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옇게 서리가 많이 내린 설날 아침
집아래 마을회관옆의 은행나무에서 까치도 울어댄다.
애들 데리고 아침일찍 출발해서 고향에 다녀오라고 했더니
방이 너무 뜨거워서 군불때기를 하루 걸렀었는데
뜨뜻하게 있으라며 군불을 지펴서 뜨신물을 팍팍 쓰고 갔다.
물을 빨리 데울거라고 5년동안 잘 말린 대나무를 아낌없이 쓴다.
차례를 지내는 아랫집들의 굴뚝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설음식이라고는 전하나 부치지 않는 우리집 굴뚝에서도 연기가 났다.
시댁이 거제도인데 설풍습이 좀 다르다.
같은 경상도이지만 부산에서 시집간 나는
결혼후 일주일만에 설명절을 맞았다.
설날아침에 차례를 지내는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작은설날 밤(자정)에 차례를 지낸다고 했다.
뒷집 친지는 작은설날 낮(정오)에 벌써 다 지냈다며
시부모님은 좀 늦다고 했다.
명절날에 지내는 차례는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거제도 사람을 만나 시집간 시누님도
부산에 살지만 작은 설날에 차례를 지낸다.
거제도만 설날에 차례를 지내는 시간이 다른데
왜 그시각에 차례를 지내는지 아직도 확실한 답을 못들었다.
제사도 지난밤에 벌써 다 지냈기에
시부모님께 세배만 드리고 온다고 급히 서두르지 않았다.
오후들어 흐려지는 날씨로 바뀌었다.
아침에 딸들에게 떡국 끓여서 먹여 보내고
홀로 남겨진 집에서
점심에 떡국을 끓여 먹었는데
이럴줄 아셨는지 이왕에 먹는 나이
그냥 먹지말고 떡국먹고 한살 먹으라고
농사지은 쌀로 떡국을 넉넉하게 하셨다며
우리가족 생각나서 부쳐준 떡국으로
너무도 조용하게 한살 먹는다.
우리집 작은 연못에 봄이 찾아왔다.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었다고 울어서 찾아가보니
언제 낳은지도 모르게 개구리알이 수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