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의 노래 303

애정을 담아 손주 봐주기

애정과 진심과 존경을 표현해야 할 일이 많은 달 오월이 되었다.산과 들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고바람에 송홧가루가 날려오고 봄의 계절이 끝나기도 하는 달이다.​ 근로자의 날에는 작은딸 집에서228일째인 새복이와 297일째인 토복이가5일 만에 다시 만나서 놀았다고 한다.아기들은 며칠만 안 봐도 훌쩍 자란다.살도 통통하게 올라 덩치도 커지고시시하던 장난감이 다시 새로워진 듯하고부모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고 싶어하고부모가 잠시 한 눈 파는 사이 쿵 넘어지기도 하고 짚고 일어서다 부딪혀 다치기도 한다.      작은딸은 혼자서 아기를 보다가 밀린 설거지를 해야 하거나 아침밥도 건너뛰고 점심을 먹어야 할 때화장실에서 시간을 오래 잡아먹을 때는급하게 SOS를 쳐 오면 영상으로손주를 봐 주기도 한다.우리 부부는 점심 식사..

오키의 노래 2024.05.02

벚꽃이 핀다

자연은 사람의 바람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기온과 날씨의 변화에 제철에 꽃을 피우고 풀도 올라온다. 기다리던 벚꽃이 이제서야 피기 시작한다. 봄의 시작이 너무 따듯하여 매화꽃이 일찍 피자 벚꽃도 일찍 개화할 줄 알고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우리 고장에도 벚꽃축제가 열렸었다. 벚꽃축제 기간을 잘못 맞추어 벚꽃이 지는 경우에 축제를 한 적도 있었지만 올해처럼 벚꽃이 피지 않은 축제는 처음인 듯하다. 지난가을부터 잦은 비가 겨울과 봄에도 계속 이어졌고 꽃샘추위도 한몫을 하여 벚꽃의 개화시기를 늦추었다. 여러 가지 말 못 할 사연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지 못하고 성인으로 장성하고서야 지난 금요일 처음 이모집을 방문한 조카에게 우리 고장의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벚꽃이 피질 않아..

오키의 노래 2024.03.27

활짝 핀 물앵두꽃

봄이 앞다투어 다가왔어도 살랑살랑 넘실거리며 부는 따듯한 봄바람이 내 곁을 스쳐도 집안에 들어앉아 있으면 알 수 없다. 나는 시골살이 하는 아낙이어서 봄날 흙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들을 바라보고 연한 봄나물을 캐고 나무에 가까이 다가간다. 2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한 매화꽃은 일부는 다 졌고 현재 계속 지고 있다. 너무 일찍 펴서 꽃샘추위에 얼었다가 풀린 탓에 매화꽃이 예년만큼은 화려하지 않은 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낮 기온이 높아져 사나흘 만에 활짝 핀 물앵두꽃에 꽃벌들이 향긋한 꽃향기를 맡고서 겨우내 어디 숨어있다가 날아오는지 붕붕거리며 달달한 꽃술을 빨아먹고 행복해하며 춤춘다.

오키의 노래 2024.03.18

봄바람 타고 오는 행복

지난겨울은 강추위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겨울 추위답지 않게 너무 따듯하여 비가 잦았다. 1월에는 서울에 사시는 남편의 삼촌 두 분이 열흘 간격으로 돌아가셔서 남편은 문상을 연달아 다녀와야 했다. 먼저 돌아가신 작은 삼촌께서 형님을 데리고 가셨는데 두 분 다 한파를 피해 따듯한 날에 돌아가셔서 조카의 마지막 배웅도 받으셨다. ​ 2월은 큰 추위가 물러가고 수도가 얼어터지는 일이 드물어 며칠씩 집을 비워도 걱정이 덜 되기에 두 번의 부산 나들이를 할 기회가 생겨 행복한 일탈을 하기도 하였다. ​ 어느덧 겨울을 다 보내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의 본질은 뭔가를 위해 '일하는' 것, '뭔가를 기르는' 것에 있다. 사랑과 노동은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힘들..

오키의 노래 2024.03.08

지금 바로 시작하라

동지를 기점으로 해는 다시 춘분을 향하여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한 주는 강추위가 물러난 후 찬서리가 내려 다시 포근해진 겨울날이다. ​ 어제 오후부터 천천히 내린 비가 마지막 날인 오늘 오전까지 이어져 흐리다. ​ 하루의 책 읽기는 긴장하지 않는 삶을 만들어 준다. 겨울엔 따듯하게 자야 한다며 날마다 불을 때면서 가만히 있으면 몸이 춥지만 주변에 나뭇잎, 나뭇가지 주워오고 쟁여 놓은 나무를 톱질하면서 몸을 적당히 움직여야 몸도 풀리고 추위도 사라진다. ​ 도대체 둘이서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묻지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쟁할 일도 없어 짜증 낼 일이 없는 외향보다 내향으로 가는 삶을 택하고 있다. 이런 삶을 또 누군가는 꿈꿀지도 모른다. 우리 부부의 오전 루틴 중 한 가지..

오키의 노래 2023.12.31

남는 것?

-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 《데일리 필로소피》에서 겨울 속에 따스한 봄날처럼 기온이 높아가 비가 추적추적 여름인 듯이 많이 내리더니 북극발 한파로 매서운 강추위가 찾아와 사나흘 머물다 물러나고 어제 오후부터 차츰 풀려서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라고 오늘 아침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설경으로 맞았다. 날이 너무너무 따스할 때는 겨울 안개가 피어올랐다. 어제는 강추위가 물러나려고 하늘에 용구름이 나타났다.

오키의 노래 2023.12.24

겨울비야? 봄비야?

봄여름 가을을 훌쩍 보내고 두툼했던 달력도 다 뜯기고 달랑 한 장으로 남았는데 그것도 잠깐이면 또 새 달력이 걸리게 된다. 태어난 생명은 예외 없이 죽음을 달고 산다. 나와 남편도 해가 갈수록 인생은 짧아지고 시간과 힘도 한정돼 있다. ​ ​ "우리의 행복이 주머니에 무엇이 들어 있냐 하는 것보다는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 "먹은 것이 육체가 되고 읽은 것이 정신이 되어 현재의 자신이 된다." ​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교양'을 꼽았는데 사고하는 근육을 키워야 한다며 교양을 쌓기 위한 독서가 가치 있는 이유를 멋지게 설명했다. 지난주 금요일은 날씨가 봄날처럼 포근해서 김장 배추를 뽑았다. 남편은 가을비가 많이 내린 탓에 배추에 벌레가 적게 들어서 ..

오키의 노래 2023.12.12

오물과 거름

한 사람이 일 년에 얼마나 많은 양의 오줌을 누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변기에 소변을 누고서 물과 함께 흘려보내면 그냥 오물이 되지만 농촌 생활을 하면서 비료와 퇴비는 일절 사지 않고 액비를 만들기 위해 남편은 자신의 오줌을 20년이란 기간 동안 꾸준히 모아서 봄가을 채소 거리에만 사용해왔다. 남편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지 않고 본인의 소변만 모으는데 (신약을 먹지 말아야 함) 작은 양동이에 며칠간 소변을 받아서 어느 정도 양이 차면 큰 고무 통으로 옮겨 붓는다. 하동 읍내에서 오래전에 통 2개를 구매할 땐 검은색 고무 통 중에 제일 큰 걸로 골라왔는데 소변을 큰 통에 1년을 모아야 가득 차더란다. 받은 소변은 채소에 바로 사용하면 안 되고 적어도 1년을 숙성시켜서 액비로만 쓴다. ​ 얼마 전 약국에 간..

오키의 노래 2023.11.26

짧아진 가을

어제 오후 비가 한차례 내리고 오늘도 오후부터 비가 조금 내리고 있다. 밤사이 눈도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 해가 갈수록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진 느낌이다. ​ 늦가을 비가 자주 내려서 그런지 낙엽이 되지 못한 나뭇잎은 푸르 팅팅하다. 단풍나무도 고운 빛깔로 물들어 내려오기도 전에 멈추고 억지로 물든 모습으로 서있다. ​ 우리 집 주변에만 그런 줄 알았는데 구례장에 가면서 가로수 나무를 보니 그곳도 여기와 똑같았다.

오키의 노래 2023.11.17

미리 맛 보는 겨울

지난 6일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절기 입동도 지나고 아직 단풍으로 다 물들지 못한 나무도 있는데 오늘은 최저 기온이 영하 1도로 떨어지는 겨울의 추위 맛을 일찍 보여주었다. ​ 아궁이 바닥에 발랐던 흙이 꾸덕꾸덕 말라서 주말부터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남편은 5~6개월은 불때는 소일거리로 찬바람과 추위를 친구 삼아 마당에서 운동이다 생각하면서 몸을 움직여 준다. ​ 요즘 시대는 미술 도구와 재료가 너무나 다양하고 다채롭게 사용하고 있다. 그림은 금방 능숙해지지 않기에 남편은 지금 현재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며 그림의 기본기를 위해서는 선 긋기부터 다시 연습해 본다. 선 긋기를 하면서 조금 지겨웠던지 3대의 얼굴 모습도 살짝 곁들였다.

오키의 노래 202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