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로 접어들면서부터
가을추수가 거의 마무리 단계인 2일은
정보화마을의 인연으로 끈끈한 정을 이어온
전남 곡성 석곡에 사시는 오솔길님댁으로 갔다.
오솔길님댁은 쌀농사에 이어
8천여평의 산에서는 밤, 매실, 석류까지
잘가꾼 산을 직접확인해보니 한시도 편하게
그냥 계실분이 아니신것 같다.
60대후반이신 오솔길님이 사시는 마을은
노인분들이 많이 사시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올해 장수마을로 지정되어 운영위원장직도 맡고 계신다.
60대에 배운 컴실력으로 홈페이지도 꼼꼼이 잘 운영하시고
그분의 가족이야기방은 도시와 해외에 사시는 자제분들과
손주들의 대화로 항시 훈훈한 정이 오간다.
빨갛게 잘 익은 석류는
딸들방에 걸어 두면 좋겠다고 탐을 낸다.
오솔길님의 산에는 가시오가피도 있었는데
가시오가피로 술을 담그면 좋다고하여
산도 구경하고 가시오가피도 얻기로 했다.
광주에 사시는 우리님은
쌀농사와 소를 키우시고 계신다.
두분은 정보화마을의 인연으로
의형제를 맺으신데다 생일까지 한날로
더 각별하게 지내셔서 보기 좋다.
오솔길님이 자동차가 없으셔서
우리님이 일부러 오솔길님을 모시고
우리집에 오시기도 하는데 우리부부와
컴으로 만난 소중한 인연이다.
우리는 차농사가 주업이고
쌀농사를 안짓기 때문에
쌀은 사서 먹는다.
우리집에 처음 오시는분들에게도 때론
식사대접을 해드릴때도 있는데
밥은 내가 지었지만 손님들에게 베풀수 있도록
두분이 도움을 주시기도 했다.
무턱대고 와서 밥까지 얻어 먹고 간다고
미안해하면 우리부부가 손님들에게 했듯이
저희집을 다녀가신 손님이 귀농을 하시게 되면
저희처럼 똑같이 베풀면 된다고...
그러면 좀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어르신들이 힘들게 쌀농사 지으셔서 주셨는데
손님의 빈밥그릇에 밥풀이 붙어있을때는
한톨의 쌀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그런 마음이 좀 아쉽다.
한해 먹을 쌀 때문에 갔는데 석류와 가시오가피등
사모님은 친자식처럼 많이 챙겨 주셨다.
우리식구만 해도 요새 사람들보다는
쌀을 많이 소비하는 편인데
거의 외식도 안하고 흔한 라면도 잘 안먹고
녹차아저씨는 꼭 밥은 있어야 한다.
오솔길님의 마을에서 뱀허물을 보았다.
따뜻한 돌담아래에서 뱀이 허물을 벗고 갔다고...
나는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것도 첨으로 알았다.
좀 징그럽지만 귀농을 하실분들도 아셔야 할것 같아서...
3일은 녹차씨 세자루를 싣고
나주시 남평가르멜수도원에 갔다.
남평가르멜수도원 주변 산에다 녹차를 심기로 했는데
올해 차씨가 귀해서 원하는대로 다 맞추질 못했다.
똘똘이의 아빠는 신부님이다.
아빠 신부님이 다른 수도원으로 가시면서
떼어 놓고 가셨는데 수도원에서 거둘 사람이 없자
식복사로 계시는 자매님이 떠 맡았다고...
수도원식구들 식사준비와 텃밭농사까지
힘에 부쳐도 기꺼이 맡아주고 계신다.
길을 잘 들이셔서 녹차물을 먹이고
이쁜짓을 하면 우려마시고 남은 찻잎을
먹이는데 대소변에 냄새가 덜 난다고 한다.
도시에 살땐 멋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인정(人情)을 베풀기회도 없었고
인정(人情)을 받을 기회도 없었던 것 같다.
시골에 살고부터는
나도 인정(人情)을 베풀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때론 나도 인정(人情)을 받기도 하는데
우리사회가 훈훈한 인정(人情)이 가득한
행복한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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