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우리가 조금 힘들어도 행복해 진다면...

오키Oki 2004. 8. 16. 21:51

 

어제 오전에 비가 조금 왔는데 땅에 물도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내렸다.
적은 비에도 더위가 한풀 꺽여서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온종일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것 같은 꾸물꾸물한 날씨다.
여름내내 긴풀이 자란 차밭에 김매기엔 좋았는데 시원스럽게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강원도 원주 문막에 심산소녀학교가 있다.
지난해 여름에 정사모 오프라인때 다녀가신 이희범목사님이
그곳에서 소녀학생들에게
사람의 살아가는 도리와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가르치고 계신다.
말로만 가르치기엔 받아들이는 소녀들의 딱딱한 분위기도 바꿀겸
일곱명의 소녀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체험시켜 주기위해
일주일간 전국투어에 몸소 운전을 하시며 다니시는데 수요일에 우리집에도 오셨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화개동천의 맑은 물에 물놀이를 즐기고
초저녁에 도착한 소녀들은 며칠간의 피곤도 씻은듯 없어진 모습이였다.
물놀이로 젖은 옷을 각자 빨래를 해서 한낮에 열을 많이 받은 큰바위에 널어 놓고 저녁을 먹었다.

목사님이 사오신 삼겹살에 녹차잎을 넣어 녹차삼겹살 맛을 보여 주느라 두남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소녀들도 물놀이로 배고팠는지 녹차삼겹살을 구워내자 마자 금방 접시를 비워낸다.

맛있는 녹차삼겹살은 삼겹살이 반쯤 구워지면 녹차잎을 얹어 다시 익을때까지 굽는다.

 


녹차고장에 왔으니 녹차핫케익도 소녀들과 직접 만들어 보았다.
녹차만 먹고사는 우리식구들이 날씬한 이유를 알았다며 처음 접하는 녹차음식을 잘 먹었다.

목사님과 여선생님 한분이 같이 학생들을 보살피는데
생각보다 소녀들을 바르게 인도하기엔 어려움이 많지만
한순간의 실수와 잘못으로 자기자녀들을
가정에서 먼저 따뜻하게 맞아 주는 집들이 없다며
오갈때 없는 소녀들에게 6개월의 과정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그 이후엔 소녀들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더 이상 보살피지 못함을 미안해 하셨다.

아침일찍 진도로 출발하시겠다며 긴이야기 많이 나누지 못하고 새벽 1시에 취침했다.

목요일 아침부터 항공방제가 시작되어 부산스러웠다.
아침부터 마을에 체험동영상 촬영이 있다며 담당공무원이 봉사활동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동영상촬영하느라 녹차아저씨가 떠나는 소녀들에게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며 미안해 한다.
소녀들 떠나보내고 청소를 끝내놓고 빨래를 하는데 
시어머님과 막내시누이 가족들이 휴가라며 찾아 왔다.
시원한 새벽에 출발했다며 아침준비가 안된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무더위로 건강이 좋질 않으시다며 시아버님이 같이 오시지 못하자
저녁때 삼천포 큰집을 들러서 가시겠다고 했다.


 


 


우리마을에 여름봉사활동 나온 학생들이다.
녹차삼겹살 맛을 보여 주려고 했는데... 
일주일간 봉사활동으로 수고한 학생들에게 미안타. 
마을담당공무원이 삼겹살을 준비하면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한팀 보내고 아침부터 손님이 오시는 것을 보더니 
우리집에 손님이 끝이지 않는것을 알고
내가 힘들다며 학생들을 데리고 오질 않았다.

좀 편하나 했더니 막바지 휴가를 받고 찾아온 손님 일가족과
불시에 집구경하러 오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가족은 대기 상태다.
청소도 더 자주 해 두어야 하고 시원한 매실차 대접에...
마음내키면 녹차핫케익에...
마을담당공무원은
그많은 손님 대접에 우릴보고 무얼 먹고 사냐고 항상 걱정이다.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우린 있고 없음에 적음에 불평하지 않는다.
시누님이 사다준 냉동실이 텅비어 물만 얼리지만 고기 생선반찬은 못해줘도
우리가 밭에서 정성들여 가꾼 채소들로 건강음식 대접하면
오신 손님들 맛있게 먹고 가면 우린 그만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누구가 와도 일부러 장보러 가질 않는다.
우리집 철칙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것이다.

 


올여름 같이 무더운 날씨가 연속이긴 처음이다.
세들었던 좁은집에서 여름을 보냈다면 지옥이 따로 없었을 텐데

더운날씨에 무리해서 이사를 했지만 새집에서 여름을 보내니 그나마 시원하다.
많은 손님들 치레에 힘은 들어 쉽게 지치고
일할 의욕이 사라졌지만 찬바람불면 나아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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