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푸르름이 가득하기도 하지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처님 오신 날 등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귀농해 살면서 매해 돌아오는 5월은
나와 남편에겐 마음이 조금 불편한 달이었다.
우리 고장에서 5월은
한 해 중에서 가장 바쁜
녹차 나무의 찻잎을 따고 만드는 시기여서
어린이날이어도 딸들과 함께 놀러 가질 못했고
어버이날이어도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였다.
작은딸의 생일이 5월에 있어 늘 바빴던 탓에
마음 편하게 생일상을 챙겨주지 못했고
시어머니 생신도 초파일 이틀 앞이어서
바쁘다는 핑계로 용돈만 부쳐드리고 말았다.
이젠 우리가 농산물 판매를 모두 그만두었더니
코로나19가 생겨 사회적 거리 두기로
연로하신 시어머님을 찾아뵙지 못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완화된 이번 기회로
인천에서 막내딸 내외와 함께 사시는
시어머니를 뵙기로 하였다.
5월 5일부터 연휴를 받았다고 하여
큰딸 내외와 작은딸 내외가 결혼을 하고서도
할머니를 뵙지 못하였기에 부산에서 출발하고
우리 부부도 출발해서 인천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인천까지 초행길로 네비 없이 찾아가느라 애를 먹었지만
다음날 생신이신 시어머님을 만나 뵙고
축하를 해드리고 나니 피로한 몸과 마음도 어느새 확 풀렸다.
조카사위들을 맞아 맛있는 횟감이며
꽃게찜 등 푸짐하게 대접받은 것도 감사한데
87세 얌전한 치매라며 시누 남편과 시어머님은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 잘 지낸다고 한다.
살아생전 잘 계신 모습을 보고서 마음 푹 놓고
모두 하동에 도착하니 새벽 한 시
몸은 좀 고되어도 참 마음 편한 날이었다.
작년 여름날의 매미 허물이
편백 잎에 얼마나 꼭 붙들어 매달렸는지
이듬해 봄날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싱그러움이 가득한 봄날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
다른 나뭇잎도 따야 하는 시기에
녹차만 매달릴 수 없어
이틀만 따서 차를 덖었다.
올해 역사 인물 토론을 두 번 했는데
독서토론이 좋겠다고 하여 처음으로 독서토론을 하였다.
5월은 바쁜 달이여서 얇은 책을 고르라고 했더니
자본주의를 잘 설명해 주는 책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귀농해서는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데
역사인물 토론 덕분으로
사극 태종 이방원을 다 챙겨 봤다.
세종은 아버지 태종에게 권력에서 손을 놓고
하루를 사시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다 가시길 원했지만...
내가 주인이 되는 사는 삶과 타인이 원하는 삶?
자본주의는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그게 편한 삶으로 좋은 삶이라고 교묘하게 속인다.
물앵두가 빨갛게 잘 익을 동안 비가 안 내려
올해 물앵두가 유난히 달고 맛있다.
새들이 풍부하게 먹고도 남으니 요즘 한창
새끼 길러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자식들이 다녀갈 때 열무를 한번 솎아서
김치를 담갔는데 어느새 꽃대가 생겨서
남았던 것을 모조리 뽑아내기로 한다.
열무 사이에 고추 모종을 심었었는데
고추 모종이 열무에 파묻혔다가
이젠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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