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집의 인문 아포리즘『인생의 밑줄』에서 -
오늘을 새로운 여행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어제와 작별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해가 뜬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떠나는 일은 때로 두렵다. 여행은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기에 두려움을 덜어준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탐험과 달리 자유롭게 나를 '놓아줄' 수 있기에 설렌다. 오늘이 그런 여행의 하루인가 물으면서 하루를 맞는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을 위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일상은 늘 반복된다. 지겹다. 거기에서 새로운 풍경을 얻을 일도 없다. 늘 같은 출근길과 퇴근길이다.
같은 길이지만 걷는 내가 다르면 그 길은 새로운 길이다. 출근길은 바빠서 어쩔 수 없겠지만 퇴근길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주변을 넉넉한 시선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 잎이나 꽃은 어제와 비슷한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제와 다르다. 주변을 넉넉한 시선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 잎이나 꽃은 어제와 비슷한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제와 다르다. 오가는 사람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어제의 그 사람들이 아니다. 표정도 다르고 태도도 다르다. 그렇게 새로운 사물, 사람들과 만난다.
짧은 시선만으로도 많을 걸 느낄 수 있다. 대단한 게 아니다.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야 비로소 발견하는 게 아니다. 일상이 새로운 여행이면 된다. 어제 읽었던 책의 뒷부분을 이어서 읽어보는 것 또한 새로운 하루를 느끼게 한다. 단순히 시간의 변화가 아니라 생각의 변화로 느끼는 새로운 시간 그 자체다. 그것만으로도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어제와 다른 오늘이다. 내게는 오늘 어떤 해가 뜰까?
늘 바라보는 앞산 능선의 한가운데 V자
움푹 파인 곳을 소쿠리 봉이라 부른다.
내가 사는 마을은 삼태기 모양처럼 생겼다.
(바느질 때 사용하는 골무 형상이라고 함)
옛날부터 주워 담을 것도 없이
자꾸만 비워서만 그런지
아주 가난한 마을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젠 빈 소쿠리에
무엇을 담아? 비울까?
오키와 도키는
그동안 담았던 의무의 삶을
싹 비우고
권리의 삶을 담으련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