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아빠의 고향 더듬기

오키Oki 2006. 3. 1. 02:00

지난 밤은 시댁에서 40년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님의 제사를 모셨다.

봄방학중인 두딸을 데리고 갈 수 있었는데

이 기회를 이용하여 아빠의 고향 더듬기에 나섰다.

 

오후부터 비소식이 있다더니

거제도는 아침부터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졌다.

그래도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길래 마음먹은 김에 성묘길에 나섰다.

 

 

녹차아저씨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연초면 이목마을이다.

현재 저수지가 되어 녹차아저씨가 20살이 채 못 되었을때 이주해 나왔다.

 

고향 선산에 시조부님의 산소도 있지만

시어머님의 산소는 더 멀리 쓴바람에

가는 길도 어렵고하여 자주 찾아 뵙지 못했다.

 

나도 몇번 안되어서 찾아가라면 어디가 어딘지 못찾겠고

애들도 기억이 어렴풋하여 이번에는 확실하게 익혀두자고 했다.

 

 

 

 

할머니를 뵈러가는 길이 험하고 멀어도 좋기만 하다.

빗방울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 쌀쌀하기는 하지만

손녀들이 찾아올줄 알고 할머니가 비를 붙잡아 두는 듯했다.

 

 


 

 

찾는 이 없어 가시덤불이였을 길인데

벌초때에 낸 길로 기억을 더듬으며 아비가 앞장서서 간다.

 

 


 

 

아이가 셋이라고 해서 재혼을 와보니까 여섯이더라며...

6살부터 15살이였던 6남매를 길러 주신

지금의 시어머님도 함께 성묘길에 나셨는데

옛 추억을 모자는 더듬었다.

 

 

 

 

 

"성님 우짜든지 자식들 몸 성하게 해주고 잘 돌봐주이소~~"

나란히 선 시어머님의 주문에

자꾸만 낮아져가는 시어머님의 산소에서 다같이 절을 올렸다.

 

 

 

 

 

아빠 여긴...

엄마가 한복입고 찍었던 곳이네...라며

결혼사진에서 본 억새밭을 딸들도 알아 본다.

 

 

 

 

 

결혼을 해서 시어머님께 첫인사를 드리고 내려오다

만났던 억새밭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던 그자리에

반가워서 18년만에 다시 서 봤는데 우리 두사람만 변했다.

 

 


 

 

18년전 그날은 며느리 한복이 더럽혀질까 몸빼를 준비해주셨는데

벌써 할머니보다 더 키큰 손녀가 둘이 있고...

 

 

 

 

저수지가 되어 고향을 떠나

버릴수 밖에 없었던 현장을 딸에게 보여준다.

 

 

 

 

지금은 찾는이 없어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거제도여서

한 10년후엔 이목저수지 주변이 개발되어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나들수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수지에 물이 빠져서 28년전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발견했다.

멧돌인데 삭아서 부셔지긴 했지만

멧돌 한 가운데에는 아직도 나무가 박힌 채로 있었다.

 

 

 

 

 

물빠진 저수지에서 50m 위쪽엔 녹차아저씨가 살았던 집터가 있었다. 

집터 아래까지 물이 잠겨 다행하게 발을 디뎌볼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딸들은 아빠와 나란히 서고 보니

손주도 예외없이 아침에 나무를 한짐 해놓아야만  

학교에 보내준 호랑이처럼 무서웠던 증조할아버지가 계셔서

학교에 늦지 않을려고 검정 고무신 두짝 손에 쥐고

달려가는 아빠도 그려본다.

 

 

 

 

 

호랑이 증조할아버지께도 절을 올리고

낳아주신 할머니께도 절을 올렸는데

항상 착한 사람한테는 돌멩이도 피해서 간다고

일러주셨던 우리 아빠의 정신적인 지주역활을 해주신

증조할머니의 산소가 저수지 건너편에 있다는데

공사를 한다고 통로를 막아서 못가니 아쉬움을 남겼다.

 

 

 

 

 

거제도여서 바다가 당연히 있었는줄 알았는데

아빠가 자란곳은 바다가 눈꼽만큼도 볼수 없었던 산촌이였다.

 

바다고기를 먹을려면 시할머니와 걸어서 산을 너머

전김영삼 대통령생가 마을에 가서 가져간 양식과

바꿔서 먹었다는 옛 얘기를 들으며 어린시절 아빠가

걸었던 그 길을 나와 딸들도 그리워할수 있기 바란다.

 

 

 

 

 

 

비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내일도 비와 눈이 내린다고 하여 궁둥이가 뜨겁도록

군불을 지펴주니 늦은 밤 빗소리 친구삼아 몇자 적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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