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아지매집의 봄은 이런거라예~~

오키Oki 2005. 3. 9. 09:27

 

봄향기가 가득한 신선한 아침이다.

내가 찾는 정보화마을의 컴친구는 79세의 할아버지도 계신다.

서울에 사시다가 충북음성에 피난(요양)오셨다는데

할머님의 건강이 안좋으시다고 했다.

연세가 많으셔서 농사일은 못하시지만

컴을 배워 무료한 시간을 지낼수 있어 행복해 하신다.

디카도 가지고 계시다며 산악회원들과 등산길에 들고가면 인기짱으로

내홈에도 나들이 사진을 가끔 올려주시는 분이 있어

녹차아저씨는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몇개의 배너를 만들어 놓고

나에게 배너배달 명령을 내리고 산으로 갔다.

할아버지의 배너도 있기에 제일 먼저 올려놓고 왔다.

월요일부터 녹차아저씨는
산에 있는 차나무에 풀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산에도 봄이 빨리 찾아와 아지매 어서오이소~~~

손 짓해도 난 모르는 척 하고 있다.

녹차아저씨가 산각시와 놀고 있을때

녹차아저씨의 목욕물도끓여 놓고 기다리는데

봄볕이 따스한 시간에 불때기를 하면서...

무슨일을 할까?

집지을때 사용한 황토벽돌 부스러기를 모아 놓았는데
황토벽돌은 물이 닿으면 바로 황토가 되었다.

솥걸고 굴뚝 만들때 쓴다며 이곳에 보관했는데 다른곳으로 치워야 하기에...

녹차아저씨의 수고를 들어주자며 오랜만에 삽들고 운동을 했다.

삽질을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재미있지만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이다.

일도 재미로 해야 몸에도 무리가 덜 간다.

오후 1시에 돌아온 녹차아저씨 산으로 간지 이틀째다.

작년까지만 해도 산에서 돌아올땐 빈손이였는데... ㅎㅎㅎ

이젠 나무퉁거리 하나라도 들고 와야 할 형편...

그래도 지게는 놔두고 가서... 욕심 부리지 않는다.

당분간 녹차아저씨가 장작을 못패준다며

불넣으면서 주위에 있는 나무 주워다 때라는 명령이다.
 

울집에서 제일 먼저 핀 매화꽃인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송이만 피어 시선을 끌었다.

봄을 맞은 텃밭은 지난 가을이 있었기에...

물기가 있는 곳엔 쑥부쟁이도 봄을 맞았다.

겨울내내 쪼글어진 채로 달려있던 가지도 이제 뽑혀야 할 운명

부추밭이다. 부추는 없고 잡초만 겨울을 버텼지만
앞으로 부추도 고개를 내밀고 나올 기다림이 있기에 땅은 신비롭다.

이젠 쑥이 밥상으로 올라올 차례다.
당분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캐야 하겠지만
한자리에 앉아서 한소쿠리 가득 담길 그날은 천천히 오고있다.

밭에 돌아다니면 거짓말을 못한다.
미처 뽑히지 못한 도둑놈풀씨 옷자락에 달라 붙어 온다.

밭 다둘러 보다가 겨우 하나 발견했다. 그래도 심심하지 않도록 날 만들어 준다.

한가닥 어린차나무는 차씨가 떨어져 데굴데굴~~~

나홀로 텃밭에 자리를 잡고 자라도

녹차부부 날 어쩌지도 못하고 키우고 있다며 좋아한다.

녹차아저씨는 산으로

딸들은 학교로

봄사진 다 올려 놨으니

난 이제 봄향기 느끼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