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시냇물 소리

오키Oki 2006. 3. 18. 14:45

한 밤중 잠결에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잠을 깨운다.

어제 하루 봄볕이 나오더니

주말을 맞은 오늘 또 다시 보슬보슬 봄비로 시작되었다.

 

 

 

 

 

 

 

각시야~~

 

잘잘잘잘 졸졸졸졸 시냇물이 흐르는 미나리꽝

봄볕에 미나리를 뜯으러 갔다가 신랑한테 들켰다.

 

불편사항을 호소하니 중간에 널판지를 대어 주어서... ㅎㅎㅎ

물속에 칼을 대면 미나리가 뿌리채 딸려오기도 해서 가위로 바꿨다.

급하면 겉잎을 손으로 똑똑 끊어 온다.

 

 

 

 


 

 


 

 

 

 


 

 

 


 

 


 

 

 

 


 

 

시냇물 소리

 

봄은 물소리와 함께 온다.

시냇물 소리는 땅의 조화를 알린다.

 

나무에 움이 트고,

풀숲이 무성해지면서 사람에게는 한 해의 풍요를 약속해 준다.

 

먼지 겹겹 얼어붙은 바위틈을 누비며 씻어 내리고,

켜켜로 불거진 나무 뿌리를 축여 주며 가로막힌 흙구비를 쪼아 큰 길을 연다.

 

흐르다가 막히면 땅 밑으로 스며 흐르고,

큰 바위가 물길을 가로 막으면 말없이 끄덕이며 돌아서 간다.

 

가파른 길에서는 사정없이 물머리를 내리꽂고 힘차게 달리다가

평평한 길에서는 감으며 풀며 천천히 여유를 부린다.

 

시냇물은 조금도 멈추지 않는다.

10리고 20리고 기어코 가고야 만다.

 

산 속에 내리는 비는 아래로 아래로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흐르는데.

빗물이 찾아든 길은 후미진 골짜기요 오랜 세월 물길로 길들여진 시내가 된다.

 

시냇물은 괜히 흐르는 것이 아니다.

땅을 적셔가고 있는 것이다.

 

목마른 산이며 들판의 갈증을 적셔주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물은 적은 물이 큰 물이 되어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룬다.

 

물은 구름이 되고 공기가 되고 바람이 되고 이슬이 되고

비가 되고 눈이 되었다가 다시 물이 되는 것이다.

 

물은 늘 땅을 적시고,

땅은 늘 물에 젖어 있어야 한다.

 

땅이 젖어 있기 때문에 만물이 생력을 가지고

사람을 비롯하여 동물이며 식물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땅이 마르면 비가 오고,

땅이 너무 젖으면 따가운 햇볕이 땅을 말려준다.

 

- 김동준의 우리 소리의 고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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