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시골에서 겨울나기

오키Oki 2009. 1. 15. 23:13

 

아궁이속의 잿불에 잘 구워진 군고구마가 있어

추운 겨울날의 촌에 사는 재미를 더해 준다.

간편하게 호일에 싸서 묻어둬도 좋지만

울 신랑은 잿불에 종이도 못태우게 해서

아직까지 흔한 호일 한통 사질 않는다.

 

낡은 두꺼운 냄비의 양쪽 플라스틱 손잡이를 풀고

깨끗이 씻은 고구마를 넣고 냄비채로

아궁이에 집어 넣고 한번만 뒤집어 주면 끝난다.

 

맛있게 된 군고구마를

작은딸이 학교의 배려로

멀리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따끈한 군고구마를 겨울방학동안

함께 먹질 못해 마음에 걸리는데

작은딸아 미안하지만 눈으로나마 냠냠.

 

오늘은 인터넷을 할수가 있어 

잠깐 혼자 놀다 갔다는데

엄마가 한발 늦었당.

 

 

 

오늘은 올겨울들어 제일 춥단다.

이곳도 바깥 바람이 찬게 몹시 춥다.

방을 덥힌다고 군불을 때는 날에는

신랑곁에서 한참동안 놀아 주는데

일하기 편한 전기톱이 없으니

신랑은 도끼와 톱으로

땔감을 준비하는 모습도 훔쳐보고

춥다고 웅크리기보다 적당히 움직이면

감기도 안걸리고 머리가 맑아지니 좋다.

 

겨울추위를 즐기면 

다이어트에도 꽤 좋은데

믿어주질 않을 것 같다.

 

새들도 잠을 깨우질 않아 

늦잠을 자도 괜찮은 겨울은

가마솥에 말려둔 쑥을 넣고 팔팔 끓여서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그래도 뜨신물이 남으면 

마른 시래기 불리기도 하고

빨래를 치대는 소소한 일상들이 반복된다.

 

당신은 꿈꾸던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

우린 예~스라고 큰소리로 답할 수 있는데

자본주의를 버리니 이렇게 좋을수가 없다고.

 

남들과 비교할 일이 없으니

만나서 뒷담주고 받을 사람이 없어 좋다.

두달전에 알은 유행어인데

엄친딸, 엄친아를 쓸줄 몰라 좋다.

사람 사는게 이런거라며

사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고도

부끄러워 하질 않는

자신감이 최고로 좋다.

그리고 수식어를 쓸줄 몰라서

글솜씨가 없어도 아무때나

누구든지 놀다가는 블로그를 하니까 좋다.ㅋㅋ

 

 

  

어제 아침 눈이 조금 내렸다.

밋밋한 일상에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잠깐이나마 맘껏 즐기기로 했다.

큐~~~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삶의 매듭들이 지어진다.

그런 매듭을 통해서 안으로 여물어 간다.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내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내 몸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을 치료하면서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묵묵히 서 있는 겨울 나무들을 바라보고

더러는 거칠거칠한 줄기들을 쓰다듬으며

내 속에 고인 말들을 전한다.

겨울 나무들에게 두런두런 말을 걸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

살아 있는 동안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 간다는 사실에 있다.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뎌진 감성,

저녁노을 앞에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줄 모르는 무감각,

넋을 잃고 텔레비젼 앞에서 허물어져 가는 일상,

이런 것이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섬이다.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삶의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거듭거듭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

 

-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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