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엘 고사리를 끊으러 갔더니
4월들어 고온현상에 봄비가 거의 내리질 않아
고사리는 드물게 눈에 띄고
산비탈을 오르락 내리락 했더니 몸이 다 지친다.
산비탈에서 고사리를 끊을땐 숨도 가쁘고
땀은 비오듯해도 수백수천번 허리를 접었다 폈다
한올한올 끊어다놓고 티를 가려
삶아 말려서 제사때 사용하라고 나눠주고 나면
팔아 돈으로 만드는 건 겨우 한 근뿐이다.
산비탈에서 몇시간째 고사리를 끊을때면
그 순간엔 아무한테도 주기 싫은 마음이 생기다가
마음을 다시 고쳐 잡는다.
각시야~~
나도 잘 말린 고사리를 나눠줄 땐
힘들었던 그 순간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시간이 다 해결해주니까.
시간이 흘러가지 않고 멈춘다면
잊어야 할 것들을 잊지를 못해서
생각만 해도 아주 끔찍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사리 말리기
여자아이라고 머리를 이쁘게 해야한다고
억지로 잡아 앉히지도 않았고
머리감기에 좋은 헤어스타일로 키웠다.
난 바보다.
왜 그렇게 사냐고 바보같이 산다고들 했다.ㅋㅋㅋ
지금도 난 바보야다.
한살이라도 젊을때 이쁘게 꾸미고 살아야지
나이들어서 꾸미면 아무리 좋게 꾸며도 티가 안 난다며
남편이 하자는대로 다 따라하지말고 좀 대들면서 살라고들 했다.
요즘 세상에
애기엄마처럼 누가 그렇게 사냐며
애들한테도 과자도 많이 사먹이고
옷도 좀 잘 입혀서 키우라고
집주인 아주머니들도 한 말씀하시고
친정엄마도 한 말씀하시고
시어머님, 시누님들도 한 말씀하셨지만
남편이 하자고 하는대로 살아보니
우리 가족들이 잘못 살아온것이 아니여서
엄마가 아빠말에 잘 따르고 살았더니
아빠가 이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단다.
딸들아~~
한번은 내가 정말 바보인가 싶어
아빠한테 대들었더니 되돌아온건 피박이더라.ㅋㅋㅋ
작은 딸 오늘이 네 생일이구나.
지난 휴일 저녁에 미리 생일상을 챙겨주고 보내서 마음이 편하다.
엊저녁에 비가 좀 내렸는데
흠뻑 내렸으면 좋으런만
먼지가 풀풀나던 밭들은 충분하지는 않아도
다음번에 충분히 내려 줄 비를 기대하고 참는다.
씨앗들이 흙에 묻혀 지내다 싹을 틔워 자라고 있다.
산벚꽃들이 높이 올라가고 감나무도 새순을 틔웠고
등나무꽃도 피던 날에
차나무에 차싹이 자라고 있다.
먹지도 못할 동백꽃잎을 물어보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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