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진짜 부끄러운것

오키Oki 2007. 4. 27. 19:49

 

밭에서 차잎 따던 날

점심때는 놉아지매들이 새벽부터 싼 도시락밥을 풀어 먹는다.

일보다 일꾼 밥해주는것 보통일이 아닐텐데

화개골은 도시락을 싸오는 품앗이로 길들여 놓아서 참 좋다.

 

아지매들이 다 모여 집에서 차잎 딸때는

산에서 끊어온 가죽나무의 잎과 합다리나무의 잎으로

하루에 두가지나 세가지의 전을 부치는데

집아래 빈터에서 따온 모시잎도 올해는 새롭게 등장했다.

 

모시잎으로 떡을 해 먹는 줄은 알았지만

전으로 부쳐 먹어도 맛있다고 알려주기에

찻잎을 따지 않는 녹차아저씨가 모시잎을 따서 씻어 놓으면

겉에 입었던 몸배를 훌러덩 벗어 던지고

전을 몇판 부쳐서 가져가면 잃었던 맛을 다시 찾았다고 좋아들 하셨다.

 

우리부부도 처음 먹어본 모시잎전은 찰기가 있어서

그런지 쫀득쫀득하니 생각보다 맛있었다.

 

사람손으로 가꾸어서 먹는 것보다

저절로 자란것이 훨씬 좋음은 말할 것도 없는데

각시야~~

또 먹거리가 하나 더 늘어났다.

 


 

 

오늘은 찻잎따기를 쉰다.

생엽을 따서 주면 차를 만드는 집에서

2~3일 쉬었다가 해야겠다고 한다.

 

밤낮으로 차를 만드는 일에 대여섯명 매달려서

일하다가 모두 몸살이 날 지경으로 지쳤단다.

 

올해 화개골은 차나무들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몇년전까지 추워서 차나무가 안되는 구례에도 차가 되고 있는데

바람을 덜탄 그곳의 차잎들이 더 빨리 채취했다.

 

우리차잎이 늦게 나오자 그곳의 차잎을 구하여

먼저 만들다가 몸이 지친 상태다.

 

남들보다 하루라도 더 빨리 햇차를 마시고

싶어하는 분들의 안달로

차를 많이 만드는 분들도 고생이 많다.

 

 

 

 

우리집은 건물등기를 아직 못 받아서

재산권행사를 안하고 살고 있다.

 

세금을 내겠다고 몇번이나 등기를 받을려고 했었다.

 

군에서도 괜찮다고 농가주택 허가를 받아 지었는데

지적공사의 생트집으로 그동안 측량비만 몇번 날렸다.

 

이번에 안되면 세금도 적게 내는데 그냥 살자며

다시 절차를 밟았는데 오늘은 건물측량을 하러 나왔다.

 

 

 

 

옥수수

 

 

  

 

감자

 

 

 

 

제피잎 이사진은 먹지 못하는 잎이다.

내일은 산에 있는 제피잎을 따서 장아찌로 만들어야 한다.

 

 

  

 

뽕나무에도 열매가 달렸다.

 

 
 

 

지난 가을상추

 

봄상추는 아직 씨앗을 안 뿌렸는데

듬성듬성 난 상추는 아꼈다가 딸들이 학교에 안가는 날

온 식구 밥상앞에 앉는 날 뜯어 먹고

머구잎도 끊어다 삶아 먹고

돌나물 캐다 먹고 미나리 베어 먹고

신선초 베어 먹고 고사리나물 먹고

두릅 끊어 먹고 밭에서 가꾸는 것이 많이 없어야

저절로 나는 것도 먹게 된다고 가꾸어 먹는것에 욕심 내지 말잔다.

 

 
 

 

장을 보러 가지 않는 우리집은

찻잎 따는 철에는 밑반찬용 장아찌와

지난 가을에 말려둔 나물도 요긴하게 쓴다.

 

 
 

 

고사리 좀 많이 끊어다 놓았나?

시어머니, 친정엄마는 이맘때면 고시리만 생각나는가 보다.

 

지금 삶아 말린것 여섯근 된다고 했더니

산에 비료 좀 흩치면 굵직하게 잘 크는데...

어른들은 아직도 질보다 양만 생각한다.

 

애리애리한것은 끊어 삶아도 표도 없고 힘만 들어서

그래도 좀 굵게 생긴 것만 녹차아저씨가 끊어다 놓으면

차따기를 마치고 삶아 말린다.

 

채반에서 반정도 마르면 다라이에 담아서 바짝 말리는데

꼬신맛이 나는 꼬투리가 덜 떨어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복사꽃도 다 지고 철쭉도 반이나 졌다.

 

 


 

 

봄볕에는 딸도 안내보내고 며느리만 내보낸다는데

온종일 이렇게 바깥에 있을려니 얼굴을 반이나 가린다.

얼굴도 안태운다고 억수로 궁금한분 이제 알겠지예?

 

 

 

 

2004년 가을날에... 내얼굴에 이런적도 있었다.

 

2004년 봄 집을 짓던 그해는

집짓는 일에 매달려 봄볕에 너무 많이 태웠다.

나중에는 얼굴에 기미가 반이나 생겼는데...

어쩔것인가 농촌아낙네의 훈장이라 생각하고

서서히 기미가 벗겨지길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며 체념했다.

 

화장으로 가리지도 않고 그대로 내보이며

집으로 찾아오시는 이런손님 저런손님과

우리마을에 찾아오시는 정보화마을 단체손님들도 만났고

그이듬해 TV방송 촬영때도 화장도 안하고 기미가 낀 얼굴로 방송탔다.

 

 

 

 

 

그런 얼굴모습을 처음 보았던 여자손님들은

농촌에서 살면 다 저렇게 되는구나 불쌍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미도 서서히 벗겨지는데

해마다 만나는 분들은 얼굴 많이 좋아졌다고 하고

지금 그 모습을 모르시는 분들은 화장도 안하면서

얼굴도 안태우고 사느냐고 그런다.

 

 

그해 가을 우리집에 놀러오신 대구달성수박마을위원장님이

내얼굴을 차마 그대로 올리지 못하고 포삽으로 처리해서 올려주는데

나이에 맞지 않을 정도로 곱게 해놓았다.

 

정말 뭐가 부끄러운 것일까?

화장으로 가린 얼굴에 점하나 눈에 띄지 않고

화장품 냄새 풀풀 풍기며

차를 마시는 분들의 본모습이 궁금할때도 많다.

 

 

 

소에 생산이력제를 도입했듯이 지금 하동군에서는
녹차재배에 생산이력제 시스템 도입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차밭이 없으면서 아무농가나 차생엽을 받아다 
녹차를 만들어서 파는 사람들이 결국엔 들통이 나게 될것이다.
소비자도 어떻게 재배되었는가 관심도 없고 
누가 만들었는지만 살펴서 비싼값에 사서 먹는것 제발 고쳐야 할일이다.

mbc-TV 시사매거진 2580 4월 8일자 방송분에 폐기물비료를 엊그제 보았다.
친환경농산물이 몸에 좋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인기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서 ‘건강에 좋다’는 믿음 때문에 사람들은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농산물
을 구입합니다. 
그런데 농가에서 사서 쓰는 퇴비들의 일부가 몸에 나쁜 화학물질 덩어리여서 충격
을 주고 있습니다. 퇴비를 만드는 공장에서 원목 자를 때 나오는 톱밥을 사용하지 않
고 본드가 뒤범범된 일반가구를 자를 때 나오는 목분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퇴비는 썩지를 않아서 땅을 망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농협은 알면서도 예산을 써
서 불량 비료를 사들이고 농가에 보급을 했습니다. 2580이 썩지 않는 퇴비와 불량 행
정을 고발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농업이라고 외치는 농협 때문에
농촌의 땅들이 푹푹 썩어가는게 현실이다.
나와 녹차아저씨는 그런 사정을 진작 알고 있어 
가급적이면 퇴비를 만들어서 쓰라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설마하며 믿지 않고 주말농장을 가꾸는 도시민들도
농협퇴비를 사서 쓰고들 있다.
주말마다 가서 애써 가꾼것들이 알이 굵지 않고 
작으면 작은대로 먹으면 되는데
전부들 크게 키우고 싶은 욕심에 땅죽이고
좋다고 먹는 먹거리들이 공해덩어리를 가져가 먹는다.
이방송을 본 도시의 시청자들과 농민들은 속으면서 살아도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농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면
정말 분개할인데도 너무 조용했다는 것이 더 이상스럽다.
진짜 뭐가 중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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