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바로 이것이다!

오키Oki 2010. 4. 5. 22:45

 

봄볕에 나와 쑥을 캤다.

 

아침밥 챙겨먹여서 집 나설 딸들도 없다보니

새벽부터 남아도는 시간에 책읽기와 녹차마시기로

두어시간 보내고나면 남편은 산으로 가서 

차나무에 덮인 묵은 풀들을 걷어내느라 땀 흘리고 온다.

 

그사이 나는 온 뜰을 돌아댕기며

봄나물을 줏어와 무치고

쑥국을 끓여서 밥상을 차린다.

 

요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돌아가신 나의 친정할아버지의 삶을 자주 떠올려본다.

방학때 시골에가서 뵌 할아버지는

말수가 적으신데도 할아버지의 사랑채엔

늘 사람이 끊이질 않았고 시비분별을 짓는 법 없이

촌장으로써 자연에 순응하며 사셨는데

남편도 여느 어른들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내가 이런 시골살이를 좋아하는 걸 보면

할아버지를 닮은 것 같아서 무척 다행스럽단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영화 구경이나 맛 있는 음식 같은 수동적인

오락거리를 너무 많이 제공하고 있다.

부모들은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날마다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아이는 주로 자신의 노력과 창조력에

의지해서 스스로 환경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영화 구경처럼 재미는 있지만

육체적인 활동이 전혀 수반되지 않는 오락거리를

어린아이들에게 자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자극은 약물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양의 자극이 필요하게 된다.

또 육체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극만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어린 식물은 계속 같은 토양에

가만히 놔둘 때에 가장 잘 자라는 법인데,

어린아이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잦은 여행을 하고

지나치게 다양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이런 아이들은 자라서 어떤 성과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견뎌야 하는 지루함조차 참지 못하는 어른이 될 수도 있다.

 

- 행복의 정복 中에서 -

 

 

 

 

 

내가 초등 6학년일때 봄볕에 쑥을 엄청 많이 캔 적이 있었다.

3월에 개교기념일을 맞아 친구들과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야산으로 가서 쑥을 한보따리 캐서 돌아오니

엄마가 좋아라 하시며 밀가루를 묻혀 쑥털털이를 해주셨다.

 

그때가 마지막이였나 싶었는데

봄에는 다른 건 필요없이 매일 쑥국만 끓여 달라는 남편

오늘 국은 뭘로 끓이나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제 봄철마다 그날그날 필요한 만큼만 쑥을 캐는 삶이 되었다.

 

대학생활 과제가 너무 많아 바쁘다며

휴일에 화상대화로 10분간 얼굴보는게 잠깐이니

집에는 올 엄두도 못내는 딸들에게

쑥국 한번 못 끓여 먹이고 있다.

 

 

 

 

 

지난 주 봄비내리던 날에

 

올봄 늦추위로 우리 고장의 벚꽃이

꽃망울만 맺은 상태에서

지난 주말은 벚꽃축제를 했었다.

 

어제, 오늘 완연한 봄날씨를 찾은 듯하니

벚꽃들이 이제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면

이번주말과 다음주까진 보기 좋을 듯 하다.

 

 

 

 

 

봄비에 나타난 안개

 

임제 선사가 임종을 맞고 있었다.

한 제자가 이렇게 말했다.

"큰 스님께서 가시고 난 뒤에

사람들은 큰스님의 가르침이 뭐냐고 물을 겁니다.

저희들에게 많은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님의 가르침을 요약해서 말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스님의 가르침을 요약해서 말씀해 주시면

저희들이 이를 잘 간직하여 묻는

사람들에게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서히 육체를 떠나던 임제가 눈을 뜨고 사자후를 토했다.

대중이 모두 기겁을 했다.

그들 모두는 어떻게 죽어가는 스승이

그런 사자후를 토할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스승은 항상 그랬다.

그렇지만 이런 임종의 자리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육체를 벗는 순간에

그런 사자후를 토해내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제자들이 기겁하고 어안이 벙벙하여 마음이 멈춘 순간,

임제는 "바로 이것이다." 라는 한마디를 뱉고 눈을 감았다.

 

바로 이것이다!

매 순간‥‥‥ 바로 이것이다!

 

 

 

 

 

다래넝쿨의 가지치기를 해주고 정돈하는 신랑

 

남편이 희망퇴직을 한 뒤

홀로 여행을 떠났다.

희망퇴직 3년전 미리 장만해둔 땅에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막막한

귀농살이를 시작하기 전에 평소 관심분야를

차근차근 돌아보고 오라며 여행을 보내주었다.

 

초등 3년생과 1년생의 딸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가족이 함께 나설수 없게 되어 한달간이란 시간을

주었더니 홀로다니는 여행이 재미가 없었던지

일주일만에 돌아와 이젠 원도한도 없다고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잘했던 일이당ㅋㅋ

 

아직도 내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

한해 농사는 어떻게 될런지 아무도 알수가 없다.

날씨 조건이 안맞아 작물의 수확이 어려울수도 있을테니까

그래서 남편을 마음 편하게 해준다.

일년에 천만원으로 살면되니까

수입을 하나도 못 낸다하더라도

까먹는 건 천만원 뿐일테니 걱정말라고...

 

때론 높은자리로 올라갈수도 있고

낮은 자리로 내려올수도 있는 일인데

현대인들은 사다리의 꼭대기를 서로 차지할려고

끝없는 경쟁을 하느라 경쟁에서 밀려나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쉽게 목숨을 버리는

자살자들이 늘어나니 안타깝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과 비슷하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독특하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나는 나고 너는 너일 뿐이다.

나는 어느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으며

그래서 비교는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항상 비교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인간의 삶은 비교하는 삶이다.

비교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을 존중할 수 없다.

누가 나보다 아름답고,

누가 나보다 크고,

누가 나보다 건강하고, 

누가 나보다 노래를 잘 부르고‥‥‥.

여기서 누구는 사물일 수도 있다.

이렇게 비교하는 삶은 참으로 무겁고 답답한 삶일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 숨이 막힐 것이다. / 오쇼

 

 

 

 

 

개구리알 방생된 곳에 도룡뇽알이 자라고 있다

올챙이들은 뒷다리가 나오는걸 보지도 못했는데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없어져 버렸다.

 

 

 

 

 

 

 

 

 

일찍 깨어난 도룡뇽새끼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뒷뜰의 물앵두꽃이 활짝 피었다.

 

일찍 핀 매화꽃은 봄바람에 떨어지고 

늦게 피어난 매화꽃은 아직도  남아 있는데

 

 

 

 

자두나무에서도 꽃이 피어오른다. 

 

 

 

 

동백꽃이 피자마자 배고픈 종달새들의 먹이감이 되고있다.

 

 

 

머위꽃대

 

 

 

부추

 

 

 

방아순

'(前)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에는...  (0) 2010.04.14
결혼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  (0) 2010.04.07
이 정도면 충분하다  (0) 2010.03.22
인생은 한번뿐!  (0) 2010.03.15
신경 쓰지 마세요  (0) 2010.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