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매실향기

오키Oki 2005. 6. 9. 17:04

 

망종도 지났기에 매실을 수확하는 철이 돌아왔다.

우리 녹차부부가 감당하기 힘들어서 지난해에 이어 도움을 청했다.

화요일은 남평가르멜수도원에서

신부님과 수사님이 매실따기를 도와 주러 오셨다.

수도원에서도 매실엑기스를 많이 담는다고 하여

직접 따서 좋은 매실도 구하고

녹차부부도 도와주고 일거양득~~~

 

우리산 두곳 다 매실이 있는데

건너마을 앞산에 쌍계사와

국사암이  용강마을산으로 갔다.

빈몸으로 걸어 올아와도 땀이 저절로 나는데

모처럼 녹차아저씨의 지게도 지어 본다.

  

 

 

 

산에 도착하니 12시 숨이 차서 숨돌릴새도 없이

배고픔도 참고 매실따기에 들어갔다.

 

지맘대로 자란 나무라서

하늘을 쳐다보고 매실을 따느라 목도 아프지만

매실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니

매실향에 취해서 매실주 마신듯 하다.

 

 

 

 

수도원에서는 돌아가면서 식사당번도 한다는데

산중에서 두른 빨간앞치마가 너무 잘 어울린다.

 

 

 

 

두시간을 쉬지않고 매실따느라 고생했더니

산중에서 먹는 밥맛도 꿀맛이다.

들깨순따다 부침개까지 부친것은 좋았는데

남자분들 심정도 모르고

시원한 소주와 막걸리를 빼먹고 말았다.

 

 

 

 

매실자루 어깨얹어 산아래로 내려오니 밤8시

녹차아저씨는 지게로 오르락 내리락

5번 왕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동안 무거운 등짐져볼 일이 없는 수사님들

다리도 후들후들 ~~

어찌 내려왔나 싶어지고 자신들 스스로 대견해 한다.

 

모두 땀이 비온듯하여도

녹차부부가 그맛을 잊지 못하는

녹차삼겹살을 준비해 주겠다는 말에

힘든 고생도 눈녹듯 사라지고

자정이 되기전에 출발했는데

2시간 운전해 갈려면 몸이 천근만근이였으리라.

 

수요일

 

전일 산에서 다 못 딴 매실을 따는데

온몸이 무겁고 택배시간에 맞춰 선별하여

여기저기 부쳐 주느라 땀이 비온듯하고

얼굴의 열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쉴틈도 없고 겨우 다 정리가 되자

어둡기전에 차잎을 따는 중 손님들이 도착했다.

 

강원도 원주심산소녀학생들이 지리산 종주를 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우리집에서 쉬어가겠다고 한다.

 

여학생 7명과 원장님, 목사님, 여선생님

목사님 정사모모임때 먹었던 녹차삼겹살맛을 잊을수 없어

또 신세지게 되었다고 미안해 하시는데

목사님이 넉넉하게 사온 고기가

소녀들도 처음 먹어보는 녹차삼겹살맛에 평소보다 더 많이 먹었다고...

 

부모대신 몇개월간 입교한 소녀들을 돌봐주는 곳이여서

세분은 그야말로 봉사희생정신으로 일하신다.

행복한 가정이라고 소개하고 데리고 왔기에

녹차아저씨도 피할수 없는 소녀학생들에게 한말씀!!!

 

자기자신외에는 어느누구도 대신 해줄수 없는 세가지?

 

소녀들은 별빛아래에서 문제를 풀었는데

별이 총총한 6월의 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얘기, 저런얘기로 눈꺼풀이 반쯤 내려와도

자정이 넘도록 차를 마시고 새벽을 맞았다.

 

 

 

 

차밭너머 누런 밤꽃도 아침을 맞았다.

 

 

 

 

 

심산소녀들과 선생님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녹차아저씨는 콩밭을 지킨다.

 

 

 

 

 

콩심은지 일주일째 풀밭에서도 콩이 싹을 틔웠다.

 

 

 

 

힘들게 뚫고 올라온 콩싹은

새들에게 발각되면 여차없이 콩모가지가 달아난다.

 

 

 

 

 

흙을 뚫고 올라온 콩들은 가슴이 콩닥콩닥~~~

으앙 난 몰라~~~

힘들게 올라와보니 내주위엔 아무도 없잖아~~~

 

 

 

 

 

어둑해져서 도착하여 어떤곳인지도 모르고

아침먹고 친구와 속닥속닥 얘기도 한다.

 

 

 

 

 

손님들은 떠나고 매실엑기스를 담아야 하는데

항아리가 앉을 자리를 다시 손봐준다.

녹차아저씨 모르게 꽃씨를 심어두었는데

녹차아저씨는 내가 봄에 꽃씨를 뿌려둔곳마다 다 손을 대어

꽃씨를 주고 가신 분 뵐 낯이 없어지게 한다.

 

 

 

 

 

항아리를 뒤로 당겨 돌담에 바싹 붙여 놓여 놓고

매실을 씻는 동안 항아리 다섯개를 깨끗이 씻어주니 고맙다.

 

 

 

 

 

이제 저 항아리에 매실엑기스를 담그러 함 나가볼까~~

오늘은 한두개정도

설탕이 모자라네~~~

녹차아저씨 그만 일어나소

설탕포대 더 사다 주이소~~~

 

그동안 그늘에서만 매실엑기스를 담아서

뜨거운 햇볕에 괜찮을려나

매실전문농장에 문의해보니 안된단다.

 

50년이상된 숨쉬는 항아리에 담아야하고

설탕보다 강도가 센 올리고당으로 담궈야 한단다.

 

일이 또 복잡해진다.

매실양이 만만치 않은데 큰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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