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좋은 음식은 마음으로 간다

오키Oki 2006. 10. 3. 09:31
 

 

10월로 들어선 가을이다.

한 낮에는 늦게 깨어난 참매미가 울어대고

초저녁에는 반딧불이가 날아드는 곳에 벌도 한몫을 한다.

 

우리집 부엌 처마밑에는 벌들이 집을 짓고 있다.

 

 

 


 

 

무슨일로 벌들이 처마밑으로 날아드나 했더니

조그맣게 집을 짓고 있었다.

 

벌들이 집을 짓는 모습을 구경하기는 처음인데

육각형모양의 벌집부터 기초를 다진다.

 

 

 

 


 

 

이벌들은 손도 발도 필요없이 입으로 짓는다.

하루가 다르게 집모양을 내고 있다.

3일동안 지어진 집

 

 

 

 


 

 

일주일되니 야구공크기로 둥그렇게 다 에워 쌓고

벌들이 안에서 살고 있다.

 

 


 

 

쉴새없이 집을 짓더니 두겹으로 에워 쌓고

보름동안 지은 집이다.

밤으론 모두 집안으로 들어가 잠을 잔다.

 

 


 

 

이제 집이 다 완성되었는가 했는데

날이 밝기가 무섭게 또 열심으로 집을 짓는다.

세겹째 도전이다.

 

도공의 손으로 빚어도 저렇게 이쁘게 빚을런지

모르겠으나 한마디 말도 않고 입으로 합심하여

제 할일들 열심으로 집을 짓고 있다.

 

벌도 큰벌인데 자기들 찍는다고

가까이서 디카를 밀어대도 주인이라고 물지 않는다.

 

 

 

 

 

 

 

또 다른 벌은 기왓장 아래에서 집을 짓는다.

벌들의 몸도 까맣고 집도 까맣다.

 

보통 흔한 벌집이다.

 

 

 

 


 

 

박새는 봄에 처마밑에서 태어나 집주변에서 맴돌았다.

제법 통통하게 자라 어미새와 구별이 잘 안간다.

새끼때의 몸의 색깔로 구별하고 있는데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박새가족은 다래넝쿨 아래를 아지트로 정하고

모두들 그곳에서 모여 잠을 잔다.

 

산초열매가 몇그루 있는데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를

따먹고 살아서 올해는 벼루던 산초기름도 못 짜게 만든다.

 

 


 

 

녹차아저씨가 어느날 아침에

정구지(부추)밭에 앉아 베고 있다.

 

산에 밤줍기를 같이 갈려면 바빴다.

난 눈이 좀 밝아서 배추벌레를 잡아내고

녹차아저씨가 찬거리를 걷어다 주고 출발한다.

 

지난 주말은 친정아버지 제사였다.

추석을 앞두고 제사가 들어서

귀농이후론 두사람 다 제사에 참석치 못했다.

 

내가 중1때도 엄마가 장사를 하셨는데

그해 여름에 장사가 잘 되었다며

나와 동생들을 부산 부전시장으로 데리고 가서

추석때 입을 옷을 미리 사주셨다.

 

모처럼 명절이라고 얻어 입어보는 옷이여서

나와 동생들은 추석만 손꼽아 기다렸다.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가 물건을 받아오겠다며

지방으로 가셨다가 추석을 6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시골에 갔더니

옷은 못 마련했다며 상주표시로 새옷에 띠를 두르고 

고향마을입구에서 노제로 아버지장사를 지내다 왔다.

 

순식간의 일이라 지금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은 없고

멀리 외국에라도 나가 계시다가

곧 돌아오실것만 같다.

 

아버지제사에는 텃밭에서 기른 것을

잘 포장해서 택배로 부친다.

 

찌찜부칠때 쓰라고 정구지(부추)도 베었는데

보드라운 부추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 넣지 못했다.

 

여학생때는 바쁜 엄마대신 방앗간에서 떡해다 놓고

지지고 튀기고 제사음식 만들곤 했었는데

지금은 올케들이 수고한다.

 

산밤은 할머니와 두고두고 먹으라고 보냈더니

추석때 쓰라고 이웃집들에게도 나눠 주었단다.

 

엄마~~

그걸 이딸이 우째 주운것인데

나눠 주었냐고 한소리 했다.

 

우리산은 수월하게 밤을 줍게 된 현장이 아닌데

차나무속에 떨어진 밤 작은것 하나라도 주워 내느라고

나와 녹차아저씨만 알지 누가 알겠는가.

 

밤으론 멧돼지가 내려와 밤을 까먹고 가는데

똥도 함부로 안싸고 똥눌자리를 정해놓고 똥을 싼다.

밤줍다 녹차부부가 똥밟을까 조심시킨것도 같고

자기도 똥을 안밟을려고 했던것 같다.

 

친정엄마는 우리가 어릴적에도 어렵게 살면서도

나눠 먹는것을 좋아하셨는데 딸과 사위가

농사 지은 것이라며 나눠먹었다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녹차아저씨

장모님께 그냥 잘 하셨다고 해라고 한다.

 

 


 

 

집앞의 늦밤나무다.

모두 밤송이가 쫙쫙 벌어져 곧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밤송이가 벌어져 손만대면 밤알이 튀어나온다.

 

 


 

 

산에 밤줍기도 얼추 끝이나니

딸들에게 군밤을 만들어 준다.

 

산밤을 주워오면 크던 작던 반은 벌레가 들었다.

눈에 띄게 큰벌레구멍은 쉽게 찾아낼수 있는데

눈에 띄지 않은 작은 벌레가 든 밤은 요리조리

잘 살펴보고 좋은 것만 골라 상품으로 팔았다.

 

유기농밤인데 너무 싸다고

못 미더워하는 사람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산밤값은 고사하고

두사람 인건비 생각하면 후회도 되었지만

그래도 녹차부부 믿고 밤주문을 하여

맛있게들 먹었다는 소식 들리면 힘이 쏫았다.

 

하동밤이 맛있기로 전국에서 소문난 밤인데

이번 기회로 맛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하동밤 중에서도 화개밤은 더 좋다.

화개는 산에 바위들이 많아서

편하게 자라는 밤나무보다 고생을 하며 자란다.

 

사람도 고생한 사람이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듯이

식물은 고생하여 자라면 맛은 더 좋다.

 

 

 

 

좋은 것은 팔고 그중 좀 나은것은

부모님들 형제간들 나눠주고 우린

큰벌레구멍이 난 밤과 자잘한 콩알밤만 남았다.

 

콩밤으로 군밤을 굽는데

녹차아저씨가 번거롭게 숯불 피우지 않고

작은 가마솥에서 군밤을 구웠더니 맛도 좋다.

 

오븐이나 전자렌지로 군밤을 구워도 되겠지만

우린 두 가지 다  없다.

 

회사 다닐적에 명절선물로 받아 온

전자렌지는 세번 쓰고 시누이 주었는데

전자파가 심하다고 쓰지 말자고 했다.

 

로망스 영화속의 한 말이 생각나서

딸들에게 좋은 음식은 살로 가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간다는 말도 할수 있고...

 

반딧불이 놀러와 잠깐 맴돌다 가는 초저녁

딸들은 군밤 맛에 반해 매일 해달란다.

 

 


 

 

대박을 기다리는 박들

 

조롱박바가지 만들기가 성공하자

또 박바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박이 잘여물면 둥근바가지를 만들어 본다고 익히고 있다.

 

 


 

 

10월로 접어 들면서 텃밭도 가을색이 완연하다.

 

 


 

 

가을에 비가 귀하여 배추에 물을 자주 준다.

 

 


 

 

여주가 입을 쫙하고 벌리니 빨간 속살이 보인다.

 

 


 

 

가지도 끝물로 향하여 열심히 자란다.

 

 

 

 

배추속이 찬다.

 

 


 

 

꿀밤나무는 올해 열매가 적게 달렸다.

그해 농사가 풍년이 들면 도토리는 적게 열리고

흉년이 들면 많이 열린다든데 올해는 풍년인가 보다.

 

 


 

 

콩도 누런색을 띄고 가을볕에 익어 간다.

 

 


 

 

감나무에 감잎은 많이 떨어져도 다홍색을 띤 감은 없다.

감나무에 약을 안치면 감꼭지에 힘이 없어 일찍 떨어지고

용하게 남은 것들은 새들의 먹이가 되었다.

 

 


 

 

건너편의 늘 푸른 차밭은 계절을 구별하기가 힘들다.

우리 콩밭이 누렇게 변하니 가을의 차밭이다.

 

 


 

 

무는 솎아내서 열무김치로 담아 먹었다.

 

 

 

 

봄에 심은 줄콩은 9월중순부터 열매를 맺었다.

 

몇알 얻어 심은 줄콩인데 언제 맺는것도 모르고

이제나 저제나 콩이 안열린다고 했었다.

 

 


 

 

쏘물게 난 배추는 솎아 먹고 있다.

연한 것으로 시래기국을 끓이면 딸들도 잘 먹는다.

 

연한색을 띈 것은 상추인데

상추씨앗을 두번이나 사서 뿌렸는데도

가을상추씨앗은 발아가 잘 안되었다.

 

열포기 좀 넘게 올라온게 전부인데

받은 씨앗을 얻어와서 다시 뿌려야겠다.

 

 


 

 

늙은 오이다.

가을색이 완연하고 껍질은 터실터실하다.

 

오이잎에 숨어 씨앗을 받을려고 익히고 있다.

 

우리마을 아지매들은 이제 오이도 안 심어 먹고 있다.

차밭에서 키운 오이를 우리가 좀 나눠주면

좋아라들 하는데 몇년을 차밭에서 오이를 키워내면

차나무를 치이게 한다고 입방아를 대곤 했었다.

 

오이도 잘되고 차나무도 이상이 없고

그리고 얻어 먹을수 있자 서로 더 달라고 한다.

 

내가 담근 오이장아찌를 먹어보더니

봄에 놉데리고 녹차딸때 반찬으로 좋겠다며

씨앗을 많이 받아서 나눠 달란다.

 

우린 산이던 밭이던 동물성퇴비는 없다.

사서 쓰는 퇴비 속에도 비료성분이 들어간다.

 

아직 퇴비 한 포대 사질 않고

산에는 풀과 낙엽이 거름이 되고

밭에는 풀을 베어 모아 썪여서 거름으로 쓴다.

 

사람도 채식으로도 잘 살아 가듯이

작물도 식물성거름만으로도 잘 키울수 있다.

 

땅에 거름이 부족하면

적게 거두어 적게 먹으면 되고

잘 되면 잘 되는대로 거두어 먹곤 한다.

 

농촌에는 들고양이가 많다.

우리집을 지키는 들고양이가 있는데 자주 바뀐다.

싸움에서 진 들고양이가 우리집을 맴도는데

아무리 맴돌아도 먹을것이 없다.

 

어떨때는 새끼들을 여러마리 데리고와서

마당에서 새끼들과 뒹굴고 장난치며 재롱을 피운다.

 

생선도 안사다 먹으니 비린내가 안나서

먹을것이 통 없으니 제풀에 지쳐 나가는데

우리집의 들고양이들은 배가 홀쪽해서

애처롭게 우리눈치만 보곤 한다.

 

 

 

 

늙은 오이로 김치를 담근다.

우리 집에서 가꾼것이라 흔한 오이지만

하나도 버림없이 알차게 먹는다.

 

껍질째로 썰어서 절이고

속살은 모았다가 오이쥬스로 갈아 마신다.

 

식물은 껍질에도 좋은 영양소가 있고

씨앗에도 좋은 영양소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다 먹어야 좋은 영양소를 많이 섭취한다.

 

구월은 우리 텃밭에서 오이가 넘치게 난다.

 

사는 모습 열심히 지켜보신 분들의 밤 구매자분들에게

덤으로 밤도 1kg 더 얹어주고 늙은 오이까지 곁들여 보냈다.

나처럼 알차게 먹었는지 확인할수 없지만

되도록이면 껍질채 먹으라고 당부했다.

 

4월, 5월, 6월 달달이 오이씨앗을 심어

7월 여름부터 10월 서리가 올때까지 오이를 먹을수 있다.

 

 


 

 

동아다.

작년에 동아가 잘안되어서 씨앗을 따로 받질 못했는데

음식물거름더미에서 자란것을 옮겨 심었더니

올해는 씨앗을 받을수 있게끔 될것 같다.

 

현재 뚱뚱한 몸으로 길이가 30cm다.

 

 


 

 

어젠 늙은 오이를 왕창 땄다.

껍질이 좀 단단한것이여서 장아찌를 만든다.

 

벌레 구멍이 숭숭 뚫린 밤은

요즘 시간날때마다 생밤으로 까서 장아찌를 담는다.

 

화개에선 벌레가 든 밤은 밤살로 만든다.

물에 담가 하루이틀 놔두면 밤벌레들이 숨이 막혀

못살겠다고 나오면 건져서 볕에 잘 말린다.

 

우리도 여러번 해봤지만 약을 안친 밤나무라

벌레들이 더 독한지 다 죽지도 않고 말리는

중에도 계속 살아있어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개울가에 앉아 주말오후엔

큰딸이 신고 다녔던 운동화를 빤다.

 

 

 

 

가을볕에 잘 말린 운동화에 끈을 끼운다.

 

그동안 귀농일기를 두번이나 적었는데

입력이 잘안되고 한꺼번에 다 날려 버렸다.

 

억지로 시간내서 머리싸매고 적었더니...

오늘 새벽부터 세번째도전으로 적고 있다.

 

밤줍기때 풀을 베지 못한 녹차아저씨는

오늘 하루 더 산에서 예초기로 풀을 베어야 한다고 갔다.

 

각시가 잠도 못자고 작업한것들이 순식간에 날아가자

나보다 더 안타까워 했는데 꼭 성공하라고 한다.

 

귀농일기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신랑이다.

각시가 수월하게 적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한자한자 혼신의 힘으로 적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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