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찻잎따서 녹차, 발효차, 발모녹차까지 늘어나 차만들기로 바쁘게 보냈더니
이제 죽순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골살이는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것이 최고더라.
가정의 달 오월은...
- 진리청바지 내가 아는 것이 진리일까? 중에서 -
황희숙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진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은 완전한 지식을 줄 수 있을까
옛날 중국에 백락伯樂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소문난 말馬 감정사였다. 한 번 흘긋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말이 얼마나 잘 달리는지. 쉽게 병이 날 말인지, 주인에게 충성스러운지를 정확하게 맞췄다. 백락은 사람들이 부르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말을 감정해주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달리 백락의 아들은 집 안에 틀어박혀 글만 읽는 샌님으로 자랐다.
어느덧 백락도 나이가 들어 점차 눈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자식에게 말 감정 비법을 전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백락은, 어느 날 아들에게 말해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한 『마경馬經』이란 책을 주면서 세상에 나가 준비를 찾아오라고 하였다. 아들은 몇 달 동안『마경』을 열심히 연구한 뒤 준마를 찾아 나섰다. 집 떠난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아들이 기쁜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아들 아버지, 드디어 제가 준마 한 필을 찾아냈습니다.
백락 오냐! 그래, 수고 많았다. 네가 찾아냈다는 그 말의 모습이 어떠하더냐?
아들 아버지가 제게 주신『마경』에서 설명한 모습과 똑같습니다. 그 녀석을 찾아내느라 온 세상 다니
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백락 그래, 말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해보거라.
아들 정수리가 꼭 비어지고 눈알은 튀어나왔으며, 등뼈는 짧으면서도 약간 굽은 모습이었습니다.
백락 그렇지, 그렇지! 달릴 때의 모습은 어떠하더냐?
아들 저, 그런데….
백락 왜 그러느냐? 달릴 때의 모습은 보지 못한 것이냐?
아들 그게 아니라, 이상하게 말굽이 볼품없고 걸을 때는 언제나 폭짝폴짝 뛰기만 합니다.
아들이 말끝을 흐리자 백락은 뭔가 이상했다. 아들이 말한 대로라면 그것은 말이 아닌 듯했다. 도대체 무엇일까? 백락은곰곰이 생각한 끝에 무릎을 쳤다. 아뿔싸! 아들이 본 것은 말이 아니라 두꺼비였던 것이다. 아들에게 책만 전해주었지 정작 한 번도 말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백락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백락은 책으로만 아들을 가르치려 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하였다. 오로지 책에 쓰인 대로만 찾다 보니 말이 두꺼비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일화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견문見聞으로, 철학에서 말하는 경험과는 그 뜻이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보고 듣는 것으로부터 지식이 형성된다는 대의에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경험은 얼마나 진리에 가까운 것일까? 경험은 과연 우리에게 완벽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일까?
지식은 경험에 의해 촉발되고 이성의 합리적 상상력에 의해 살이 붙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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