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온난화 기후로 겨울비가
봄비처럼 촉촉이 내리고 한밤중에 그쳤다.
변화하는 게 자연의 섭리
편백나무 꼭대기와 빈 가지들은
항상 새들의 놀이터였다.
이젠 몇 마리의 새들만이 놀다 갈 뿐이다.
돌밭에 자란 편백나무가 오래전 태풍의 피해로
영양분이 많이 손실되어 위쪽 3분의 1이
빈 가지가 된 상태로 10년이 넘도록
수많은 새들의 놀이터로 있다가
세월의 무게에 서서히 부스러지고
아래쪽에서 돋아난 새잎들이 쑥쑥 자라나서
다양한 새들이 왕창 날아들어
지저귀며 노는 모습도
이젠 예스러움이 되어버렸다.
올해 2월 눈 내릴 때도 괜찮았었는데
새봄 3월에도 괜찮았다.
지난 9월 초순에 날아든 물까치 떼들의 마지막 노는 모습
오전에 도키와 함께 정미소를 찾았다.
지난 10년간은 1년 치 벼를 구입해서 귀찮아도
정미소에서 벼를 두세 포대 가져가서
7분도 나 5분 도로 찧어와서 밥을 해 먹다가
딸들도 객지 생활로 식구도 줄어들고
읍내에 나가는 길에
정미소에 들러서 찧어 놓은 쌀을 사 온다.
단, 현금영수증을 못 받기에
딸들의 연말정산에 도움은 못 주고
기름값 2천 원 빼주시는 걸로 만족한다.
팔순 된 어르신이 정미소를 운영하신다.
우리는 20년째 단골이다.
구름도 한자리에 계속
오래 머물지 않고 흘러가듯이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