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를 잘 이겨내고 새봄을 맞아 피어난 매화꽃아! 고맙다.
나는 감사함의 공간에 살며 그로 인해 적어도 백만 번은 보답을 받았다. 소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고, 더 많이 감사할수록 내가 받는 은혜 또한 풍부해졌다. 그 이유는 우리가 관심을 보내면 그 관심의 대상은 더 크고 넓어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삶에서 좋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면 더 많은 좋은 것들이 딸려 나온다. 나는 확신한다. - 오프라 윈프리『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전성수 지음『최고의 공부법』에서 -
노벨상 30% 소통 · 질문 · 토론의 공부
유대인 하브루타의 비밀
전성수
서울교대, 서울대 대학원, 한국교원대 대학원, 홍익대 대학원 등을 졸업하고 교육학 박사를 받았다. 유아, 초등, 중고등, 대학 교육을 모두 체험한 그는 한국 교육을 매우 광범위하게 경험하면서 그 심각성을 직시했다. '듣고 외우고 시험보고 잊어버리고'를 반복하는 한국 교육을 바꾸기 위해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교육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부모라면 유대인처럼 하브루타로 교육하라』,『자녀교육혁명 하브루타』,『질문하는 공부법 하브루타』등이 있다. 현재 부천 대학교 교수, 하부르타 교육협회장, 하브루타 교육연구소장, 한국마음치료연구소 자문위원, 한국청소년연맹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의 미래, 공부 방법에 달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잠자는 시간 빼놓고 어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까? 학교다.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학 졸업할 때까지 20년 동안 공부를 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태교를 하고, 태어나자마자 요람 옆에 한글, 영어 알파벳과 숫자공부로 끊임없이 공부를 한다.
장기간에 걸친 공부는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20년 동안은 가치관이 형성되고, 습관이 만들어지고, 인성이 개발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므로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느냐는 그 나머지 삶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공부는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의나 질병만으로 습득하기는 어렵다. 혼자 하는 공부는 외부와 단절되어 사람과 소통하기 어렵게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공부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다.
위의 빈칸을 채워 넣어 공부에 대한 평소 생각을 써 보자.
공부는 '엉덩이 싸움'일까? 우리는 공부를 외우는 것,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 혼자 책과 씨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공부는 인내하는 것이고, 견디는 것이다. '사당오락'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공부할 때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공부에 대한 격언 중 재미있는 말들이 있다.
'한 시간 더 공부하면 남편(아내) 얼굴이 바뀐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몰라도 성공은 성적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죽어라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이 격언들의 공통점은 공부는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오래 할수록 좋고, 혼자 해야 하며,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학생들의 책상 앞에 가장 많이 붙어 있는 말은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라는 말일 것이다. 공부는 인내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다. 평생 동안 공부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견디고 인내해야 하는 공부를 평생동안 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주변에 독서실이 참 많았다. 그런데 요즘 독서실들이 많이 사라졌다. 혼자 힘들게 책과씨름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가지 않게 되고, 그래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좁은 칸막이가 약간 넓어지면 고시원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상 앞에 앉아 혼자 책과 씨름하면서 공부할수록 출세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을 비롯하여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등 모두 혼자 오랫동안 책과 씨름해야 가능하다. 이렇게 공부해서 우리의 지도자들이 된다. 그래서 소통할 줄을 모른다.
우리나라와 유대인을 비교했을 때 우리는 지능도 유대인보다 앞서고, 공부하는 시간도 훨씬 길고, 부모의 교육열도 기러기 아빠가 없는 유대인보다 높고, 교사의 수준도 뛰어나다. 그런데 노벨상을 받은 유대인들은 200여 명인데 우리는 평화상 딱 1명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공부 방법 때문이다. 우리의 공부는 '듣고 외우고 시험 보고 잊어버리는' 공부다. 혼자 책과 씨름하고, 교사의 강의나 설명을 듣는 것이다. 교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조용히 해, 시끄러워, 떠들지 마"이다. 교실은 조용히 하는 곳이고,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가장 많이 붙어 있는 말은 '정숙'과 '조용히'이다.
우리는 공부 방법 하나만 바꿔도 유대인을 앞설 수 있다. 다른 모든 것들은 유대인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노벨상 30%를 차지하고 아이비리그 입학률 30%를 차지하며 법률, 언론, 금융, 경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어느 누구하고도 질문하고 대화, 토론, 논쟁하는 공부 문화에 있다. 이렇게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 토론, 논쟁하는 것을 '하브루타'라고 한다.
친구와 떠들면서 대화, 토론, 논쟁을 하면 공부가 즐겁다. 질문과 토론은 뇌를 격동시킨다.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안목과 통찰력, 지혜, 창의성이 생긴다. 다양한 관점의 사고가 가능해져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해답을 갖게 된다.
더불어 친구와 떠들면서 공부하면 모든 인성 문제가 해결된다. 소통, 경청, 배려, 사회성 등이 저절로 길러진다. 그러면서 왕따나 여러 가지 청소년 문제가 줄어든다. 집에서 가족끼리 대화하면 대부분의 가정 문제가 해결되면서 행복이 찾아온다. '하브루타'는 유대인들이 3800년 역사를 통해 그 효과를 이미 증명해 놓았다.
자녀와의 관계성이든, 자녀의 사고력 신장이든, 가치관 정립이든, 행복한 가족 관계는 모두 '하브루타'로 가능하다. 대화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자 가장 경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언어의 의미를 파악해내는 힘이 핵심이다. 책 읽기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브루타는 뇌를 격동시켜 최강의 뇌로 만든다. 하브루타는 관계성을 높여 가족들 사이를 행복하게 만들고 사고력을 높여 성공하게 만든다.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로 만든다는 점이다. 교과서에 있는 정답을 외워 정답을 찾는 시험만 계속 보다 보니 외우는 것은 할 줄 알아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스타 강사는 학생들의 생각을 최소화시키고 정답을 족집게처럼 빨리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떤 미래가 있겠는가? 생각을 즐기는 민족의 미래와 생각하기를 가장 싫어하는 민족의 미래를 한번 생각해보자. 질문과 토론은 생각해야 할 수 있다.
'하브루타'는 우리에게 있어 모든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교육혁명에 해당한다. '하부루타'는 우리가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행복과 성공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핵심이다. 더불어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창의성을 본질적으로 개발시키며, 모든 문제를 가정에서 의논하고 토론하게 함으로써 마음속에 분노가 쌓이지 않게 하는 인성 교육에 가장 탁월한 방법이다.
아주 단순하게 이 개념은 지식을 지혜와 고등 사고력으로, 암기에서 토론으로, 성적을 실력으로, 하나의 정답을 다양한 해답으로, 드는 교육을 묻는 교육으로, 고립된 공부를 소통하는 공부로, 지겨운 공부를 즐거운 공부로, 타율적인 교육에서 자기 주도적 공부로 바꾸는 핵심 비결이다. 하브루타는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데 정작 공부를 싫어하게 만들고 국제 올림피아드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와 관련된 노벨상은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이다. 자녀들의 교육에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키우지만 정작 그 자녀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부모들에 대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하브루타는 한국 교육을 바꾸는 핵심 키워드다.
미국에 유학을 가거나 이민 2세들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했다는 뉴스를 자주 듣는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접 미국 명문대에 들어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조기 이민에 기러기 아빠까지 자처해서 어렵게 들어간 아이비리그 대학을 중도에 거의 절반 가까이가 그만두고 있다. 또 대학에서 중도에 탈락하지 않고 졸업을 하더라도 미국 주류 사회에 진출하여 정착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사 진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몇 년을 못 넘기고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부모를 돕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것은 통계가 보여준다. <포춘>에 의하면 한국인이 미국의 500대 기업에 간부로 일하는 경우는 0.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유대계는 41.5%, 인도계는 10%, 중국계는 5%를 차지한다. 유대인이 우리의 140배이고, 인도인은 우리의 33배에 해당한다.
이런 결과가 왜 생긴 것일까? 성적에만 매달리고 지식을 쌓는 데만 신경을 쓰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데만 집중했지.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고 협상하면서 살아가는 인간관계 능력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관계의 기본은 자녀와 부모 사이이고, 가족끼리 관계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 사회에 나가서도 다른 사람과 대인 관계를 하기 어렵다. 하브루타는 인성과 창의성에 탁월한 교육 방법이다. 토론 교육은 학습자의 인지적, 창의적, 사회적 학습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아이디어 산출, 개선과 수정, 보완과 결합 등의 창의적인 특성들을 자극해서 싹 틔운다.
우리는 그동안 100m 달리기처럼 공부를 해왔지만 이제 빨리 빨리의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공부 방법을 바꾸는데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설명하는 것을 듣고, 혼자 책과 씨름하는 공부는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들 뿐이다. 그렇게 외운 지식들은 이제 스마트폰 하나면 모두 해결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브루타'를 한국에 소개한 지 2년이 안 되어 '하브루타교육협회'가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하브루타교육사 자격증이 생기고, 하브루타교육협회 지회가 생기고 있다. 하브루타는 이제 가정과 학교, 사회를 바꾸는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한국 교육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바란다면 그 실천은 '지금부터, 나부터, 할 수 있는 것 부터'이다.
4개 신호등의 순서는?
4개 신호등의 순서를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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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호등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본다.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마다 보고, 교차로에서도 본다. 특히 운전자는 신호등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신호등은 2개, 3개, 4개짜리 3종류가 있다. 초록, 빨강, 주황, 좌회전 4개의 신호등 순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생각하며 써 보자.
우리는 수천 번, 수만 번 신호등을 보았다. 그러면 신호등이 당연히 기억이 나야 한다. 그런데 기억이 잘 나는가?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 우리는 수만 번 본 신호등의 순서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신호등을 보며 왜 신호등을 그린 순서로 만들었는지 전혀 질문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모든 공부의 소재를 생활 주변에서 찾는다. 그들은 신호등을 보여주고, 왜 그런 순서로 배치했는지 원리를 찾아내는 토론을 한다. 토론을 한 다음 발표한다. 서로 여러 가지 다른 생각들을 나누는 것이다.
교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안전의 반대말은 위험이다. 위험을 먼저 경고해야 한다. 그래서 신호등 배치의 원리는 '위험 → 안전'이다. 이 원리만 알고 있으면 신호등의 순서는 외울 필요가 없다. 2개의 신호등은 위험을 나타내는 빨강에서 안전의 초록 순으로 배치가 되고, 3개는 그 가운데에 주의 경고인 주황이 들어간다. 그럼 4개의 신호등 순서는 금방 나온다. 위험인 빨강, 주의 경고인 할 주황, 2개의 안전인 초록, 2개의 신호등 중에서는 더 안전한 것이 둥근 초록이므로 그 앞에 좌회전 신호를 배치해서 빨강 → 주황 → 좌회전 → 초록의 순서가 된다.
우리는 신호등의 순서를 외워도 1개월 후에 물으면 기억해서 말해서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리만 알고 있다면 외울 필요도 없이 10년 후에 물어도 순서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 때 기억나는 것
초등학교 6년 동안 기억나는 것 3가지만 써 보자.
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자신이 쓴 3가지를 유심히 살펴보자. 어떤 것들이 기억났는가?
우리가 쓴 것들은 대부분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들일 것이다. 초등학생 때 직접 했거나 당했던 것들이다. 소풍을 갔거나, 수학여행을 갔거나, 운동회 때 있었던 일이나, 매를 맞았거나, 벌을 섰거나, 화장실 청소를 했던 일 등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들이다.
자신이 쓴 것 중에 6년 동안 선생님에게 듣고 배웠던 내용이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보자. 초등학교 6년 동안 우리는 여러 선생님으로부터 수도 없이 많은 내용을 듣고 배웠고 외웠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해서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마도 썼다 하더라도 구구단이나 그림 글긴 일, 연주를 한 일 등 자신이 직접했던 일들이 것이다.
왜 우리는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직접 경험한 일들을 기억에 남을까?
교육은 삶의 일부이고, 삶의 직결될수록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삶 속에서 쓸모가 없고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직접 체험한 일만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아이들이 직접 말하고, 만지고, 체험한 것만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 그래서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말로 표현하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체험한 것만 학생 것이 때문이다.
듣고 외우고 시험 보고 잊어버리고
우리의 교육은 한마디로 '듣고 외우고 시험 보고 잊어버리고'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우리의 교육은 그 어디를 가나 계속 듣는 교육이다. 교실에서 10년이 넘도록 학생은 선생님에게 설명을 듣는다. 학원에서도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받아 적는다. 강의실에서 교수님에게 계속 강의와 설명을 앉아서 듣는다. 세미나에서 발표를 계속해서 듣기만 한다. 교실, 강의실, 세미나장에서도 질문은 거의 없다. 질문을 하면 설명할 시간을 잡아먹고 교사를 귀찮게 하는 학생 취급을 받는다.
사법고시, 행정고시가 그렇고, 임용고시 모두 그렇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그렇고,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그렇다. 어디서나 교사, 교수, 강사로부터 설명이나 강의를 듣는다. 그런 다음 시험이 다가오면 외운다. 시험을 본다. 그런 다음 거의 잊어버린다. 우리는 왜 잊어버릴 공부를 하는 것일까?
이제 행정고시든 사법고시든 많이 외운 사람을 선발해서는 안 된다. 법에 대한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지만, 법전의 모든 것을 외울 수도 없고, 외울 필요도 없다. 외우는 것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 사람이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있는지, 돈이나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객관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는지, 얼마나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모든 공부는 그런 능력을 기르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공부가 시험을 보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오직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공부한다. 그래서 학교는 시험 준비 기관이 되어 버리고, 교사는 시험을 준비시키는 사람이 되었다. 학교가 시험 대비 기관이고, 교사가 시험을 잘 보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하면 동의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그렇다. 학생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하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끝나면 책을 불태워 버린다. 책은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싫다는 것이다. 아마도 대학입시 시험을 보고 책을 불태우는 민족은 한국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조용히 해!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조용히 해'라는 말이다. 교사가 가장 많이 쓰는 말 3종 세트가 있다. '조용히 해, 떠들지 마, 시끄러워'이다. 거기에 하나 더 붙인다면 '쉿!'이다. 그와 더불어 학생들에게 많이 쓰는 말은 '집중해!', '정신 차려!', '알았지?', '이해했나?' 등과 같은 말이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교사가 쓰는 말은 모두 '조용히 하고 내 말을 잘 들어'를 강조하는 말들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는 순간 아이들의 생각이 멈출 수 있다. 아이들이 말을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읻. 선생님이 말을 통해 설명을 하면 학생들은 들을 수밖에 없다. 들으면서는 잘 집중이 되지 않는다. 다른 생각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전혀 듣고 있지 않으면서도 듣고 있는 척할 수 있다.
아이들이 집중해서 듣는다 하더라도 들은 지식들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금방 잊는다. 들은 지식들은 머릿속으로 잘 정리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말을 하면 정리해서 말할 수 밖에 없다. 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이고, 이는 듣는 것보다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예전에는 암기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책에 있는 내용을 일일이 찾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 대회에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하나면 암기하는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모르거나 잘 생각이 안 나면 바로 찾아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는 암기력이 아니라 안목과 통찰력, 창의성 등 고등 사고력이 가장 중요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런 창의력과 소통, 협력하는 능력은 대화와 토론의 교육으로만 기를 수 있는 것들이다. 학생들이 앞만 보면서 듣기만 해서는 기를 수 없는 능력이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4C
미국경영연합회AMA에서 세계 유수한 기업들의 2000명이 넘는 관리자와 고위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세계경제에서 살아남고 앞으로 더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미래의 전문 인력들이 갖추어야 할 기술과 경쟁력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것이다. 설문 조사의 결론은 전통적인 학과 교과목이라 할 수 있는 읽기, 쓰기, 셈하기로 통칭되는 소위 3R에 정통해야 하는 것을 기본으로 꼽았다.
이런 기본적인 능력에 더하여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Critical thinking and problem solving, 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과 혁신Creativity and innovation 등 소위 4C 능력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고 조사되었다. 즉, 지식을 수동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거나 협력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거나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방향성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성, 협력 능력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고위 경영진들은 현재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4C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세계화되는 고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4C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AMA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4C 능력은 회사 조직 내에서도 직책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중요하게 요구 되었다. 이를 매년 실시하는 사원들에 대한 업무 능력 평가에는 직접 적용시켜 임금 인상이나 승진에 반영하기도 했다.
경영진들은 21세기에 4C 중에서도 어떤 능력을 가장 중시할까?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소통 능력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비판적 사고력, 협력, 창의성 순으로 꼽았다. 이와 같은 평가 기준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똑같이 적용한다. 즉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다. 효과적인 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협동심이 떨어지며 비판적 사고 및 문제 해결 능력이 약하면 21세기를 살아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학교 공부만 잘해서는 앞으로의 세상이 필요로 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지식의 습득 능력도 중요하지만 지식의 활용을 통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우대받는 3R과 4C를 잘 조화시킨 인재가 21세기에 필요하다.
이러한 4C 능력이 최근 들어 새삼스레 강조된 이유는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바뀌고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문 분야가 더욱 다양해지고 깊이가 더해 감에 따라 이제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조직의 역량이 강조되는 업무의 특성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모든 업무가 더욱 분화 및 심화되고, 회사의 조직도는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함께 일을 해서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어 무엇보다도 4C 능력이 중요해졌다.
4C 능력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쉽고 아직 자신의 일에 대한 패턴과 습관이 형성되기 전인 어린 학생 때 길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새로운 시대의 인재 양성을 위하여 지금 각 나라들은 가르치고 배우는 기술을 학생들의 4C 능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교과과정과 교육 활동의 패러다임을 개선하는데 투자를 늘리고 있다.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이제 정보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다. 보편화되는 정보를 창조적으로 재활용하여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차세대 인재 양성 교육이 시급하다.
생각을 해야 뇌가 연결된다
공부는 뇌가 하는 것이다. 뇌를 모르고서 교육이든, 학습이든, 공부든 논 할 수 없다. 뇌에는 1000억 개의 뉴런이 있다. 이런 뉴런들을 서로 연결하는 작업을 시냅스가 한다. 하나의 뉴련은 1만여 개에 이르는 수상돌기 가지를 뻗을 수 있다. 뇌 안에서는 1000억을 만 번 곱하는 것이다. 뇌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긴밀하고 정밀하고 복잡한지 알 수 있다. 이런 뇌의 네트워크로 우리는 공부한다.
이렇게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시냅스 연결 덕분에 뇌는 감각기관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온갖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수십 년에 걸쳐 기억과 얼굴과 장소를 저장하여 언어를 학습하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독특한 방식으로 정보를 조합할 수 있다.
신생아의 뉴런은 성숙한 상태가 아니다. 신생아의 촉색돌기 중에는 미엘린으로 충분히 감싸지 않은 것이 많으며 뉴런들끼리 거의 연결되어 있지도 않다. 따라서 대뇌피질 영역은 대부분 활동 없이 조용하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적인 것은 생체 기능을 조절하는 뇌간과 움직임을 담당하는 소뇌이다. 태어나면서 급격하게 뇌의 연결망은 늘어나게 된다. 뇌의 무게를 3~4배로 늘릴 정도로 연결망이 촘촘해진다.
아이가 사춘기에 이르면 뉴런이 연결되는 속도는 점차 느려지며 대신 다른 2가지 과정이 시작된다. 뇌가 기존에 형성된 뉴런 연결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잘라내 버릴 것인지를 경험을 토대로 선택한다.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연결은 고착되고 유용하지 않은 연결은 제거되는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일생 동안 계속되지만, 4~13세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에 겪는 경험들은 이미 뇌 속에서 독특한 신경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후 학교나 직장 등 다른 곳에서 겪게 될 일을 대처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뇌 속의 연결망에 우리의 기억이나 지식이 저장된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 업적 중 교육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뇌의 신경가속성이다. 신경가속성이란 지식이나 경험이 쌓이면 새로운 신경이 성장하고 새로운 신경 연결망이 더해짐으로써 변화하는 인간 뇌의 능력을 일컫는다. 이는 실제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얻고자 하는 지식을 얻는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뇌가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정보가 바로 새로운 신경 발생의 열쇠이다. 예를 들어 이미 능숙해져 있는 기술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처음으로 경제학 과목을 듣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인지적인 부담이 되어 뇌의 처리 속도를 높이고 시냅스를 강화하여 기능적 연결망을 확장하거나 새로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생각과 상상을 해야 창의성이 나온다
창의성을 키우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만드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베끼는 것이 아닌, 자기 생각과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 만드는 능력이다. 창의성의 바탕은 다양한 생각을 조합해 내는 능력에 있다.
우리 뇌에서 생각을 조합할 때 지능을 구성하고 있는 하위 요소들의 결합이 일어난다. 주의력, 공간 지능, 수리 지능, 언어 능력 등 다양한 하위 영역을 넘나들면서 통합적인 개념, 원리, 법칙 등이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에서 놀라우리만큼 많은 뇌 부위들이 활성화된다.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뇌의 모든 부분이 활성화되어 특정 과제와 목표에 집중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들은 서로 간에 다양한 신경망을 만든다. 그리고 이것을 활성화할수록 신경망이 더 넓어지고 그 연결망 또한 더욱 효율적으로 변한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각의 주제가 필요하다. 생각의 주제 속에는 목표와 의미가 있다.
둘째, 동기가 필요하다. 실천적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동기가 발휘된다.
셋째, 재미가 있어야 한다. 억지로 머리를 짜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한계를 뛰어넘는 창조의 힘은 상상력에서 나온다. 상상의 기쁨을 아는 아이가 행복한 아이다. 이런 아이는 스스로를 울타리 안에 묶어두지 않는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한계라는 말을 모르며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현실의 한계에 안주하지 않는다.
똑같은 수학 문제를 100번 풀면 지루함과 지겨움이 각인되어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그래서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진저리가 처진다. 하지만 수학의 원리를 깨우치도록 가르치면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흥분과 즐거움으로 더 많은 수학적 원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창조적 경험은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원인 자아 성취감을 맛보게 해준다. 이는 아이의 자아 존중감을 높인다.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실제의 훈련과 상상의 훈련 모두 그 훈련과 연결된 뇌의 신경망에 기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뇌 지도가 변화하였다는 것은 시냅스의 효율이 증가하거나 신경망의 시냅스 수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단기적인 변화는 시냅스나 뉴런의 수적인 증가 없이 시냅스 정보 전달 효율성만 증가한 것을 의미하며 장기적 변화는 실제로 뉴런과 시냅스 수가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아이가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는 능력, 운동 기능을 배우는 능력, 예술적으로 창조하는 능력 등이 어른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보다 더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상상력의 차이다. 아이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아이의 상상력에 비해 어른의 상상력은 빈약하다. 아이는 끝없는 상상을 통해 즐거운 놀이를 생산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그러니 아이의 상상력을 인지능력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일반화된 비행기, 자동차, 핸드폰, 로봇 등 모두 예전에는 상상 속에서 존재하던 것들이다. 상상할 수 있어야 현실이 된다.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때는 오감이 모두 동원된다. 아이들의 상상력의 산물에는 모양과 색깔이 있고, 소리를 내며, 특유의 향을 내며, 특별한 맛을 내고, 부드럽거나 딱딱하다는 등 오감이 모두 동원된다. 그래서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감이 있다.
상상력은 뇌 지도를 변화시키며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상상은 단순히 헛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릴 때 상상력은 창의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먼저 복식호흡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이완된 편안한 상태로 만든다. 그런 다음 눈을 지그시 감고 대뇌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가 된 것이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게는 숙제나 공부에 방해되는 부정적인 생각을 씻어내는 상상을 하게 한다. 이를 위해 상상 속의 하얀 비누거품으로 나쁜 생각의 먼지와 때를 깨끗하게 닦아내는 상상을 유도한다. 그리고 자신의 공부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상상하게 한다. 상상을 통해 공부에 도움을 주는 마법사를 불러올 수도 있다. 국어 마법사, 수학 마법사 등을 불러다가 자신을 돕도록 상상할 수도 있다.
상상을 통해 슬픔이나 분노, 억울함 등의 감정을 씻어내는 훈련도 할 수 있다. 눈을 감고 상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구체화하고 그 감정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인지하게 하며, 그 감정을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런 감정 표현 연습은 아이의 정서와 언어 발달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를 상상력이라는 아이의 내적 자원을 동해 치료하고자 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는 어른보다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을 치유하려고 한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아이들의 뇌에는 살아 있는 상상력의 원천이 있다. 아이들은 뇌 전체를 활용하여 상상을 한다. 아이의 상상의 세계에는 오감이 모두 동원되고 과거의 기억, 현재의 경험 미래에 대한 소망이 모두 살아 있다. 그러므로 아이의 상상력은 뇌의 총체적 활동이다.
유대인들은 시험만을 위해 공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공부는 신의 명령이다. 평생 동안 죽기 직전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공부가 곧 삶인 것이다. 유대인들은 공부를 오래전부터 지적 능력을 개발하고 창조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며 세상을 보는 안목을 높이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해왔다.
손 · 발 · 입과 호문쿨루스
지능지수가 높은 나라들을 보면 홍콩, 한국, 일본, 북한, 대만 등 1위에서 5위까지가 모두 동북아시아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동북아시아 사람들이 머리가 좋을까? 그 해답은 펜필드의 호문쿨루스에서 찾을 수 있다.
호문쿨루스는 라틴어로 '작은 사람'을 뜻하며, 중세 시대에는 '요정'을 뜻하는 단어었다. 1940-1950년대 캐나다의 뛰어난 신경외과 의사였던 펜필드는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연구하여 호문쿨루스의 과학적 이론이 되는 토대를 발견하였다. 바로 인간의 대뇌와 신체 각 부분 간의 연관성을 밝힌 지도를 알아낸 것이다. 대뇌피질이 위치별로 받아들이는 신체 감각이 다른데, 이를 연구하여 나타낸 지도가 '호문쿨루스'이다.
대뇌의 피질에는 고통을 느끼는 통각 수용기가 없다. 그래서 펜필드는 국소 마취를 통해 머리를 열어 뇌를 관찰할 수 있었다. 대뇌피질에는 많은 신경세포가 분포하며, 기능적으로 주로 감각을 인지하는 감각 영역과 운동 영역, 이 두 영역을 연결해 주는 연합 영역이 있다. 호문쿨루스는 이들 감각 영역과 운동 영역에서 신체 각 부분의 기능을 담당하는 범위가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 지를 나타낸 것이다.
연구 결과, 운동 피질은 손가락과 입, 입술, 혀, 눈을 담당하는 부분의 피질이 넓고, 감각 피질은 손과 혀, 발, 등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크기에 따라 그려 낸 모형이기 때문에 원래의 인간 모습과는 굉장히 다르다. 호문쿨루스는 손과 입고, 발 부분이 가장 크다. 이를 통해 손에는 운동신경 정보와 감각신경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다른 기관에비해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손을 많이 사용하면 뇌가 자극되고 개발된다는 의미다.
손은 14개의 손가락뼈와 5개의 손바닥뼈 그리고 8개의 손목뼈 등 27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양쪽 손의 뼈를 합하면 54개로, 인체 전체의 뼈 206개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양이다. 발에 그 다음으로 뼈가 많다. 한쪽 발에 뼈가 26개가 있으므로 총 52개가 발에 있는 것으로 이 역시 25%를 차지한다. 손과 발의 무게는 많아야 3㎏ 정도이므로 몸의 5%에 불과한 곳에 뼈가 50% 이상이 있는 것이다. 손과 발 다음으로 뼈가 많은 부분은 입 주변이다. 치아 28개에 사랑니까지 합하면 모두 32개이다. 즉 손, 발, 입에 있는 뼈만 몸 전체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다.
뼈가 많다는 것은 그것을 움직이기 위한 관절과 근육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고, 이는 모든 신경이 모여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몸 중에서 뇌에서 나온 신경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손과 발, 그리고 입 주변이다. 손에 많은 신경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수지침이 가능하다. 발에 신경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피곤하면 발 마사지부터 받는다. 우리 표정의 대부분이 입 주변에서 나오고, 맛을 느끼고 말을 하기 위해 많은 신경들이 입 주변에 모여 있다. 즉 손과 발, 입을 쓴다는 것은 곧 뇌를 쓴다는 말이다. 그래서 박수를 치고, 웃는 것, 걷는 것 등이 몸에 좋은 것이다. 손과 발, 입을 움직이는 것은 뇌를 좋게 할 뿐만 아니라 건강을 좋게 하고 장수하게 하며 치매를 예방한다.
한국뇌학회 회장인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뇌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이 손을 관할하는 부위라고 말한다. 손은 뇌에서 3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아이의 손 사용은 손으 기능과 기술을 발달시키고 그것은 곧 뇌를 발달시킨다.
손 운동을 통해 신경세포에 자극을 주면 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시냅스 회로가 생기고 회로가 점차 두꺼워져 뇌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남아 있는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반복적이고 의미 없는 손 움직임은 큰 도움이 도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악기를 배우는 등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뇌가 많이 자극되므로 매일 익숙한 손놀림만 하지 말고 손을 많이 사용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신경생리학자 프랭크 윌슨 교수는 손의 사용이 어떻게 인간의 뇌, 언어, 나아가 문화를 만들었는지를 연구했다. 그는 손의 기능 발달이 뇌의 발달을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언어를 처리하는 부분이 뇌에서 생겨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정교한 손놀림이 인류가 다른 동물에 비해 탁월한 두뇌 발달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지식은 사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손을 통한 외부 세계의 지각과 감성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손으로 집어 들고, 찌르고, 쥐어짜고, 만져 보고, 구별하여 분류하고, 밀치면서 터득한 손의 감각이 뇌에 정교한 신경망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뇌를 발달시키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성인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모습들과 연관시켜 기억을 한다. 성인은 아이들보다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줄 알 기 때문에 손을 사용했을 때 성인이 아이들보다 뇌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영어 단어를 외울 때 그냥 눈으로 외우는 것보다는 손으로 직접 쓰면서 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불어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 외우면 더 잘 외워진다. 실제로 대뇌의 운동중추에서 입이 차지하는 면적은 손 다음으로 크기 때문이다.
말은 생각을 부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순하다, 얌전하다, 말을 잘 듣는다'라고 칭찬한다. 아이가 어릴 때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으면 얌전하다고 칭찬한다. 엄마에게 좋은 아이는 잘 자고 보채지 않고 귀찮은 질문을 하지 않는 아이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당부하는 말은 "엄마 말 잘 들어라"와 같이 어른 말에 순종하면서 조용히 지시에 잘 따르라는 말들이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말를 잘 듣고 순하고 착한 아이가 나중에 커서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병원에 데리고 가는 아이가 말을 잘 하지 않는 아이다. 조용하고 순하고 얌전하며 자기표현을 하지 않는 아이를 부모는 가장 걱정한다. 왜냐하면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을 세상에 알릴 수도 없고, 자신을 부각시킬 수도 없다.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것이다. 동물들은 소리를 내지 말을 하지 않는다. 동물들과 인간이 다른 점은 언어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언어가 있기에 사고가 존재하고, 그렇기에 만물의 영장이다. 언어가 없이 사고는 불가능하다. 한 번 시도해 보자. 언어가 없이 생각이라는 것이 가능한지. 그러므로 아이에게 생각하게 한다는 것은 곧 말하게 하는 것이다. 혼자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을해야 생각이 정리된다. 말한 것을 서로 나누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말이 생각을 부른다. 그래서 교사와 아이, 부모와 아이의 대화는 아이를 사고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아버지가 온종일 아이와 함께 놀이동산에서 놀았다고 하자. 아버지는 아이 대신 줄을 서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헌신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이와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면 아이와 부모는 가까워진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가끔 장난감과 먹을 것을 사주는 사람이다. 그런 경험밖에 없는 아이는 심지어 아버지를 노예 같은 존재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차를 마시거나 밥을 함께 먹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밥을 함께 먹고 차를 마셨다고 하자. 그러면 그 사람과 친해진 것인가? 그 둘 사이에 대화가 없었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시간이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긴밀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수단이다.
아이와 놀이공원에 가든, 공을 차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모는 자녀와 대화를 나누어야 둘 사이가 가까워진다.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관람하고, 많은 것을 체험한다고 아이의 사고가 개발되는 것이 아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오른스타인 교수 팀에 의하면 3세 아이들 중에서 엄마와 전시물에 대해 대화를 나누지 않은 아이들은 본 것에 대해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조적으로 엄마와 아이가 전시물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경우에는 아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기억했다.
언어와 논쟁은 다르다
우리는 논쟁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게 다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토론을 할 때에 거의 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방송에서의 토론은 대부분 토론이 아니다. 토론은 자기 견해를 펼쳐서 어떤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우리는 거의 순서대로 시간을 정해 놓고 자기주장을 반복할 뿐이다. 대부분 언쟁이다.
언쟁과 논쟁은 전혀 다르다. 언쟁은 감정을 가지고 말싸움하는 것이고 논쟁은 논리로 다투는 것이다. 어떤 주장을 하려면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 근거가 타당할수록 지지를 얻는다. 논쟁은 근거로 다투어 근거가 보다 탄탄하고 논리가 분명한 쪽에 승복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논쟁은 타협이나 협상으로 이어진다. 언쟁은 끝나면 서로 사이가 더 나빠지고, 논쟁은 끝나면 더 사이가 좋아져야 한다.
논쟁은 서로 멈추지 않는 한 끝없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논쟁을 해야 할까? 깊은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패자는 없다. 모두가 승자이다.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체육관이 있는 것처럼 유대인에게는 두뇌를 단련하기 위한 공간인 도서관 '예시바'가 있다. 유대인들은 논쟁을 아무리 격렬하게 얼굴을 붉히면서 했다 하더라도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로 팔짱을 낀다. 상생하는 것, 그것이 하브루타이다.
논쟁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논쟁을 하면 서로 얼마나 이해했는지 스스로 알게 되고 상대방의 의견도 알게 된다. 바다의 표면만 보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바다의 깊이를 알아가는 단계가 논쟁이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면 표면에서 보는 것과 달리 바다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토론이나 논쟁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비판하면 인격을 비판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유용한 비판이라 하더라도 보통 자기를 무시한다고 여기거나 심지어 모욕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비판을 인격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어떤 피드백에도 마음을 열지않기 때문에 개선의 기회는 없어진다.
비판은 인격에 대한 비판이 아니며 성장과 개선을 위한 도움의 말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도 비판을 통해 성장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비판은 현재의 능력 수준에 대한 것이므로 시간과 노력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론과 논쟁을 자주 해야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야 상대방의 말에 격하게 반응하지 않고 논리로 대응한다.
하브루타는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논쟁하는 것이다. 한 명이 자기가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듣고 상대방은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논리를 대서 반박한다. 이것은 서로 정확한 근거와 논리성에 바탕을 두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로 배움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몇 시간이나 하루에 끝날 수도 있지만 며칠 또는 몇 달씩 걸릴 수도 있는 과정이다.
유대인들이 그 어디서나 협상을 잘하고 금융 및 경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가정, 학교, 기업 등에서 하브루타를 통해 협상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기 때문이다. 작고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큰 문제까지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다 보면 협상의 기술이 저절로 터득되는 것이다. 유대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의 논리를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그들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협상가로 키워졌기 때문이다. 협상 능려도 길러지는 것이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비판적 사고력을 중시한다
현재 세계의 교육 현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교육 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비판적 사고력이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고등교육의 최대 덕목으로 여길 정도다. 영국의 최고 명문 옥스퍼드 대학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일뤄지는 교수와 학생 간 일대일 '튜토리얼'의 핵심도 비판적 사고의 함양이다. 모든 교육기관도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실제로 1995년 캘리포니아내 68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이 중 89%가 '교육의 핵심은 비판적 사고력 기르기'라고 답했다. 하브루타는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문을 품는 유대인의 습관은 20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대인들은 난해하거나 축약되어 뜻이 모호한 내용의 텍스트들을 이해하기 위해 철저하게 파고든다.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이런 습관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판적인 사고력이 있으면 정보를 능숙하게 파악하고 그 정보가 어느 정도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정보의 진정한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맥락에 따라서 정보는 아주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 전혀 쓸모없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보를 얻게 되었을 때 이러한 구분을 정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은 새로운 발견과 진보를 이뤄내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 능력은 정보를 발견한 사람으로 하여금 특정한 사실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론을 검증할 때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 진실임이 밝혀지거나 실험 및 검증 절차를 통해 터무니없는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충분히 습득하지 않으면 어떤 하나의 정보가 다른 정보들과 잘 들어맞는지를 파악할 수 없게 되고, 그 정보 또한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결국 그 정보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과연 이것이 옳은지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아이가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 아이에게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토론하는 것이다. 토론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토론을 하면서 경청하는 힘을 길러지게 되고 상호 존중의 태도 역시 육성된다.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점을 체험을 통해 알게 된다. 토론하기 위해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를 대햐 하기 때문에 명민한 지성을 기를 수 있고 순간순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함양할 수 있다.
토론을 준비하면서 요즘은 수많은 정보를 컴퓨터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그런 모든 정보를 활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에 맞는 정보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정보를 보고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눈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된다. 이렇게 정보를 보고 골라내는데 필요한 것이 비판적 사고력이다.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질문을 하고 그 정보에 들어 있는 숨은 의미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론을 하는 동안 상대방의 말에 논리적 비약이나 불일치나 모순 등이 있는지 주의 깊게 생각하면서 들어야 한다. 그리고 항상 질문을 던질 채비를 갖추어야 한다. 누군가가 특정 주제나 저자, 연구, 정책에 대해 말한다면 그가 그 주장을 입증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판적인 사고력이 길러지고 사고의 폭도 넓힐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비판적 사고력은 우리나라처럼 듣기만 하는 공부로는 기를 수 없다는 점이다. 비판적 사고력은 청소년기에 가장 집중적으로 육성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중요한 중 · 고등학교 시기인 6년 동안을 듣고 외우기만 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와 유대인이 역전되는 것이다.
지능보다 동기다
예전에 공부는 지능지수가 높아야 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지능지수보다 동기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오히려 지능지수가 높을수록 그 공부에 의미를 찾지 못하면 공부를 포기하거나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지능지수와 동기부여에 의한 자제력 점수 중에서 어떤 요인이 학업에 더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지능지수보다 자제력이 2배 더 학업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금 당장 자신의 욕구를 참으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강하게 동기부여를 받아 자제력을 보인 학생들이 지능지수가 높은 학생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강한 동기를 가진 학생일수록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며 좌절을 잘 견디고 스트레스에 성숙하게 대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의지를 갖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원해서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들이 움직이도록 교육한다. 잠재력은 아이 스스로가 야망을 가졌을 때만 발현된다. 아이가 가끔은 부모를 위해 공부를 하겠지만 이것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아이의 두뇌 발달에 가장 좋은 자극은 격려다. 아이의 잠재력은 조기교육을 장난감이나 도구들만으로 촉발되지 않는다. 집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과 간단한 놀이, 이를테면 냄비 뚜껑, 베개, 양말, 젖병, 까꿍 놀이, 숨기고 찾는 놀이만으로도 아이의 잠재력은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을 하는 방법을 일일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무엇인가 하려는 마음을 방해할 수 있다.
그 어떤 것이든 내적 동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가장 힘이 있고 지속 가능하다. 아이의 내적 동기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자녀에게 모든 것을 해주는 문화다.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한 것만이 아이를 진정으로 성장시킨다.
사람은 선택과 책임을 통해 성장한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스스로 책임지고 해나갈 때 그것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든 쉽고 좋은 과정이든 삶의 건강한 자양분이 된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어떤 것을 선택해도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그 일을 완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는 양육을 하기 위해서는 자녀와의 타협과 협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들 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내부의 피드백이다. 아이는 스스로 무엇을 달성하고 칭찬받음으로써 성장하는 존재이다. 부모는 "응, 잘했다. 내가 도와줄게. 하지만 그건 네가 스스로 하는 거야'라며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아이가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 속에서 스스로 세상을 탐구하며 배워가는 아이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아이가 무엇인가를 달성했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기질을 어느 한쪽 방향으로 수정하려 애쓰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편하게 받아들이고, 장점을 키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할 때 아이는 누구보다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다.
아이들을 격려할 때 중요한 것은 지능을 칭찬하지 말고 노력과 공부 전략 등을 격려해야 한다. 좋은 성과를 낸 후에 지능을 칭찬하면 단기적으로는 기분이 좋게 여겨지겠지만, 다음부터는 그 머리를 믿고 노력을 게을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반대로 아이의 노력을 격려하면 그것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에게 각자의 뇌나 지능은 성장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성과가 좋지 않을 때는 노력을 더하고 개선된 전략을 사용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공부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지속성이 가능하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가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가 아무리 공부하라고 잔소리해도 작심삼일이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에 몰입해야 학습력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한 분야에 '1만 시간의 노출'이 가능하려면 내적 동기에 의한 지속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이로 하여금 공부하고 싶다고 만드는 내적 동기의 힘은 아이의 뇌에서 비롯된다. 아이들 중에는 '보상의 뇌'가 발달해 어떤 과제에 성공하고 보상받을 때 에너지가 생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 칭찬을 받아야만 에너지가 생기는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강해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력으로 자기 스스로를 독려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목표만 주면 그것이 당연히 자신의 할 일이라고 생각해 매진하기도 한다.
능동적인 학습은 수동적인 학습보다 더 효과적이지만 학습 활동 그 자체가 더 좋은 학습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물리적, 정신적 에너지를 활동에 쏟아 부어 자신이 현재 배우고 있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우칠 때 적극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읽은 것은 10%, 들은 것은 20%, 본 것은 30%를 기억한다고 한다. 듣고 본 것은 50%, 기억하고 말한 것은 70%, 기억하고 말하고 행동한 것은 90% 기억한다고 한다. 깊이 있는 학습이란 자신의 교육을 스스로 관리하고 새로운 것을 이해하고 창조하며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다. 그런 의지는 내적 욕구에서 생겨나기도 하고 반대로 의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몇 년 전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은 동기와 보상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심리 실험을 했다. 우선 24명의 학생들에게 7개의 정육면체 조각으로 이루어진 소마 큐브를 주면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도록 했다. 그 조각들을 맞추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시도로 특정한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한 명씩 심리연구세터로 와서 이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게임을 만났다.
처음 출석한 지원자들은 4개의 그림을 받고 소마 큐브를 이용해 그림들을 그대로 재연하려고 노력했다. 몇 분 뒤 실험자는 방에서 나가 유리문으로 학생들을 지켜보았다. 지켜보거나 격렬해 주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소마 큐브를 얼마나 오래 가지고 노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책상에는 「타임」,「뉴요커」,「플레이보이」같은 유혹거리들이 놓여 있었다.
몇 주 뒤 학생들은 다시 센터에 와서 거의 똑같은 일을 했다. 다만 이번에는 학생들의 반인 A그룹이 정답을 맞히는 대가로 현금을 받았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실험자들은 8분 동안 자리를 비웠다. 역시 예상대로 대가에 관해 전혀 몰랐던 나머지 학생들은 전과 동일한 시간 동안 퍼즐을 했지만, A그룹의 학생들은 소마 퍼즐을 가지고 씨름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나 1주일 뒤 세 번째 실험에서 벌어진 기묘한 현상은 학교가 어떻게 학생들의 호기심을 죽일 수 있는지 창의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비운을 피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심리학자들은 A그룹 학생들에게 앞으로는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실험자들이 8분 동안 자리를 비우자 앞선 실험에서 돈을 받았던 A그룹 학생들은 갑자기 퍼즐 맞추기에 흥미를 잃어 퍼즐에 쏟아 붓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반면 어떤 외적 보상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예전 수준으로 퍼즐에 참여했다.
데시와 라이언을 비롯한 여러 사회 심리학자들의 수많은 연구를 통해 외적 동기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동기들에 조종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는 더욱 그랬다. 데시와 라이언의 실험에서 과제 대가로 돈을 받은 학생들은 흥미를 잃어버린 반면 자발적으로 과제를 수행한 학생들은 꾸준함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큰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이 아무리 기대감과 호기심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가도 학교는 내적 동기를 모조리 박살낼 정도로 외적 보상을 아이들에게 마구 뿌려댄다. 어린 나이에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법을 배우고 통제력 상실을 느끼고 남에게 조종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외적 보상이 아닌 내적 동기, 즉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자기 안에서 찾아냈다. 그들은 자신만의 자질과 시각을 깨달았으며 자기 반성을 통해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대상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에 가졌던 호기심에 의한 질문을 가졌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해 어떤 분야건 열심히 파고들었다. 또한 정신의 역동적인 힘을 깨닫고 창의성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꼈다. 누구나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특별한 성과로부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이해했다. 때로는 세상사에 부대끼며 넘어지기도 했지만 학문의 명예 같은 외적 보상에 매달리기보다는 배움의 순수한 기쁨, 창의적 인간으로서의 성장, 사회 참여를 추구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사람들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줄 장소와 사고방식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교육을 스스로 관리하고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 교육의 주인공임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성공에 한층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우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배움을 계속해 나갈 동기가 필요하다.
어려움이 자기 동기를 만든다
아이가 학교에서 시험을 봐서 100점을 받았을 때 유대인 부모가 칭찬하는 말은 다르다. 대부분 부모들이 "100점 맞았구나, 잘했어"라고 칭찬하지만 유대인 부모는 "이번 시험에서 100점을 맞기 위해 노력하는 네 모습을 봤을 때 엄마는 자랑스러웠단다"라고 말한다. 유대인 부모의 칭찬은 100점을 맞은 결과보다는 100점을 맞기 위해 평소에 노력하는 모습을 칭찬했기 때문에 아이가 100점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평소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결과를 칭찬받은 아이는 결과에 더 집착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전구 씹어 먹기나 상어와 함께 헤엄치기와 같은 말을 들려주면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나 문제인지 느끼지 못한다. 아이들은 떠올릴만한 과거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생각을 한다. 청소년들의 두뇌는 추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도 추상적으로 느낄 수는 없다. 전구를 씹어서 먹으면 어떤 결과가 올지 생각은 할 수 있어도 그 고통을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친구를 괴롭히고 때려도 맞아본 경험이 없는 아이는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없다. 아이들은 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으로 여기는 데 어른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그들은 이 상황을 마치 대학에 가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느 사람처럼 인지적인 영역에서 생각하고 결정을 지울질한다.
"왜 이런 행동을 했니? 이것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 되는지 몰랐어?"
이런 말을 해도 아이는 그 고통을 느낄 수 없다. 적어도 떠올릴 수 있는 삶의 경험, 고통의 경험이 풍부해질 때까지는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청소년기에 부모와의 적절한 갈등이 있는 것이 전혀 없거나 자주 있는 것보다 더 낫다. 엄마들의 46%가 논쟁은 관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딸의 도전은 스트레스이고 혼란이며 불경이라고 여긴다. 더 자주 싸울수록 싸움의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엄마들은 싸움을 해로운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딸들은 겨우 23%만이 논쟁이 파괴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많은 아이들이 싸움이 엄마와의 관계를 강화시킨다고 믿는 것이다.
부부관계에서 신혼 시절에 전혀 싸우지 않는 것과 싸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 서로 부딪힘이 있어야 관계가 깊어진다. 싸우게 되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을 더 잘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녀가 거짓말을 가장 적게 하는 부모의 유형은 규칙을 정해 놓고 지속적으로 지킬 것을 요구하지만,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유연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아이와의 언쟁이나 논쟁이 부모들은 파괴적인 상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청소년들은 그것이 오히려 생산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언쟁을 하면 화가 나 있는 사람은 자녀가 아니라 부모쪽이다. 그런 언쟁을 부모들이 더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녀들은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여긴다. 아이들이 말을 잘 듣고 순종하는 것을 부모는 좋아할지 모르지만, 정신 건강으로 보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일수록 우울할 수 있고, 나중에 크게 사고 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려운 경험을 해야 행복이 무엇이고 성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어렵게 사는 사람을 보아야 동기가 생기고 고난을 경험해야 의지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