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팔월의 맛

오키Oki 2013. 8. 4. 16:12

각시야~

나랑 숨바꼭질하는 오이를 많이 찾았다.

 

 

 

 

무더운 팔월의 새벽 풍경

귀농하여 불편했던 6년의 셋방살이를 끝내고

우리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이 집에서

알콩달콩 살아온지도 며칠전 만 9년을 보내고

10년째로 접어들었다.

 

 

 

 

차밭에서 자란

 

 

 

 

토종 오이는 다양한 색깔로 식물영양소가 풍부하다.

 

 

 

 

 

최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에 이어 '제7의 영양소'로 불리는 식물영양소(phytonutrients)가 있다. 식물영양소는 스트레스 조절, 면역력 강화,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고 특히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먹으면 유리하다며 색깔별로 특정 성분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식물영양소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들을 제공한다. 여름에는 높은 습도와 온도 때문에 대사 활동이 활발해지고 땀을 많이 흘려 몸 안의 전해질과 비타민이 빠져나가기 쉽다. 이에 항산화 작용을 하는 식물 영양소가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필수 영양소로 떠오르고 있다.  /옮긴 글

 

 

 

 

 

 

이슬에 옷이 젖는다며

호박잎과 줄기 끊어오는 일은 남편이 해준다.

 

 

 

 

호박잎에 달린 길다란 줄기는

경상도에선 요리를 안 해먹어서

나와 남편도 호박잎과 호박만 먹는 줄 알았는데

귀농전 사놓았던 산을 맡아 주시는 아저씨가(처가는 전라도)

산에 호박넝쿨을 가꾸어 두었길래

호박잎을 좀 끊어도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까실하고 싱겁한 호박잎을 안 먹는다며

호박잎보다 줄기가 더 맛있다고 알려주셨다.

 

호박잎은 살살 비벼 부드럽게 쪄내고

줄기는 까실하여 벗겨서 볶아 먹으면

오돌도돌하게 씹히는 게 맛있더라.

 

 

 

 

봄에 동백꽃을 따 먹는 종달새도 가끔씩 날아와

종달새자리 넘보지 말라고 다른 새들에게 경고한다.

 

 

 

 

칠월과 팔월이 교체하는

이번주는 어제 금요일 하루 빼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소낙비가 내렸다.

 

작년에 다른 곳으로 여름 휴가를 간 지은 아빠가

화요일 새벽 2년 만에 찾아와 차를 맡겨 놓고서

2박3일의 지리산 산행을 끝내고 목요일 오전에 왔다.

 

히야! 그동안 또 많이 변했네.

돌 식탁에 돌 의자에 밥 먹다니!

카카오톡으로 좀 보내놓고...

 

 

 

 

상도야!

너거는 딴데 피서 안 가도 되겠다.

이곳이 더 시원하네.

 

 

 

 

굵다란 호수를 대어 폭포수로 만들어 놓은 곳에서

지은 아빠는 산행으로 지친 피로를 물마사지로 풀었다.

하루 종일 물 맞으면서 놀고 싶은데

급한 일정이 생겼다며 아쉬워했다. 

 

 

 

 

작년 가을부터 지은 엄마의 건강이 안 좋아졌다.

지은이 엄마가 자연식을 원해서

귀촌해 볼려고 요즘 땅보러 다니고 있었다며

IMF 이후 그동안 직장인들의 연봉이 올랐던 만큼

농촌의 땅값도 같이 뛰었더란다.

마음에 드는 땅이 있으면 가격이 비싸고

가격이 싸면 근방에 축사가 있다든가.

농약을 많이 치는 농작물이나 과수원이 있어

오염되지 않은 시골 땅 구입하는 게  쉽지 않겠더란다.

 

자동차에 가짜 휘발유를 넣고 운전하면 엔진에 고장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가 먹는 농산물의 유기농은 자동차로 치면 천연 휘발유고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키운 농산물을 가짜 휘발유라고 생각해봐라?

지은 엄마가 빨리 건강을 찾으려면 천연 휘발유를 먹어야  하겠나?

가짜 휘발유를 먹어야 하겠나?

 

지은 엄마의 건강을 회복시킬려면

지은 아빠가 자연식으로 같이 노력해줘야 한다.

당사자는 아프지 않으니까 환자와 똑같이

먹어주기가 솔직히 힘들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배낭 짐을 챙기면서 우리 먹어라고 대여섯개나 내놓는

요즘의 컵라면은 컵에 담겨서 처음으로 구경한다.

귀농 전 사발그릇에 담긴 컵라면을 먹은 적이 있는데

딸들이 휴가로 집에 오면 재미삼아 한번 먹어봐야지.ㅋㅋ

 

 

 

 

에어컨의 찬바람이 싫다며 차타기를 힘들어해서

지은 엄마를 위해 싱싱한 채소 몇 가지를 챙겨 주었다.

 

 

 

무더위에 친구가 떠난 후에 시원하게 소낙비가 내린다.

 

 

 

 

소낙비가 그친 뒤 올여름 세 번째로 옅은 무지개가 떴다.

 

 

 

 

그동안 다른 곳에서 오디를 먹고 온 물까치들이다.

 

 

 

 

이맘때 물까치가 날아온 목적은

풋배가 맛이 들었나 살피러 왔을 것이다.

 

 

 

 

약을 안 친 현재의 풋배는 돌배보다 좀 크고

올해는 열매도 적게 달린데다

온전하게 붙어있는 배가 거의 없다.

물까치들도 배가 없다고

오래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지난 일요일은 봄에 흙을 가져온 곳에 눈길을 주다가

덤프트럭이 흙을 운반해가는 현장을 목격하고

사정을 얘기하여 또 다시 흙을 싣고 올 일이 생겼다.

 

그곳 현장일이 한나절에 끝날 것 같다며

1톤 트럭으로 네 번이나 싣고 와서

더운 날씨에 그 많은 흙을 퍼 내려야했다.

 

 

 

 

흙이나 모래를 퍼 넣으면 놀이터가 되는 곳에

흙이 올 기회가 생겨 좋았는데

우리도 한나절에 끝내야 할 상황이다보니

 

 

 

 

나도 흘린 땀 샤워도 못 한채로 밥 해서

밖에서 먹고 남편은 곧바로 한숨에 빠졌다.

남편처럼 바위에 들어 누울 수도 없고

옆에 앉아 남편이 일어나기만 기다렸다.

 

 

 

 

무조건 트럭에서 흙을 먼저 퍼 내려놓고

짐칸을 비워야 다시 또 흙을 담아올 수 있기에

1단계 2단계를 거치느라

 

 

 

 

삽질을 이렇게 많이 해보기는 처음이란다.

 

 

 

 

삽질로만 하는 일이여서 하루만에 끝내질 못했다.

 

 

 

 

힘들지 않고 만들어진 놀이터는 없기에

 

 

 

 

푹 꺼졌던 곳에 많은 돌과 4톤의 흙이 들어가서

메워진 땅이 꽤 높아져 이제는

넓적한 바위를 이용해서 놀아도 된다.

 

 

 

 

손가락크기 만한 벌레

 

 

 

 

풋단감

 

 

 

 

차밭속에 들깨가 자란다.

 

 

 

 

풋밤송이

 

 

 

 

멧돼지가 갉아 먹은 채소다.

해가 갈수록 여름의 산속엔 멧돼지가 먹을 게 없어

풋감,  풋배, 풋밤등 멧돼지가 손대는 영역이 넓어져

민가로 내려와 그동안 먹지 않았던 채소까지 먹고 간다.

.

 

 

놀랜건 참나리와 백합의 뿌리까지 먹으니

참나리도 무참히 다 쓰러졌다.

 

 

 

 

이곳까지 멧돼지가 들어와 지렁이를 파먹고 달아났다.

만약 사람이 이렇게 해놨다면 싸움났을 일인데

 

 

 

 

야생동물이 먹고 살자고 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어느 날 소낙비가 지나가고

 

 

 

 

비가 부슬거리자 엄마 꿩이 나타났다.

 

 

 

 

우리 아가들 어딨노?

이곳에 먹을 게 참 많다!

퍼뜩 온나~~

 

 

 

 

아기 꿩들이 못 찾아오니까 엄마 꿩이 

다섯마리의 새끼 꿩들을 데리고 나타나

이쁜 아가들~ 우리 실컷 맛보고 가자!

 

인생이란 요리와 같습니다.

좋아하는 게 뭔지 알려면 일단 모두 맛을 봐야 합니다.

= 파울로 코엘로

 

팔월의 첫 휴일 오후 4시가 넘어서자

햇볕이 쨍쨍하던 하늘이 금새

시원한 바람을 동반한 소나기가 지나간다.

올해 장맛비가 우리 고장에 적게 왔지만

한 주간 하루만 빼놓고 소낙비가 내려줘

식물이 자라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일년을 벼르고벼르던 여름 휴가를

온 야영객들은 조금은 불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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