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난 바보야

오키Oki 2009. 4. 14. 17:18

 

산엘 고사리를 끊으러 갔더니

4월들어 고온현상에 봄비가 거의 내리질 않아 

고사리는 드물게 눈에 띄고 

산비탈을 오르락 내리락 했더니 몸이 다 지친다.

 

산비탈에서 고사리를 끊을땐 숨도 가쁘고

땀은 비오듯해도 수백수천번 허리를 접었다 폈다

한올한올 끊어다놓고 티를 가려

삶아 말려서 제사때 사용하라고 나눠주고 나면 

팔아 돈으로 만드는 건 겨우 한 근뿐이다.

 

산비탈에서 몇시간째 고사리를 끊을때면

그 순간엔 아무한테도 주기 싫은 마음이 생기다가

마음을 다시 고쳐 잡는다.

 

 

 

각시야~~

나도 잘 말린 고사리를 나눠줄 땐

힘들었던 그 순간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시간이 다 해결해주니까.

시간이 흘러가지 않고 멈춘다면

잊어야 할 것들을 잊지를 못해서

생각만 해도 아주 끔찍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사리 말리기

 

 

 

여자아이라고 머리를 이쁘게 해야한다고

억지로 잡아 앉히지도 않았고

머리감기에 좋은 헤어스타일로 키웠다.

 

 

난 바보다.

왜 그렇게 사냐고 바보같이 산다고들 했다.ㅋㅋㅋ

지금도 난 바보야다.

 

한살이라도 젊을때 이쁘게 꾸미고 살아야지

나이들어서 꾸미면 아무리 좋게 꾸며도 티가 안 난다며

남편이 하자는대로 다 따라하지말고 좀 대들면서 살라고들 했다.

 

 

 

요즘 세상에

애기엄마처럼 누가 그렇게 사냐며

애들한테도 과자도 많이 사먹이고

옷도 좀 잘 입혀서 키우라고

집주인 아주머니들도 한 말씀하시고

친정엄마도 한 말씀하시고

시어머님, 시누님들도 한 말씀하셨지만

남편이 하자고 하는대로 살아보니

우리 가족들이 잘못 살아온것이 아니여서

엄마가 아빠말에 잘 따르고 살았더니

아빠가 이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단다.

 

딸들아~~

한번은 내가 정말 바보인가 싶어

아빠한테 대들었더니 되돌아온건 피박이더라.ㅋㅋㅋ

 

 

 

작은 딸 오늘이 네 생일이구나.

 

 

 

지난 휴일 저녁에 미리 생일상을 챙겨주고 보내서 마음이 편하다.

엊저녁에 비가 좀 내렸는데

흠뻑 내렸으면 좋으런만

먼지가 풀풀나던 밭들은 충분하지는 않아도

다음번에 충분히 내려 줄 비를 기대하고 참는다.

 

 

 

씨앗들이 흙에 묻혀 지내다 싹을 틔워 자라고 있다.

 

 

 

산벚꽃들이 높이 올라가고 감나무도 새순을 틔웠고

 

 

 

등나무꽃도 피던 날에

 

 

 

차나무에 차싹이 자라고 있다.

 

 

 

먹지도 못할 동백꽃잎을 물어보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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