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램대로 바람도 쉬어주는 금요일 차잎을 땄다.
놉아지매 네분은 용강산으로 나홀로
집에 있는 차밭에서 먼저 핀 것을 솎아 주었다.
놉아지매들을 산으로 모셔다 드린후 고사리를
조금 끊어다 놓고 돌작업을 하는지 쇳소리가 들린다.
개교기념일 행사를 마치고 집에 일찍
돌아온 큰딸이 아빠 일하는 모습 찍어둔 것을 보니
큰바위 옆에 큰돌을 갖다 붙여서 더 안정감이 들도록 해 놓았다.
하루 차잎을 땄더니 잠결에 빗소리도 잘 못듣다가
놉아지매의 전화로 잠을 깨어 비가 내리는 줄 알았다.
섬진강 건너편이여서 이곳에도 비가 오는지 알아본다.
강 하나를 사이로 날씨가 틀릴때도 있기에 차잎을 따야 되나 말아야되나
확인 전화를 안주셨다면 세상 모르고 둘다 잠에 빠졌을수도 있었을 텐데...
토요일 오후에 비가 내릴줄 알고 오전까지는 차잎을 딸 계획이였다.
ㅋㅋㅋ 산에서 하루는 궁금해서 물었다.
농사짓고 살아도 새벽에 눈이 안떠져서 못 일어나겠는데
아지매들 처럼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진짜 없어지냐고?
애들도 없고 딱히 저녁에 할일이 없으니
초저녁부터 일찍 잠들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고 한다.
맞는 갑다 우린 공부하는 딸들도 있고 일찍 자야 12시니까.
마당에는 자운영이 이제 피고 있다.
금낭화는 다른 봄꽃에 비해 오래도록 눈을 즐겁게 한다.
분홍 철쭉
다래도 꽃망울이 맺었다.
앵두나무의 푸른 열매는 5월 중순에 빨갛게 익는다.
철쭉 속에 박힌 차나무에 새순 차잎만 연두빛을 낸다.
비 그친 오후 늦게 뭘하려는지 장갑은 챙겨들고 나서본다.
뽕나무
봄상추 싹이 올라오고 있다.
돌담에 박힌 철쭉
감자싹도 띄엄띄엄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빗물이 씻겨 주어도 다시 물조리개를 들었다.
작은 밭 두곳에는 콩을 놉아지매한테 얻은 콩을 심었단다.
이번주에는 호박, 오이, 박, 옥수수도 심어 놨는데
어디에 심었는지 나중에 줄기가 뻗어나와 봐야 알겠다.
이곳도 놉아지매들 밥상이 될자리여서 깨끗이 씻어 놓는다.
녹차아저씨가 올해는 우짠일로 저곳에서 자꾸 맴돌고 있다.
항아리와 풀
녹차가 끝날때까진 어쩔수 없이 이렇게 지내야 할것 같다.
화개골은 흙보다 돌이 많아도 다 먹고 살도록 만들어 준다.
녹차도 바위틈에 붙어 자라는게 더 빨리 피는데 돌이라서 쓸모없는게 없다.
열흘전에 불린 강낭콩을 풀속에 심었는데
새들이 알았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콩싹이 안보인다.
올해는 늦게 윤달이 있어 차잎이 늦게 피는 셈이다.
아직 잘 전지된 차밭에는 차잎을 못따고 있다.
한번도 차잎을 못따고 있는 농가가 있어도
농협수매 생옆가격은 억수로 떨어졌는데
타산이 안맞다고 일찍 티백으로 잘라 팔려고
차잎이 올라오기도 전에 손봐 놓는 차밭도 있다.
우린 몇년전부터 농협수매가가와 상관없지만 그동안
사람이 먹는 먹거리 옳게 길러내는 목적으로만 버텼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냐며 손가락질 받아가며
참아 낸것이 이젠 오히려 득이 되고 있다.
우리 놉아지매들도 예전엔 제발 비료 좀 뿌리라고 하셨다.
차잎 무게가 안나간다며 다음엔 안온다는 협박 섞인 잔소리도
하시다가 비료 안준 차잎을 농협보다 일만원 더 웃돈을 받아서
노임에 지장이 없도록 해드리자 비료이야긴 일절 안 끄내었다.
지금 절기가 늦어서 차잎이 더디게 피는 데다
차생옆을 농협이나 제다회사에 수매하는 농가는
주인이 조금 따다 팔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놉아지매들은 산이 험하고 힘들어서 다리가 아파도
용돈 벌어 쓸 수있고 어린이날 손주들 과자라도 사줄거라며
아들 며느리 도와주는 기분으로 나오시기에 고맙다.
휴일이여도 차잎을 따야 하는데 이렇게 늦게야 잠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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