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아버지

오키Oki 2011. 11. 8. 19:00

지난 금요일 막차를 타고 집에 온 딸들이 비구름을 몰고와

비 내린 늦가을속에서 잘 쉬고 간다며 몰래 남겨 놓고서...

 

 

 

 

딸들아! 좁은 하숙방이지만 서로 행복한 동행하며

방실거리는 수세미처럼 웃는 날들이 많기를

멀리서 지켜봐 주는 인공위성맘인 엄마는 바란다.

 

 

 

 

야생국화 향기가 가득 퍼지던 늦가을

 

 

 

 

가을 국화향기속에 들어가 선 큰딸과 남편

우리 큰딸은 좋겠다! 아빠하고~~ 부럽다 부러워.

 

 

나는 친정아버지하고 단 둘이 사진 한번 찍어 보질 못했다.

아버지와 했던 데이트라면 단 한번이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 겨울날 친정삼촌의 결혼이 있어

다른 식구들은 먼저 서둘러 시골로 갔는데

아버지는 학년 종업식을 마치고 오는 나를 기다렸다가 

부산에서 산청까지 갈려면 바쁘게 서둘러야 해서

책보따리(난 저학년까지 책가방 대신 보자기에

책을 싸서 허리에 매고 학교에 다녀 본 경험자다)만  

집에 내려놓고 시외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한참을 달려 도착해보니

날은 이미 어둑어둑하여 많이 걸어가야 하는데

고향 산길이 어떤 형태인지 분간도 못하겠고 

친정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걸어가다가 내가 너무 추워하니까

당신의 외투를 벗어 입혀주셨는데 작은 키에 입으니

발목까지 내려와 그날의 내 모습은 꼭 펭귄 같았다.

아버지는 내향적인 분으로 매를 드는 법도 없으셨지만

한번도 아버지 앞에서 까불거리며 못 놀아봤고

애교스럽게 아빠! 아빠! 라고 부르는 대신 아버지라고 불렀다.

30대도 다 못 넘기고 어느 날 급작스럽게 돌아가실 줄이야.

아빠! 사랑해요. 한번 해드리지 못하고 말았다.

 

친정아버지가 내성적인 분이여서

고향에서 계속 농사짓고 사셨더라면

교통사고로 안 돌아가셨을수도 있었을텐데...

 

내이름은 친정아버지가 지어주셨다고 한다.

다른 형제들은 시골에 살아야 할 이름풀이가 하나도 없는데 

내이름만 옥(沃 기름질, 물댈)자에 땅하고 관련되게

왜 나한테만 그렇게 지어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여동생은 옥(玉 구슬)자로 이쁘게 지어주어서 툴툴거렸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자 풀이대로

시골에서 흙과 더불어 살고 있어 이제와서 감사드리고 싶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딸들은 하숙집에서도 김밥을 해주어서 먹기는 하는데

엄마가 해주는 김밥이 먹고 싶다며 재료를 사들고 집에 왔다.  

작은딸 마저 고등학교를 졸업하니

그동안 김밥을 싸는 일이 없었는데

딸들 덕분에 모처럼 김밥으로 포식했다.

 

 

 

어쭈! 너희들만 폼 잡을 거냐?

엄마도 할 수 있는데...

 

 

 

써니!  4050들의 영화 써니의 한 장면으로 ㅋㅋ

 

딸들아!

한번 밖에 못사는 인생은 남따라 살면 재미없대.

인생은 근사하게, 재밌게, 즐겁게 살다가야 할 의무가 있고

잘~ 놀다 가는 것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대.

김홍신교수가 TV에서

'인생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다'고 강의를 하더라.

 

 

 

바위들과 어울려 자라는 편백나무가

지난 여름 폭우로 토양분이 많이 씻겨나가자

자신을 살리기위해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낙엽으로 만들었다.

 

 

 

딸들이 몰고 온 가을비에 말랐던 개울에 다시 물이 고였다.

 

 

 

작년부터 꿀벌, 꽃벌이 귀하신 몸이 되었는데

가을국화 향기를 맡고 날아 온 꽃벌 한 마리

최근 얼마나 귀한 몸이 되었는지 1%만 날아든다.

 

 

 

 

 

 

 

 

 

 

 

 

 

 

 

 

 

 

 

미소짓는 멍멍이 돌개!

 

 

 

바람이 불때면 빨래 건조대를 받치는 돌인데

지난번 장독대를 만들면서 하나를 들고 가 사용하고

개울에서 줏어온 돌 하나를 갖다 놓았더니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이젠 날마다 미소를 짓는 돌개다.

가까이서 보면 실망 할지도 모르겠지만...

멀리서 보면 내마음이 미소 짓으면 돌개도 미소짓고

가까이서 보면 내마음이 찡그리면 돌개도 찡그릴 수 있으니

구경하는 사람들은 멀리서 미소짓는 마음으로 보면 좋겠다.

 

 

 

절기 입동에 피어있는 개망초

 

 

 

고들빼기꽃

 

 

 

아직 고춧대를 뽑지 않았더니 입동에 딴 고추

 

 

 

입동을 맞아 배추속도 단단해진다.

 

 

 

겨울의 문턱인 입동날은 하루종일 흐렸다.

여름보다 가을은 일조량이 부족한 계절로 기분도 우울해지기 쉽다.

그래서 가을은 쓸쓸하다며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일부러라도 자주 햇볕을 많이 쬐여 활기찬 늦가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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