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전 텃밭에서 일하고 돌아오니
갑자기 큰 딸네가 오겠다고 연락을 한다.
"아침부터 날도 쌀쌀해졌는데
8개월인 임산부가 먼 길에
뭐 하러 올 거냐고" 반가우면서도 물었더니
"그냥 며칠 전 생일도 지났고,
미세먼지도 사라져 바깥공기도 맑아졌다며
꽃바람이나 쐬러 오겠다"라고 한다.
여긴 며칠사이 이쁜 벚꽃도 떨어졌고,
갖가지 나무들은 새순이 돋아나
파릇파릇 연초록빛 풍경이 되었으니
생각했던 꽃구경은 어렵다고 했다.
늦은 오후 도착한 큰딸은
엄마, 아빠를 본 순간 마당에서
"아기를 가져보니 집생각,
엄마, 아빠도 보고 싶었다"며 눈물을 훔친다.
"애 엄마 될 사람이 울기는..."
사위는 "제아내가 요즘 부쩍 눈물이 많아졌어요."
지난겨울부터 우리 부부는
자식들이랑 카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카톡을 해보니 날마다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서로 피곤하고 시간을 아껴서 현재 생활에 집중하라며
일주일에 한 번 통화로 목소리를 듣고 있다.
큰딸의 불러온 배가 다른 임산부들보다
배가 더 불러 보였는데 내가 딸들을
임신했을 때 배부른 모습이랑 비슷했다.
큰딸도 주위에서 배부른 것도
엄마를 닮는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엄마랑 닮지 않았냐고 둥근 배를 보여 준다.
엄마가 해주는 봄나물이 그리웠다며
맛있게 먹고 하룻밤 잘 자고 잘 지내다가 갔다.
친정에 진짜 다니러 오고 싶었구나 하는
마음을 읽어내니 큰 딸네가 가고 난 뒤
남편이랑 찡한 마음에 잠시 먹먹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