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차 덖는 날의 소박한 재미

오키Oki 2007. 5. 13. 23:57

 

닷새동안 차를 다 덖고나니 주말에는 푹 좀 쉬라고 비가 내렸다.

고된 몸이 덜 풀렸는지 비가 갠 화창한 휴일은

늦잠까지 자고 일어나서 빨갛게 익은 앵두를 따 먹어 본다.

 

 

 

 

우리집에서 해마다 가장 이른 자연산 과일 물앵두

 

 
 

 

작은 딸까지 여고생이 되니 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었는데

앵두가 유혹해서 오랜만에 딸들의 모습을 담았다.

 

 

 

 

우리집에서 차를 덖는 첫날에는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한가지 재미가 있다.

 

 

 

 

상추겉절이에 갖가지 반찬을 넣어 쓱쓱 비벼서 먹는 맛 3년째다.

 

놉아지매들도 이런 소박한 재미를 많이 기다리는데 

따가운 봄볕에서 차잎따던 고생도 한꺼번에 싸~악 다 날려 보낸다.

 

  

 

 

한가지씩 챙겨오신 반찬을 다 풀어 놓으니 참 푸지다.

 

 

 

 

한 마을에 다 같이 사시는데 50중반에서 70대초반으로

더워서 고생하셨다고 하면 여럿이 하니까 괜찮아 하신다.

 

젊은 사람들은 놉으로 쓸려고해도 없고

몇분만 빼고 이분들도 차밭을 가꾸기 시작해서

해마다 자꾸 올수 없게 될것이다.

 

여학생들은 학교 운동장에서의 조회가 길면

픽픽 쓰러진다는데 요새 젊은 사람들은

땡볕에서 하루종일 차잎을 따라고하면

체력이 약해서 어지럽다고 못 딸것 같다.


 

 

 

마삭줄에 하얀 바람개비모양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차잎 덖기

 

그동안 한번만 덖던 작업을 올해부턴 두번씩 덖었는데

한번 더 덖기 때문에 작업은 배로 늘어나서 힘은 더 들었다.

 

둘이서 손발 맞춰 차를 다 만들고 나면 12시가 넘는데

열시간이상 서서 일하다보면 피곤해서 눕자마자 잠들어 버린다.

  

 

 

 

황토온돌방에서는 덖어진 차잎을 잘 비벼 털어서 바싹 건조시킨다.

 

우리집에서 상품으로 팔 녹차는 겨우 200통 좀 넘게 만드는데

일년중 단 며칠동안만 녹차를 건조하기 위해서

아깝게 황토온돌방을 사용하지 않고 비워 놓는다.

 

황토온돌방을 도시민들에게 민박을 하면

녹차를 만드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수도 있다.

 

그렇지만 돈보다 건강에 좋으라고 만드는 녹차여서

민박도 안하고 360일동안 빈방으로 비워 놓으면

우리더러 미쳤다고 할수도 있는데 그래도 우린

그누구에게도 이방에서 절대로 잠을 재우지 않는다.

 

녹차는 냄새를 굉장히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사람이 잠을 자면 잡냄새가 방에 빼일수 있기 때문인데

고객이 안본다고해서 우리의 양심을 저 버릴수는 없다.

 

 

 

 

오전에 딴 차잎을 점심먹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데

오후에 덖은 차를 비벼 털어서 온돌방에 늘어 놓고

잠깐 쉴 동안 빨갛게 익어가는 물앵두를 따 먹는다.

 

사람은 먹는대로 손바닥으로 베어 나는데

손으로 만지는 작업이라서 차를 만드는 동안은

강한 음식은 삼가고 더 담백하게 먹는다.

 

잘 마른 차잎을 열처리(볶기)도 하고 포장할때까지

우리는 음식을 조심해서 챙겨 먹어야 한다.

 

 

 

 

입안에서 오물오물거리며 앵두씨앗을 걸러내는 중인데...

 

 

 

 

딸들이 한창 공부할 시기에 우리가 녹차를 만든다고

거기에만 매달러 딸들에게 신경을 써줄수 없게 될것같아

2010년까지는 우리 차잎으로 고급차를 만들겠다고 

생엽을 가져가는 분과의 계약을 했기 때문에

차 생엽가격이 많이 떨어져도 우리는 큰 타격이 없다.

 

 

 

 

지금은 우리집에서 다양한 상품이 나올수 없는데

계약이 끝난 2011년부턴 업그레이드 된 차도 만들 계획이며

앞으로는 차를 따는 놉아지매들이 자꾸 줄어드는 현상으로

양보다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가마솥의 누룽지숭늉

 

 


 


 

 

중간고사 시험으로 맘대로 놀지도 못한다.

 

 

 

 

우린 이 키로 덖어진 차를 받아 낼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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