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행복

네가 있어 행복하다

오키Oki 2014. 1. 20. 17:13

 겨울, 빈 나뭇가지에 새 한마리 네가 있어 행복하다

 

 

 

 

- 허허당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에서 -

 

 

허허당虛虛堂

출가 수행자이자 이름난 선화가禪畵家, 비학산 자락 산골마을의 단칸방 '휴유암(쉬고 노는 집)'에서 그림 그리는 일로 수행을 삼으며, 청정한 산속 명상에서 얻은 맑은 기운을 세상에 전해 지치고 힘든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고 삶을 격려하고자 트위터에 시와 그림을 올린다.

열여덟 살 되던 1974년 해인사로 출가해 해은 스님을 은사로 향훈이라는 법명을 얻었다. 당대의 선승 향곡 선사 문하에서 촉망받는 수행승으로 선 수행을 쌓았고, "깨달음은 결코 찾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 버리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깨달음 뒤에 '비고 빈 집'이란 뜻의 '허허당'으로 스스로 이름을 바꿨다. 1978년부터 붓을 잡기 시작해 1983년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본격적인 선화 작업에 들어갔다. 사찰도 없고 시주도 안 받으며, 있으면 있는 대로 모두 세상과 나누어 자신의 소유로 된 재산이 없다. 소유와 집착을 버린 길 위의 삶, 이 공부 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여기고 지금껏 '비워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無心(무심)》《왼발은 뜨고 오른발은 닿네》《낙타를 모는 성자》《허허당, 비고 빈 집》이있다.

 

 

 

 

밖을 나가보니

 

 

밖을 나가보니 사람사람이

모습과 생각, 마음이 천태만상이나

그중에 아무튼 잘살아보자는 사람과

아무튼 즐겁게, 아무튼 욕 안 먹고

그리고 드물지만

삶 자체를 수행의 방편으로 사는 사람

대체로 이렇게 나눠볼 수 있겠더라

 

 

첫 번째 아무튼 잘살아보자는 사람은

생기는 넘쳤지만 눈빛이 어지러우며 마음이 분주했고

즐겁게는 항상 뭔가를 찾는 눈빛으로 마음이 불안정했고

욕 안 먹고는 다소 눈빛은 고요했지만

마음이 무엇을 잃어버린 듯 허망해 보였다

그러나 삶 자체를 수행 삼는 사람의 눈빛은

깊고 고요했으며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 보였다

 

 

그리고 잘살아보자는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폭죽 터지는 소리 같았고

즐겁게는 개울 물, 욕 안 먹고는 가랑비

마지막 삶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사람은

마치 동굴에서 울리는 소리같이

사람의 귀를 끌어당겼다

 

 

 

 

그대 지금 행복한가 1

 

 

일상 소소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위안이 되기 위해 마음을 쓰면

먼저 자신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자신이 먼저 행복해진다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는 마음

내가 다소 힘들어도

상대방을 먼저 위로하는 마음으로 살면

자신이 먼저 위로받는다

 

 

만약 그대가 지금 행복하다면

마음을 잘 쓰고 있다는 증거요

불행하다면 잘못 쓰고 있다는 증거다

 

 

그대 지금 행복한가

 

 

 

 

그대 지금 행복한가 2

 

 

남이 잘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남이 잘되는 것을 보고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은

삶과 인생이 꼬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 잘 살고 있는 사람 가운데 내가 있다면

마치 꽃밭에 있는 것처럼 행복할 것이다

 

 

무엇이든 나누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것이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무엇보다 자신이 먼저 행복하다

 

 

 

 

웬만하면 1

 

매일같이 죽는다 죽는다 하는 사람은

웬만하면 그냥 죽는 것이 좋다

괜히 산사람들 틈에서 죽는다 죽는다 하면

괜히 산사람도 죽을 맛이다

 

 

 

 

웬만하면 2

 

무슨 일을 할 때

걸핏하면 목숨 걸고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 웬만하면 가까이하지 마라

일을 목숨 걸고 하는 사람들은

그 일이 잘되어도 나눌 줄 모른다

권력도 목숨 걸고 쟁취한 자들은

많은 목숨을 앗아간다

 

 

 

 

비움의 꽃   

 

 

계절마다 돋아나는 생명의 꽃, 산은

봄엔 희망의 꽃을 피우고

여름엔 만족의 꽃

가을엔 결실의 꽃을 피운다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겨울

비움의 꽃이다

 

 

산중 생활은 봄 여름 가을보다

겨울이 묘미가 있다

풍요의 미보다 비움의 미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발가벗고 말해준다

 

 

겨울엔 텅 빈 마음으로

사자의 수염을 달고 어슬렁거린다

어흥~

 

 

 

 

한마음으로 사는 것

 

아이들은

사소한 것에도 모든 것을 집중한다

한마음으로 사는 것 그것이

축복이요, 그것이 순수다

 

 

 

 

부끄러움을 모른 사람

 

무슨 일에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사람은

절대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따라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반성할 줄 모른다

이런 사람은 늘 문제는 자신이 만들어놓고

누가 뭐라고 하면 신경질 낸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될 때

 

살다 보면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것이 있다

그럴 땐 마음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면 그보다 큰 불행이 없다

 

 

 

 

집착 말고 집중하라

 

집중해서 하는 일은 일 자체가 즐겁고

집착해서 하는 일은 일 자체가 고통이다

집중은 늘 새로운 것에 대한 것이고

집착은 늘 지나간 것에 대한 것이다

 

창조적인 사람은 무엇이든

집착하지 않고 집중해서 산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갖고 놀고

시를 잘 쓰는 사람은 시를 갖고 논다

무엇이든 집착하지 않고 집중해서 노는 사람은

삶 자체가 시요, 그림이다

 

 

 

 

무소유

 

잔을 채울 땐 확실히 채우고

비울 땐 확실히 비우라

 

무소유란

늘 빈 잔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비우는 데

걸림 없는 자유를 말한다

 

 

 

 

본래 인생은

 

어떤 분이 찾아와

나름 인생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게 정답이라고 했다

본래 인생은

남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허망하다고 했다

그런 줄 알면

앞으로의 인생은 아무것도 안 남아도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정직하면 편안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연과의 대화는

언제나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만물은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반응한다

사람도 정직하면 편안하다

 

 

인간의 비극은

아는 것을 모른다 하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기 때문이다

모든 비극은 여기서 비롯된다

 

 

 

 

천지삐깔이

 

언뜻 보면 세상에

공짜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천지삐깔이다

 

 

그대가 오늘 하루 종일 웃고 다녀도

돈 달라는 사람 없고

즐겁고 행복해도

돈 달라는 사람 아무도 없다

 

 

괜히 사람을 좋아해도 괜한 행복이 따르고

괜히 사람을 미워해도 괜한 불행이 따른다

괜히 사람을 만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면

괜한 즐거움이 공짜로 생긴다

 

 

공짜를 잘 쓰고 사는 사람은

공짜 아닌 것도 잘 쓴다

 

 

 

 

특별한 사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지 않고서

남들보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하면

특별한 고통이 따를 뿐 특별해지지 않는다

 

 

모든 특별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산 것뿐

특별해지려고 한 사람들이 아니다

 

 

 

 

어디를 가도 행복한 사람

 

 

여기 있으면서 저기를 생각하고

저기 있으면서 여기를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불행하고

여기서는 여기를 살고 저기서는 저기를 살면

어디를 가도 행복하다

 

 

 

 

단순하게 살기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삶이 단순하면 세상도 단순하다

 

 

오늘은 오늘을 살고 내일은 내일을 살자

바람 불 땐 바람 소리 듣고 비올 땐 빗소리 듣자

삶을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몰입하면

모든 것이 축복이다

 

 

무슨 일이든 가장 어려운 고비엔

가장 쉽고 단순한 것을 따르면 된다

 

 

오후의 산책길에 단풍잎 하나 줍고

개울물 소리 듣는다

 

 

 

 

매듭

 

 

절로 꼬인 매듭은 절로 풀린다

애써 매듭짓지 말고 푸는 고생 하지 마라

 

 

 

 

있는 그대로 놓고 놀면

 

 

어떤 이는 비가 와서 좋고 눈이 와서 좋다 하고

어떤 이는 비가 와서 싫고 눈이 와서 싫다 한다

좋다 좋다 하면 좋은 일만 생기고

싫다 싫다 하면 싫은 일만 생긴다

 

 

마음을 비우면 어딜 가도 편하고

비우지 못하면 어딜 가도 불편하다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놓고 놀면

만사형통이다

 

 

잡으려 하면 도망가고

떨치려 하면 달라붙는다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놓고 놀면

도망가는 것도 달라붙는 것도 없다

 

 

애써 존재감을 갖는 것은

자신을 더 허망하게 한다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무심히 놓고 놀면

만사가 존재감이다

 

 

 

 

네가 만약

 

시인이 되기 위해 시를 쓴다면

시가 너를 비웃을 것이요

화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면

그림이 너를 배반할 것이다

 

 

네가 만약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면

네 삶이 시가 되고

그림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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