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첫휴일과 정월대보름날
비바람을 몰아치며 비가 내린다.
오곡밥과 보름나물을 하였더니
비속에 놀러오신 화개골 귀농이웃과
보름밥을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었다.
봄비 맞은 개구리들이
경칩을 사나흘 앞두고 알을 낳았다.
홀로 있는 시간
행복이란 무엇인가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안에서 향기처럼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것은 많고 큰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마한 데서 찾아온다
조그만 것에서 잔잔한 기쁨이나
고마움 같은 것을 누릴 때
그것이 행복이다.
너무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지 말고
때로는 밤에 텔레비전도 다 끄고
전깃불도 끄고
촛불이라도 한번 켜보라
그러면 산중은 아니더라도
산중의 그윽함을 간접적으로라도
누릴 수가 있다.
또한 가족들끼리
아니면 한두 사람이라도
조촐한 녹차를 마시면서
잔잔한 애기를 나눌 수 있다면
거기서 또한 삶의 향기가
피어나올 수 있다.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신문도 보지 말고
단 십 분이든 삼십 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
이렇게 스스로 묻는 속에서
근원적인 삶의 뿌리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의 커다란 이기로부터 벗어나
하루 한 순간만이라도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글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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