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오월, 뷰티풀 라이프

오키Oki 2021. 5. 12. 23:20

-라이언 홀리데이 『하루 10분, 내 인생의 재발견』에서

귀농해서 우리 부부는 

초창기 몇 년 간은 산과 들로

찻잎 따는 일을 한 달 반 동안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찻잎만 따면서 봄날을 보냈다.

 

차나무의 찻잎만 바라보며 

봄볕에 손이 시커멓게 그을려가며

쉴 새 없이 따내는 일로 지루할 법한데

지금 생각해도 잘 버티었다고. 

 

2017년 5월 봄날 하루는 

직장생활을 하는 딸들과 

찻잎을 따서 같이 거들며 

녹차 만들기를 하였는데

그날 차밭에서 찻잎 따는 장면이 

우리 가족의 마지막 추억이 되었다. 

 

작은딸
큰딸

사돈댁에는 어린이날에 미리 

다녀왔다며 어버이날을 친정에서 

함께 하겠다고 금요일 밤늦게 

큰딸 부부와 작은딸이 도착했다.

 

주말 토요일의 어버이날은 

아침부터 미세먼지가 심하여 

푹 자고 일어나서 둘러보는데

오전 10시부터 미세먼지가 많이 사라져 

빨갛게 익은 물앵두가 사위를 반겨준다.

 

5월 중순 때쯤 익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봄꽃들이 유난히 일찍 피었고 

물앵두도 특별나게 일찍 익었다.

휘영청 늘어진 가지마다 

날마다 새들이 따 먹는데

사위가 먹을 복이 있어 

물앵두가 단맛이 들었는데 

를 잘 골라서 온 셈이다.

 

도시에서 성장해서 결혼했기에

녹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체험을 해보고 싶다고 하여

우선 찻잎부터 따서 오라고 하였더니

정말로 쉬지 않고 두 시간을 땄다.

 

찻잎 무게가 3킬로그램이 넘어서 

한 번 덖어 낼 양이 되었다.

소쿠리 무게는 500그램

 

뜨거운 가마솥에서 덖어내야 하기에 구경만...

 

열기를 식힌 찻잎은 

수분 제거를 위해 비비기와 털어주기

 

비비기는 손목 힘이 강한 사위가  

잘 털어주는 일은 섬세한 큰딸이 

 

그늘에서 1차 말리기

 

찻잎을 따느라 수고한 자식들을 위해

생찻잎을 넣은 삼겹살 굽기는

아빠가 전담하였다.

 

사위는 처음 먹어보는 녹차 삼겹살이

너무 맛있어서 밥 먹는 것도 잊고

고기만 먹었다.

 

다음날 일요일 햇볕에 2차 말리기

점심 먹고 바짝 마른 찻잎은 

라면 끓일 때, 수육 삶을 때 등

생선 비린내나 육고기 잡내를 없앨 때

요리에 사용한다며 모두 담아 갔다.

 

공기가 달달 신선해서 참 좋다!

 

커피의 향과 맛에 길들어서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방송으로만 보던 녹차 만들기를

직접 찻잎 따서 만드는 과정에 참여해보니

한 잎 한 잎이 다 귀하고 정성이 들어가

도시생활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녹차를 마시겠다고 다짐하였다.

 

빨갛던 물앵두 나무는 

무거웠던 가지가 몹시 가벼워졌다.

'추억은 방울방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노고단  (0) 2021.10.24
여수 밤바다가 보고 싶어서...  (0) 2021.07.22
스몰 웨딩  (0) 2021.02.08
이것도 다 추억이다  (0) 2021.01.15
얘야, 시집가거라~~  (0) 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