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지 않건 누구나 결국에는 유산을 남기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곤 한다. 우리가 남기게 될 유산은 '삶의 질'이다. 우리가 던질 질문은 이것이다. 법률 수수료를 내고 나면 거의 남는 것 없는 주식이나 채권, 보험, 계좌 같은 내용을 다룬 유언장에 정성을 들이는 것처럼, '살아 있는' 유산에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그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질문이다.
- 조앤 치티스터,《세월이 주는 선물》중에서
2015년 11월 15일 칭다오의 넷째 날
중국인들의 휴일 풍경이 궁금해서
오전 10시반
3일 동안 지낸 숙소에 체크아웃을 하고
여행가방은 프론트에 맡겨 놓고서
비올 때 구경한 카페거리로 다시 나셨다.
한 가게 앞에는
학생들을 동원하여
휴일 행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
너른 광장은 롤러스케이트를 배우려는
아이들의 귀여운 몸짓이 눈길을 끈다.
부모들도 함께 따라나와 지켜보는 풍경이 정겹다.
기다리는 부모들은 스마트폰에 눈길을 빼앗겨도
한 자녀정책으로 태어난 귀한 자녀들은
한 가지라도 더 배워야 하기에
휴일에도 강습에 열중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다.
언제 또 칭다오에서 행복한 시간을...
'행복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이라 하잖아요.
몸은 떨어져 있어도 언니랑 저는 잘 지낼 거예요.
작은딸!
행복으로 가는 길에
가장 큰 장애물은 변화를 부정하는 것이래.
중국에서 근무하는 것도 큰 변화인데
변화를 받아들이고 잘 적응해주어
정말 고마워~
휴일의 카페거리는 오전이라서 그런지
쓸쓸한 가을처럼 한산하다.
내일 근무도 해야하고
오늘은 다리에 휴식을 좀 주고 싶어
비 내리던 카페거리를 맑은 날에
한번 더 구경하기로 했답니다.
한 이부자리에 같이 잠을 자고
같은 길을 걸어도
낯선 곳에선 보는 관심사가 다르다.ㅋㅋ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행복이란 좋은 감정을 느끼고 삶을 사랑하며,
이런 감정이 지속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 베네는 우리나라 브랜드라고 하네요.
요즘 화개골에도 카페가 많이 생겨나는데
베네도 곧 들어올지도 모르죠.
茶하면 중국인데
칭다오에서 느낀 茶 문화는
이곳도 젊은층들에 의해 커피에
다 내어주고 있는 분위기라서 씁쓸합니다.
마카오의 식당에선 찻물을 수시로 부어주는데
칭다오 식당에선 찻물을 공짜로 주는 곳이 없어요.
우리 가족은 오늘도 맘껏 행복해요!
행복에 자격증 따위는 없다.
행복에 조건은 없다.
행복은 공짜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내일의 행복은 없다!
-《행복을 내일로 미루는 바보》에서
한국 의류상가 건물안에 구경하러 갔다가
중국사람들은 구경만 해도 눈치를 안 주는데
이곳은 왠지 뒤통수가 따가워서 빨리 나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요트경기장앞 쇼핑타운에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거로
소문난 맛집이 있다고 한다.
오호!
큰딸 졸업날에
한국식 샤브샤브는 한 번 먹어봤기에
훠거에도 호기심이 간다.
큰딸은 지난번 항저우 출장 때
훠거를 먹어봤어야 하는데
같이 온 분들이 훠거가 싫대서
못 먹고 왔다며 아쉬워 했다.
오늘은 꼭 먹어 보리라 다짐을 하니
나도 훠거가 도대체 뭐길래~~
더 궁금하다ㅎㅎ
훠거 맛집을 찾아 가는 길에
얼씨구 조오타~~
아빠는
딸들이 엄청 자랑해서 기대로 꽉 차있다.
지난 5월에 딸들이 한번 훠거를 먹으러 왔다가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해서
아쉬워하며 돌아선 적이 있다고 한다.
오늘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훠거를 꼭 먹고 말리라!!
11시반인데 대기번호표를 받아보니
우리차례가 될려면 한두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늘상 있는 일이여서 그런지 훠거식당은
대기자 손님들을 위해서 세심한 배려를 해준다.
다리 아프게 줄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아니고
식당 앞에는 대기자를 위한 테이블도 많다.
우리도 테이블에 둘러 앉으니
과일, 과자, 음료수 등을
수시로 갖다주어 미안해질 정도다.
종업원들이 자주 지나다니면서
그릇이 비워지기가 바쁘게
간식을 즉시 채워주고
네일아트도 해주고
구두도 닦아주기도 한다.
대기자들이 간식만 먹고
그냥 가더라도 아무런 눈치를 주지 않는다.
대기도중 지루한 아이들을 위한 목마도 있어
부모나 조부모들은 애들과 놀아주며 즐겁게 기다린다.
(식당안에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따로 있다.)
대기실에서 주섬주섬 먹고
배불러서 훠거를 많이 못 먹으면
식당입장에서 보면 손해일텐데...
중국에선 식사시간이 길어서
서비스를 팍팍해도 괜찮은 것 같다.
1시간 넘게 기다렸더니
드디어 훠거를 먹어 볼 수 있는 순번이 되었다.
넓은 식당안에는 외식을 나온 가족들로 꽉꽉 찼고
주문은 아이패드로 선택한다.
머리가 긴 딸들을 위해 헤어밴드와
휴대폰에 음식물이 묻지 않도록
지퍼팩에 넣어 보관하란다.
참으로 세심한 서비스다.
우리는 양고기와 쇠고기,
채소는 배추와 양경채,
음료로 사이다만 시켰는데
반찬류, 소스, 과일, 죽 등은
셸프여서 맘껏 갖다 먹어도 괜찮다.
네모난 냄비에는
토마토 육수와 버섯 육수란다.
양고기나 쇠고기를 익혀 먹으면 되는데
우리 입맛은 토마토육수가 더 좋았다.
자몽 과일도 맘껏 먹어도 되기에
남편은 두 번이나 챙겨왔다.
셸프식을 많이 갖다 먹어서
퍼포먼스 국수는 1인분만 시켰더니
즉석 면발을 만들어주는데
우리는 토마토육수에 끓여 먹기로 했다.
칭다오의 한국 식당에서 먹는 것 보다
저렴한 가격에 훠거로 천천히하는 식사였다.
꼴랑 면 1인분이라고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종업원 수십명이 손님의 입장에서 배려해주고
테이블이 비워지면 곧장 너댓명이
순식간에 정리하여 새손님을 맞이한다.
배도 부르고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하고픈 마음에
한 사람씩 화장실을 갖다오곤 했다.
안경세척기도 있고
세면대 옆에는
아줌마 한분이 계속 서 있는데
따뜻한 물수건을 집게로 한장씩 집어 건네준다.
난생 처음보는 서비스를 중국에서 접하다니
우리나라 소문난 맛집들의 서비스가 어떨지 궁금하다.
실컷 놀다보니 2시반이였는데
대기자들은 한사람도 없었다.
아하!! 여행자라면
식사시간대를 피해서 가면 좋을 것 같다.
맡겨둔 캐리어를 찾아서
칭다오의 근교 청양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 통행료 5위안을 지불하면서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고장이고 공항도 가까워 청양의
쉐라톤호텔에서 여행의 마지막밤을 지내기로 했다.
청양 쉐라톤호텔 복도
차한잔 끓여 마시고
밖으로 바람 쐬러 나가자고 한다.
딸들이 없으면 호텔 이용도 할 줄 몰라서
우왕좌왕 했을지도 모른다.
울부부 끼리 해외여행을 해도
당황하지 않도록 유심히 쳐다보니
엘리베이터는 보안을 위해 카드키를 넣어야
룸으로 이동한 층수의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청양 올림픽 공원
공기가 맑고 한국인들이 살기 좋은 청양은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의 근교 김해쯤 되는 곳으로
국제학교도 있어 통근하는 주재원들이 많다고 한다.
한번은 작은딸이 회사분들과 한시간 걸려서
일부러 청양으로 외식하러 왔다며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
꽤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기름진 중국음식보다 담백한 일식이
작은딸 입맛에 훨씬 좋았다며
우리한테도 소개해주고 싶어한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일식집에서의 식사는 처음이다.
가난하게 성장했고
남편과 사는 동안 외식은 잘 안했기에
창피스러운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처음 접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재밌게 받아들인다.ㅋㅋ
한국, 중국, 일본 음식들마다
다 특색이 있겠지만
내 생각엔 어떻게 보면 일식이
손이 많은 한식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주인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어떤 맛인지 궁금하여 각자 다르게 시켰다.
회덮밥, 우동, 막국수, 초밥 등
딸들은 막국수
뭐! 어때서~~
가족이니까 이렇게 먹어도 괜찮고
우동 한 젓가락 맛 보라고 해도 ㅋㅋ
남편은 역시 밥이다.
훠거를 먹을 때 밥을 못 먹었기에
공기밥 추가요!
밤에 작은딸은 회사 숙소로 돌아가야 하기에
청양에서 함께 할 시간이 차츰 줄어드는데
호텔 근처에 큰마트가 있어 구경도 하고
밤거리로 나서니 한인타운이여서
한국인들의 목소리도 자주 들리고
골목 상가엔 한자보다
화려한 한글 간판이 더 많아 보였다.
작은딸을 보내고
남편은 잠이 잘 안올 것 같다며
와인으로 허전함을 달랜다.
2인실인데 서비스 한답시고
예비 침대를 하나 더 놓아
침대 3개가 되어 방은 복잡한데다
스팀이 천장에서 내려오는지
목안이 건조해지더라.
중국을 떠나야 하는 다섯째 날이다.
청양은 새벽부터 비가 내렸는데
남편은 아침을 맞이하는
청양사람들을 구경하러
엊저녁 익힌 길을 따라
혼자 올림픽공원까지 갔다 온다.
화개까지 갈려면 저녁이 될텐데
딸들이 조식까지 지불했으니
아깝지 않게 먹고 가잔다.
느지막하게 9시반 뷔페홀은
복잡하지도 않고 뭘 먹어야 할지 가짓 수는 많고
호텔의 뷔페 조식이 처음이라서 큰딸한테 지도를 받았다.
울부부 단둘이 해외여행때
접해야 될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잘 배워야 했기에 생소한 것 위주로
눈치볼 것 하나도 없다고해서
여러번 담아왔다.
청양에서 택시를 탔더니
칭다오 국제공항은
10분도 채 안 걸리는 것 같다.
공항도 가까워서 청양에사는
한국인들은 중국말을 할 줄 몰라도
저렴한 임대료에 고급아파트도 많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식당과 잡화용품가게 등
생활하는데 큰 불편은 없을 것 같았다.
큰딸 아는 사람이 중국에 와서 택시기사한테
중국말로 공항으로 가자는 말을 몰라서
그냥 손짓으로 쓩~~ 하고서 공항에 도착했단다.
남편은 해외여행이 체질인 것 처럼
몸에 착착 달라붙어 좋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원래 목소리가 좀 큰데 큰 소리로 말해도
누구하나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어린애처럼 낯선 곳에서도
그냥 신이난다며
이 다음은 어느나라로 떠나게 될지
벌써부터 설레인다고.
호텔 조식때 들고 나온 사과는
비행기 탈 때는 도움이 안되니
뱃속에 넣어야 한다길래
추억으로 남긴다.ㅋㅋ
4박 5일동안 알뜰하게(항공료포함)
일백만원으로 잘 놀아서 뿌듯해하고
울부부도 딸들 덕분에 즐거운 여행되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칭다오를 떠난다.
12시 35분 에어부산편으로 타는데
수능이 끝나서 그런지
아줌마들의 단체여행객들이 많아서
월요일인데도 빈 자석이 없었다.
기내식으로 짜장밥이 나와서
남편한테 떠 넘기고
구름 위를 나는 동안은 눈부신 햇볕이
부산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큰딸을 집에 바래다주고
곧장 하동으로 돌아오니 저녁 7시
와우!!
역시 화개공기는 다르고
우리집 뒷곁엔 큰 정자나무가 있어
장대비에 낙엽이 떨어져 수북이 쌓였다.
남편이 제일 먹고 싶어하는 게
말 안해도 다 아니까
된장국 끓여 밥상 차렸다.
멀리 있는 행운을 좇지 말고
가까이 있는 행복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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