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제 14호 태풍 덴빈이 오는 날 아침
비가 성큼성큼 걷는 것처럼 보인다.
제 15호 태풍 볼라벤이 먼저 지나가고
제 14호 태풍 덴빈은 대만에서 발생하여
대만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한반도로 다시 진로를 바꿔 이동했다.
※ 제14호 태풍[덴빈(TEMBIN)]은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천칭자리(별자리)를 의미함.
※ 제15호 태풍[볼라벤(BOLAVEN)]은
라오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고원의 이름임.
8월 28일에 지나간 볼라벤은
귀농이후 최대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여서
낡은 지붕이 날아가는 농가도 있었는데
우리 마을도 태풍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웃농가차밭 언덕의 나무들은 부러진 채로 있다.
8월 24일 칠석날에 작은 딸이 집에 왔다.
우리집은 외식을 안하는 편이라
고깃값만 들여서 외식분위기를 살리기로 했다.
대학교에서 마련한 연변교육봉사단
해단식에서 보고회 발표를 마치고 오느라
집에 다니러 오는 게 좀 늦었지만
26일 일요일은 아빠가 땀흘려 만들어 놓은 비밀을 공개
아빠가 작은딸을 위해 요리솜씨를 발휘할 기회가 생겼다.
세 개의 바위를 이용하여 장작불을 지필 수 있는
화덕을 만들었기에 가마솥뚜껑을 사용하여
삼겹살을 구울 수 있는데
큰딸 친구들한테서도 인기가 좋았었다.
부엌에서 일하는 아빠의 모습은 거의 볼수 없지만
야외에선 아빠가 도맡아 해준다.
8월 마지막주 휴일인데도
작은딸을 위한 더위가 하루 찾아와
집마당에서 피서 기분을 맘껏 낼 수 있었다.
삼겹살, 김치로 밥도 볶아주는
아빠의 서비스에 감동까지 먹는다.
한 집안을 구조적으로 이끌어가는 건 아빠지만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엄마 역할인데
엄마가 웃지 않으면 어떤 가족도 행복할 수가 없대.
아빠도 울딸들도 엄마를 웃게 만들어야 한단다.
작은딸은 2주간 중국 연변에서의 생활을 얘기해준다.
꽃이 많아서 연변 농촌의 공기가 달콤하게 느껴졌고
파리가 많아서 아침 잠을 깨우기도 했는데
의외로 모기가 없어서 모기약이 필요없더란다.
조원 7명(여학생3명, 남학생 4명으로 구성) 중
연변과학기술대 2명도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고 한다.
1학년 남학생 조선족 한 명과 한족 한 명이였는데
그들은 아빠처럼 마른 체격인데도
밥을 두공기씩을 먹는데다
한번 먹는 양이 아빠처럼 머슴밥이였고
그대신 그들도 아빠처럼 간식과
과자는 일절 안 먹더란다.
학과가 다 다른 학생들이 모여서 어울려 생활하는데
남동생이 없는 작은딸은 봉사단 조장을 맡아서
여기서도 누나, 저기서도 누나라고
불러주는 바람에 누나소리를 원없이 들은데다
조장의 역할을 잘 해내어서 인기가 좋았다고...
엄마 아빠 태풍오기 하루전에
날씨가 맑고 너무 좋다는 건
아주 큰 태풍이 올거라는 징조래요.
그래서 사람들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대형 태풍 대비에 방심할 수도 있대요.
볼라벤이 지나간 뒤의 유리창엔
찢겨진 나뭇잎들이 붙었다.
귀농 15년만에 최대 강풍을 동반한 태풍을 처음으로 당해봤다.
볼라벤이 지나간 자리엔 나뭇가지도 많이 부러졌다.
.
몇년전부턴 서해로 지나가는 태풍이 많아지면서
동해로 지나갈 때 보다 서해로 지나가면 더 불리하다.
다음에 또 볼라벤 같은 태풍이 다시 오게 될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남편은 바깥에서 한참을 지켜보니
위로 올라간 바람이 산꼭대기를 넘지 못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서 풍속이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고.
비와 바람이 강한 태풍이 온다고하여
움막의 기둥을 다시 받쳐 두었는데
비스듬히 쓰러져도 사용에 지장은 없겠다.
그네가 매달린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상수리나무의 제법 큰 가지가 부러져
정반대편으로 내동댕이 쳐졌는데
그렇게 쉽게 부러질 나뭇가지가 아닌데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벌레먹은 상처가 있어서
언젠가는 부러질 운명이였다.
길가의 물앵두나무 두 그루도 쓰러져서
마당에 끌어다 놓았다.
이웃 차밭 언덕의 감나무가 개울에 쓰러져있어
비를 동반한 덴빈 태풍이 온다는 말에
개울에서 끌어내야 했는데
감이 주렁주렁 달린 나뭇가지를
남편이 톱질을 해주면 우리 땅에 끌어다 놓고
어디서 떠내려 왔는지 고무다라이도 건져야 했다.
볼라벤의 흔적을 다 치우는데 사흘이나 걸렸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라 여긴다.
볼라벤 강풍에 날아온 나무토막에 맞아
독 뚜껑 하나가 깨트려졌다.
열개 중 한개니까 그만하길 다행인데
항아리 뒤쪽으로 쌓인 돌담이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준다.
바람에 마삭죽넝쿨이 걷어올려진 사이로
감춰진 돌담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삭줄넝쿨이 현재의 돌담과
조화롭기까지는 12년이나 걸렸다.
남편은 볼라벤이 최대 강풍을 동반한다고하여
키큰 포프라나무가 쓰러질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뿌리가 워낙 깊고 넓게 뻗은 탓도 있겠고
지난 6월에 긴사다리를 이용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나뭇가지를 솎아 잘라낸 것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며
이젠 어떤 태풍에도 절대로 쓰러지질 않을 나무가 될 것이란다.
볼라벤으로 매실나무, 밤나무, 감나무 등
각종 나무들의 가지가 많이 부러지고
잎은 찢기어 생채기가 다 났다.
산에도 나무들을 쓰러뜨리고 지나가서
밤송이도 떨궈놓고 감도 떨궈놓고
텃밭의 고춧대, 들깨는 쓰러지고
바람에 치여 멍든 채소들의 아픔도 크다.
볼라벤이 밤중에 지나갔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한데
그래도 낮시간에 지나간 볼라벤이 고맙고
개울에 물이 많이 불은 상태였던 화개골에
다행히 이틀날 소형 태풍 덴빈은 비는 적당히
바람도 조심스레 불고 지나가 고마웠다.
큰딸아~~
볼라벤으로 예전의 그네자리는
이제 추억의 한 장면으로만 기억해야겠지.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이루게 된대요.
우리들의 소중한 꿈이 있는
구월의 가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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