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변에 있는 높고 낮은 돌담
사방에서 마삭줄 꽃향기가 진동한다.
하얀 꽃잎이 바람개비 모양으로
돌돌 말리어 가는 과정도 신기하다.
휴일에 놀러 온 화개골의 지인들도
맘껏 꽃향기를 맡고 갔다.
상수리나무 한 중간에다 물까치 둥지가 지어졌다.
지금 둥지에선 어미 새가 여러 날 알을 품고 있는데
둥지 밖으로 꼬리가 삐져나와서 물까치 둥지란 걸 안다.
작년까지 아래쪽 대밭에서 집단적으로 둥지를 만들다가
올해부턴 집주변 나무 여러 그루에 둥지가 지어져있다.
큰 새들이 위쪽으로 올라와 둥지를 만들어 놓고 날아다니자
딱새나 작은 새들은 지어놓은 둥지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갔는지 눈에 띄질 않는다.
열무를 뽑아낸 자리에는 고추 모종이 자란다.
엊그제 약간의 비를 조금 맞은 것 밖에 없는
물앵두가 달아서 조청 같은 맛이다.
새들과 같이 먹는데
내 손이 닿질 않자 남편이 가지를 휘어주어서
엄청 따 먹었다.
항아리 뒤편의 물앵두가 제일 맛있다.
암석에서 자란 나무여서 새들도 젤 많이 따 먹는 곳이다.
달콤한 물앵두로 잼을 만들기로 한다.
오늘부터 남편은 예초기로 차 나무를 전지한다.
일 년 동안 아침 식량이 되는 녹차 만들기도 끝났으니
다음을 기약하는 밑거름이 되어준다.
-스위즈 지음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같음'을 추구하고
남과 다른 것을 두려워하는 중국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도 대부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도 결혼 전에는 다르게 사는 방식보다는
남들이 하는 대로 하면 편한 '같음'을 추구하다가
태양인 체질의 남편을 만나 유별나게 사는 사람이 되었다.
시어머님은 예전에 고향에 내려가면
항상 우리더러 참 유별나게 산다고 하셨는데
이젠 치매에 걸리셔서 유별나다는 단어를
잊어버리신 것 같았다.
남편과 내 손을 잡아보시곤
무슨 일을 하는데 손이 왜 이리 거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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