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의 노래

꼬리에 꼬리를 문 인연으로

오키Oki 2021. 6. 17. 21:03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니체의 말》중에서

그저께는 비가 내렸고 

어제는 해가 느지막하게 나왔는데

오늘도 볕이 나오질 않고 흐리다.

 

산딸기가 익어가는 계절

빨갛게 익은 열매에 

마음 급하게 손을 뻗으면

가시에 찔리기 쉽다.

 

흙담 언덕이어서 눈으로 먹기

 

고사리와 억새가 뒤엉켜 자라는 곳에 

딸기나무가 있어 가보라고 했더니

그곳은 아직 딸기가 덜 익었다며 

빈 소쿠리로 돌아왔다.

 

어제 먹구름 사이로 하늘 바다가 보였다.

 

짙푸름 사이로 나무의 새순이 자란다.

 

다른 해보다 늦봄에 비가 

조금은 더 내린 것 같아서 

나무에 달린 채로 익은 

매실을 따보기로 하는데

매실나무에 가시가 있어 

옷소매가 찢어지기도 한다.

 

그동안 10년 전에 담근 

매실청(매실효소)을 먹고 있는데

큰딸이 가정을 이루어서 

매실청(매실효소)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 같고 이제 담그면 

적어도 3년 이상을 숙성시켜야 한다.

그래야 설탕의 독성이 다 빠지고 

매실 맛이 진하게 베인다.

 

한 손은 사다리를 붙잡아주고 찍었다.

 

집주변에서 딴 게 49킬로그램이다.

생각보다 많아서 설탕도 준비가 안 되었기에

빨리 씻어 놓고 설탕을 사러 갔다.

 

우리 부부 이제 산으로는 안 간다 

방치된 산에서 따서 오솔길로 마을까지 

가져 나오는 게 이제 힘이 부친다고.

 

1995년 6월 하순 울산에서 

홍쌍리의 매실에 관한 읽고서 

우리는 매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난 뒤 

바로 실행에 또 옮겨보기로 하고

토요일에 남편이 오전 근무를 마치고

가족여행 삼아 나섰다.

(큰딸 7세 작은딸 5세)

매실을 사려고 장시간 버스를 타고 

하동에 도착했는데 장에 나온 

매실이 끝물이어서 다 떨어졌다며

화개로 가보라고 한다. 

우리는 하동 땅도 처음 밟았는데 

화개가 어딘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막차로 어둑어둑한데 화개에 도착해 

할 수없이 민박을 하게 되었다.

민박 주인에게 매실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생뚱맞게

다음날 땅을 한 번 보겠냐고?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땅을 보게 된 것이다.

 

화개에서 끝물 매실 10킬로그램을 사서 

배낭에 담아와 처음으로 매실효소를 담갔다.

우리 식구는 내 나이 32살에 담근

매실효소를 먹은 후부터는

음료수 사는 일이 없어졌다.

 

남편이 서점에서 끌린 책 한 권이

하동으로 이끌고 다시 화개로 이어져

고향을 만든 집터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매실을 손수 따서 담가 먹는다.

 

이른 봄 매화꽃이 피어서 

열매를 맺은 게 매실이다.

사위를 위해 짧은 매실스토리 끝

 

2011년 여름날

UC 데이비스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공부를 마치고 온 큰딸과 

산으로 같이 매실을 따러 갔다.

그땐 기후가 좀 맞아져서 

익은 매실을 팔기도 하고

남게 되면 해마다 담그기도 했는데

그 이후로는 이런 재미는

다시 찾아볼 수 없었다.

 

10년 후에 먹게 될 줄이야~~~

 

한 독에 75킬로그램

 

 

초록 초록한 청매실은 

술 담그기에 제격이고

매실효소 담그기는 

조금 익은 매실이어야 

향도 좋고 맛은 훨씬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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