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의 노래 303

겨울 채비

요즘 계속 따듯한 기온이 계속되어 봄 날씨로 거슬러 올라간듯하다. 따스한 날씨에 날벌레들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몸집이 큰 물까치들은 먹을 감이 없다고 몸집이 작은 새들이 먹는 열매까지 따 먹더니 며칠째 어디론가 떠나고 없자 작은 새들이 빈 공간을 채운다. ​ 나뭇가지에 붙은 낙엽을 떨구려고 흐리다가 약간의 비가 내리는 주말이다. 남편은 이번 비가 그치고 나면 찬바람이 불어온다고 하여 겨울 채비로 아궁이에 불 땔 준비를 마쳤다. 낙엽 밟는 소리

오키의 노래 2023.11.05

엄마표 단풍 구경

11월로 접어들었지만 며칠째 늦가을의 날씨는 이상 기온으로 아침저녁으로도 그렇게 쌀쌀하지 않고 낮에는 너무 따듯하다. 남편과 나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낮에 바깥에서 햇빛을 받아 가며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보면 몸이 따듯함을 넘어 땀이 날 정도로 더워지기도 하는데 그러면 찬물 샤워가 가능하다. 오늘도 물을 데워서 샤워하는 대신에 낙엽 치우기를 하면서 내 몸을 데우는데 패딩조끼를 껴입고 했더니 엄청 더워서 찬물에 샤워를 하면 추운 게 아니라 시원하였다. ​ 가을은 밤과 낮의 온도 차이가 크게 날수록 단풍 빛깔은 더 곱다. 늦가을에 밤낮의 일교차가 적어서 명산의 단풍이 곱게 물들지 않았는지 아름답고 멋지다는 말이 없는 것 같다. 육아로 고생하는 자식들은 단풍 구경은 엄두도 못 낼 테니 집 뜰에서 만나는 엄마..

오키의 노래 2023.11.03

좋아하는 일

늦가을로 접어들자 산허리쯤 단풍이 내려와 앉았다. 가을의 하늘이 높아 맑고 푸른 하늘을 시샘하듯 하루는 쌀쌀한 아침 공기를 살짝 밀어내고 미세먼지가 찾아와 뿌연 하늘을 보여주었다. ​ 남편은 시골에서 다녔던 중학생 시절 미술부에 들어간 경험을 살려서 그리는데 첫날부터 지우개를 사용하지 않고 크로키 그리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오전에 크게 바쁜 일이 없을 때만 연필을 잡아보고 저녁으로는 유튜브로 크로키 그리기를 며칠째 보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잘 그리는 모습만 봐도 가슴 설레고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 남편은 엄마가 초등 1학년 입학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만약에 엄마가 살아계셨더라면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며 그쪽 방면으로 나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 몇 번 얘기를 꺼낸 적 도 있었다. 그..

오키의 노래 2023.10.29

그림 석 장

마당에 있는 단풍나무에 살짝 물들기 시작한다. ​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백지에 나무 한 그루를 그려놓고 튼튼한 나무의 많은 가지에서 때가 되면 꽃은 핀다며 반복의 힘을 설명했다. ​ 나무가 튼튼하게 뿌리를 곧게 내리려면 좋은 토양과 환경조건 등이 필요하다며 사람도 살아가면서 공부하고 앎이 생겨 지식과 체험과 경험 등 이 뇌에 기억으로 저장된다. 수많은 기억의 가지가 모여 창조라는 꽃이 필 바탕이 되는데 운동, 예술, 문학, 글쓰기 등 은 무수히 많이 반복하는 노력으로 자신만의 창조란 꽃을 피울 수 있다. ​ 도서관에서 빌려온 『인물 크로키의 기본』 화가 세 사람도 매일 100장씩 그리면 한두 장 정도 마음에 들 정도라면서 남편도 노력하면 잘 그려질 수 있을 거라며 희망을 갖는다. ​ 남편은 하필이면..

오키의 노래 2023.10.24

시간이 해결

가을이 깊어 갈수록 해 뜨는 위치가 바뀌어 느지막하게 뜬 해와 함께 쌀쌀한 아침을 맞는다. 지리산 자락의 산꼭대기에서 물든 단풍은 산 아래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가을장마로 수십 그루의 감나무에는 다홍빛을 띤 감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데 병충해에 강한 감나무인지는 몰라도 어린 감나무 한 그루에만 8개의 감이 달려있다. 가을 햇볕이 따사롭게 느껴지던 어느 날 오후 하동읍에 다녀오다가 광양 다압 길로 들어가 보니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있었다. 평일이어서 사람도 없고 우리 부부를 반갑게 기다린듯하여 모처럼 꽃밭 깊숙이 들어갔다. ​ 임신, 출산, 육아로 집에 잘 올 수 없는 자식들과 카톡도 안 하고 영상 통화 대신 음성 통화만 하다 보니 엄마, 아빠 얼굴 잊어 먹겠다며 셀카를 찍어서 보여 달래도 그 얼굴이 ..

오키의 노래 2023.10.22

둘째 외손녀 축! 탄생

9월의 날씨는 아침저녁으로 살랑살랑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 것도 잠시 여름이 되돌아온 듯 더위가 지속하였고 지난주에는 가을장마가 찾아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에다 습도가 높았다. ​ 어둠이 내리는 밤에는 꽁지에 초록불을 단 반딧불이 두 마리가 날아다닌다. 비가 오면 어떡하지 했는데 등딱지가 매끈해서 빗속에서도 춤추는 별 모양의 초록불을 찾을 수 있었다. 개울에 계속 물이 많이 흘러내려간 탓에 다슬기가 적은지 반딧불이의 숫자가 확 줄어들었다. ​ 비가 자주 내려서 가을무와 배추는 어린 속이 벌레에 뜯기고 두더지가 파헤치고 영 신통찮다고 남편은 걱정한다. 어제와 오늘도 간간이 비가 내린다. 이번 비가 그치고 나면 밤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선선해질 것이다. 이달부터 출산 육아 휴직 중인 작은딸은 ..

오키의 노래 2023.09.21

시간의 흐름속에서

아무리 더워도 우리 부부는 같이 자는 습관이 몸에 찰떡같이 붙었다. 한 방에서 잠들기 전 손잡고 서로 큰대자로 누워자다가 처서가 지나자 한밤중에는 선선해져 밀쳤던 이불을 잠결에 손으로 끄집어 덮는다. ​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손녀딸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 오늘은 태어난 지 50일째란다. 8월 중순에 여름 방학이 끝난 사위도 학교 근무에 복귀하고 평일엔 큰 딸 혼자서 육아를 한단다. 직장에 출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육아를 즐겁게 해보려고 나름 노력 중이란다. ​ 어릴 적부터 밤잠이 많았던 큰 딸도 아기가 태어나 초보 엄마가 되면서 밤에 깨어 우는 아기 맘마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는 일로 패턴이 바뀌자 부족한 잠은 낮에 아기가 잘 때 같이 좀 자고 집안일도 한다며... 그냥 저절로 애 엄마가 되는 일이 없다..

오키의 노래 2023.08.28

푹푹 찌는 무더위

한 달 넘게 지속된 장마도 끝이 났지만 곧이어 찾아온 폭염으로 날마다 푹푹 찐다. 한밤중에도 잠잠했던 바람은 새벽녘에야 들어온다. 이상 기온으로 해가 갈수록 여름이 더워져 아침부터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른다. ​ 긴 장마에 비가 많이 내려서 아직은 개울에 흐르는 물은 많다. 에어컨 없는 생활이어서 개울에 몸을 적셔보지만 그때뿐이다. 폭염으로 축 늘어진 채소는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 하는 번거로운 일도 생겼다. ​ 장맛비 마지막 날 멧비둘기가 먹이를 찾으러 날아오다 7월 31일 다섯시 반쯤 잠시 지나가는 비가 내리더니 무지개가 떴다. 올여름 두 번째 뜬 무지개는 짧게 머문 탓에 뚜렷하지 않지만 순간 포착을 잘한 탓에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무지개를 올..

오키의 노래 2023.08.07

아기 얼굴은 천사 얼굴

한 달간이나 지속한 장맛비도 어느새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이틀간 맑은 날씨가 되어 눅눅해진 것은 무조건 햇빛에 말리기를 해 놓고 다시 이어진 장맛비로 집안에 갇힌 휴일이다. 참나리꽃과 흑나비 카톡을 안 하기에... 요즘은 저녁때면 남편과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다. 큰 딸이 산후조리원 생활을 하며 왕초보 엄마로서 아기와 함께 겪어가는 일상의 과정을 기록해 주는데 남편과 함께 손꼽아 기다린다. 7월 10일부터 산후조리원에 보호자 동반이 허락되어 큰사위가 4박 5일을 같이 머물면서 케어를 해주고 먼저 귀가를 하였다. 토복이의 출생신고를 마치고 한 가장으로서의 책임이 더 무거워진 셈이다. 부처님께서도 나쁜 친구는 구하지 말고 무관심한 사람과 함께 살지 말라고 하셨단다. 부부 싸움의 원인은 알고 보면 서..

오키의 노래 2023.07.23

축! 첫 손녀 탄생

비는 인간을 포함하여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하다. 그렇지만 과하지 않게 알맞게만 내려주면 좋겠다는 인간의 욕심도 발동한다. 올해 장마는 천둥소리와 폭우를 동반하였고 땅이 단 하루라도 뽀송뽀송 마를 날 없이 해가 머무르는 시간이 짧고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잦아서 습도도 높다. 그러거나 말거나 날씨에 상관없이 여름철 꽃이 활짝 피어나기도 하고 과실나무에서는 익어가는 과일도 있고 채소도 열매를 맺어준다. 여러 새들도 얼추 새끼들에게 스스로 잡아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자립하게 만든다. 비가 그친 틈틈이 여름을 대표하는 곤충 매미가 땅속 잠에서 깨어나 목청껏 운다. 맑은 날 깨어난 매미소리보다는 못 하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운다. ​ 장마철에 깬 매미 소리 운해 ..

오키의 노래 2023.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