있는..

오키의 노래 2020.08.05

요정이 들려주는 행복 비결

며칠간 계속 내린 비가 휴일인 오늘은 먹구름이 걷히고 하늘에 짙 푸른 바다가 나타났다. 간간이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잠자리 몇 마리가 공중을 날아다닌다. 밤비를 맞으며 먹이를 찾아 나섰던 아기 멧돼지의 흔적을 찾았는데 아직은 입맛에 안 맞는지 먹다 말았다. 주말 오후 밖에는 비 PC로 피노키오 영화를 보았다. 가물가물한 옛 동화를 영화를 보니 또렷하게 다가오는데 사람이 되는 피노키오에게 요정이 하는 말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인듯하다. 중복인 휴일 햇빛이 짠하고 나와서 반가워 빨래를 널어놓고 찰칵찰칵

오키의 노래 2020.07.26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달도 중반을 넘어섰고 여름도 어느새 절반을 훌쩍 지나 장마철만 지나면 무더위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어제는 점심을 먹다 말고 받은 한 통의 전화 "누나 차 마시러 얼굴 좀 보러 갈게요" "오잉! 지금 어딘데?" 일행과 화개장터에 왔고 점심은 먹었다고 한다. 차가 두 대란다. 몇 사람이 오는 지도 모르고 우린 지금 점심 식사 중이니까 다른 곳을 더 구경하고 오라고 했다. 갑자기 많은 사람이 온다니 비설거지한다고 아침에 딴 오이와 풋고추 며칠 전 딴 복숭아 이것으로... 오키와 도키의 손님맞이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한다. 남동생은 올 한 해만 세종시청에 근무 중이어서 그곳에서 오는지 묻지를 않아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할까? 벗어야 할까? 읍내 외출 시에..

오키의 노래 2020.07.19

밤새 홀로 피어

도키가 아침에 뜰을 거닐다 바자작 소리가 나서 발아래를 살펴봤더니 집 달팽이가 짓밟혀 뭉개졌다. 일부러 그러려고 하였던게 아니고 땅 색깔과 집 달팽이의 색깔이 비슷해서 미쳐 발견하지 못해 실수를 해버렸다. 껍데기 없는 민달팽이는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집이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집이 없기에 민달팽이는 가는 곳이 집이 된다고. 그러고 보니 여름철에 만나는 ​민달팽이는 오히려 집이 없어도 우리한테 잘 안 밟힌 것 같다. 우리 사람도 집이 있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집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고 구속이 될 수도 있는데 달팽이의 삶도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인가? 박꽃은 호박꽃과 반대로 해지고 나면 초저녁에 핀다. 뜰 앞에 바로 있어서 눈여겨보지만 일부러 박꽃을 보려고 저녁밥 먹다 말고 꽃 좀 보..

오키의 노래 2020.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