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입춘인데 설명절을 지내고나니
너무도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퇴비를 뿌리는 이웃농가들의 손놀림도 빨라졌고
털털털 거리는 경운기를 몰고가는 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추적추적 내린 비가 봄비인줄 알고 개구리들도 바빠졌다.
까치가 놀던 자리에 겨우내 뜸했던
비둘기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또다시 편백나무의 꼭대기는 서로 앉을려는
덩치 큰 새들의 자리다툼이 생길것이다.
작은 새들은 노는 곳이 달라서 톱자리엔 관심도 없고
제 분수를 알고 먹이를 찾아 작은 날개짓은 멈추질 않는다.
겨울엔 감나무가 옷을 홀랑 벗어내고 지내야 잘 산다.
지난해 2월의 날씨가 포근해서
화개골의 고로쇠물 채취가 대폭 줄어
설치장비값도 못 건졌다고 울상들이였다.
올해도 2월 초반부터 날씨가 이렇게 포근하니
고로쇠물이 제대로 나올것 같질 않은데...
12년전 우리가 귀농할적엔
화개골에도 송이버섯을 채취하여 산을 가진
농민들은 송이 돈벌이가 꽤 좋았다고 했는데
계속 기후가 따뜻해지는 바람에
해마다 송이버섯구경이 힘들어져 갔다.
한때는 우리고장의 녹차밭을 활성화시킨다고
돈을 주며 밤나무도 베어내게 하더니
별다른 농특작물이 없는 고장들이
우후죽순으로 녹차를 심어댄 바람에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밤나무묘목을 지원해준다.
우리고장은 항공방제가 안되어
밤벌레와 밤톨이 적어서
다른 고장의 밤하고 경쟁이 안된단다.
IMF때 귀농했지만 이웃농가들이
그동안 한번도 힘들다는 기색을 못봤는데
작년부터 우리 고장의 농가들도 더 살기 힘들어졌다.
따뜻한 날씨로 고로쇠도 안돼
재작년 TV 방송으로 녹차도 안돼
매실은 어떠했는지 모르겠고
가을가뭄으로 밤도 안됐다.
올해는 세계경제가 불황이고
우리나라가 수출이 힘들어지니
국내경제도 얼어붙고
5월까지 봄가뭄이 예상되니
농사짓기도 힘들어 질것같다.
지금은 경기불황으로 도시도 살기 힘들고
농촌도 벌어 먹고 살기 힘든데
농촌에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목적으로
할 귀농이라면 난 말리고 싶다.
최근에 은퇴자들의 전원생활을 다시 생각해봤다.
농사일도 없이 도시생활을 그대로 옮겨왔다면
꿈에 부푼 전원생활도 먹고 마시며 즐거운 일만
맨날 있는것도 아니여서 무척 심심하다며
50대 후반의 전원생활자분도
우리보고 겨울철농한기땐 어떻게 사냐고 한다.
우리는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 재미에
책보는 재미까지 있어 좋은데
자식공부 뒷바라지가 끝나면
우리도 덜 심심하게 보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매일 하나씩이라도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데...
화개골에서 노년을 맞아 전원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연세가 자꾸 들어 가면서 다시 도시로 가신다는데
내가 아는 분들도 70대후반이 되어 다시 도시로 가셨단다.
노병이 들면 열악한 시골병원생활도 마음에 안들고
도시에 사는 자녀들의 병간호를 받을수도 없고
별다른 취미가 없으니 심심해도 갈데도 없고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쉽게 어울리지 못하니
경로당에서 노는 것도 재미없단다.
잘사는 나라의 외국 노인들은 대학가 근처로 가서 산단다.
생기넘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평생학습교육을 받기 위해서...
귀농이든 전원생활이든 즐겁게 살려면
책을 가까이 하라고 말하고 싶다.
울친정 엄마의 얘긴데
친정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일년이 넘었다.
친정할머니를 모시고 사셨던 친정엄마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우고
훨훨 날아갈것 같다고 하시더니
막상 돌아가시자 당장 함께 살자는
자식들이 선뜻 나서질 않으니
시간 잘가고 놀기 좋다며
약장사홍보관에서 놀다 오시곤 하면서
홀로 지내는 외로움을 달래며 사신다.
친정엄마가 따뜻한 봄 3월이 오면
복지회관에서 한글공부, 컴퓨터공부를
무료로 가르켜 준다고하여
친구분이랑 같이 등록했다고 자랑하신다.
초등학교라도 문턱이라도 밟아 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 했는데...
울엄마 한글교실 입학하실땐
공책이랑 연필이랑 많이 사 드려야겠다.
한글공부랑 컴퓨터랑 열심히 배우셔서
언젠가는 내블로그에도
딸 선옥에게~~
돋보기안경 쓰시고
독수리타법으로 맞춤법이 틀린자로
몇줄 남겨 주실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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