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바위도 움직인다

오키Oki 2004. 12. 10. 07:27

 

일기를 적어야 하는데 자정까지 작은딸이 컴을 붙잡고 있어
3시 화장실 다녀오고 눈이 말똥 잠이 오지 않아 컴앞에 앉았다.

도시에 살다 고향이 용강마을인 60대 초반인 서울아줌마는
우리가 땅사두고 울산에 살고 있을때 터 닦아 집짓고 살고 있다.
우리마을에서 제일 부티난 집이였는데  
몇년전 뒤늦게 온돌방만 조그맣게 하나 따로 지어 잠만 잔다.
그곳에선 아침마다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른다.

아침에 하얗게 서리가 내렸지만
햇살은 봄날처럼 따스한게 12월에 보는 상추가 싱싱하다.
겨울에 먹는 노지상추 맛 입에 살살 녹는다.


봄날같이 포근하여 12월에 쑥이 파릇하다.

터닦기 공사를 한지 5년이 지났는데
그때 쓰러진 나무들이 아직도 섞지 않고 있다.
녹차아저씨는 산에 나무하러 가지 않고
우선 집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땔감으로 장만하고 있다.

큰바위 밑에 나무가 끼여 있는데 
나중에 나무가 섞어 내려 앉으면 바위가 움직일지도 모른다며
나무하다 말고 바위밑에 깔린 나무를 쪼개더니
녹차아저씨는 큰바위를 움직여 볼려고 했다.
욕심은 한번 굴러 주었으면 했지만
워낙 큰바위라 움직여 고정시켜 놓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렇게 끼인 나무도 결국엔 장작감으로...

포크레인도 덜어 갈수 없는 개울에 뭘로 움직일수 있을까?
녹차아저씨의 묘기는 지렛대다.
지렛대로 이쪽 저쪽 움직이고 돌을 받혀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바위도 두손두발 다 들고 움직여 준다.


옆으로 누웠던 바위가 일어나긴 했는데...


각시야 이걸로 만족해야 겠다.

당초에는 바위를 건드릴려고 한게 아니였는데
몇달만에 바위와 한판 놀았다.
날씨가 추웠으면 어림도 없을터인데
포근한 날씨 속에 별탈없이 끝낸게 천만 다행이다.
땔감이 두달치나 생겼다며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녹차아저씨의 미소가 있기 까진 말없는 지렛대도 알아 준다.
여러해동안 많은 바위를 움직였는데
쇳덩어리 지렛대가 다 닳았으니
둘이서 눈물, 콧물 쏟아 낸 고생 그누가 아랴.

녹차부부를 도와준 지렛대야 고맙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