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고맙고 또 고맙데이~~~~

오키Oki 2006. 2. 7. 13:02
 

 

 

어제 오후 따사로운 햇빛에

눈이 많이 녹은 자리에 또 함박눈이 내린다.

 

 

 

 

 

오늘 녹차아저씨와 선을 보고 결혼한지 18주년을 맞았다.

제주도에 신혼여행을 갔더니

부산에서도 구경하기 어렵던 눈이 조금 흩날렸다.

 

그동안 살아온 과정은 대체로 만족한다.

지금은 매우~~~ 만족하고........

 

직장생활 하던 시절에

녹차아저씨는 사고로 병원생활도 두번 경험했다.

 

나 또한 병원생활을 할 뻔했던적도 크게 두번 있었지만

마음씀이 고와서 그냥 지나간게 아닌가 생각된다.

 

선보고 결정할 상황이라 사랑한다 소리는 들을수 없지만

녹차아저씨의 청혼도 이색적이다.

 

"살아가다보면 어려운 일도 생길수 있을텐데

최악의 경우 구르마를 끌수 있을때 뒤에서 밀어 줄라요!!!"

 

울산 현대자동차 출고앞 단칸방에서

6년을 연탄불을 갈면서 살았다.

기름보일러로 바꾸는 집이 많이 생겨나자

나중에는 연탄배달도 안해주어서

구르마를 빌려 싣고 온적도 있는데

녹차아저씨와 살면서 

처음으로 구르마를 밀어준 일이다. ㅋㅋㅋ

 

내가 겪은 가장 아찔했던 일은

20개월이 안된 소민이를 안고 예방주사를 맞히기 위해

동네병원을 데리고 가다가 생긴 일이다.

 

울산 현대자동차 출고앞에서 정문앞에 있는

병원에 갈려면 2~ 3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내가 탄 버스에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어

우리만 서서 가야 할 상황이였다.

 

누가 자리양보를 해주었으면 좋았으런만

아무도 비켜주질 않아서

내리기 쉽게 뒷문이 가까운 곳에서

그냥 아이를 한팔로 안고 남은 한손으로

천장에 매달린 동그란손잡이를 잡았다.

차창 밖엔 출고될 날을 기다리는 즐비한

저많은 차가 우리는 언제 한대 갖게 될까?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운전사로 인해

나와 아이는 앞문이 닫힌 계단에

목이 뒤로 젖힌채로 넘어졌다.

 

순간 어떻게 그런 순발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한팔에는 아이가 그대로 안긴채였다.

남은 한손은 앞문 입구에 붙어있는

긴승강대를 잡고있어

혼자서 일어나질 못하니까

누가 끄집어 올려줘서 일어났다.

 

외상으론 멀쩡해도 운전기사는

겁이 질린채로 얼어 버렸고

어디 다쳤나 확인할 시간도 없이

내려야 할곳에 다 온것 같아 내렸는데

병원에라도 가자는 운전기사를 뒤로한채

연락처만 받고 보냈더니

바보 같은 일을 했다는 승객들의

따가운 눈총에 뭔가 모를 씁쓸함만 묻어 왔다.

 

그 바보같은 일로 한생명을 구했다고 생각된다.

호들갑을 떨고서 병원에서 X-레이를 찍고 했더라면

작은딸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엉치가 아파 나중에 다른곳이 아프면 어쩌나

아이도 닫힌 앞문에 머리가 살짝 부딫힌것 같기도 한데

운전기사 이름도 잘 모르고 전화번호만 달랑 받아놔서

발뺌하면 어쩌지...

 

그일이 있은 지 열흘후에

작은 딸이 엄마 나 잘있다는 입덧이 찾아와

여러날동안 속으로 마음 불편했던것이 순식간에 날아가서

소민이와 성민이는 25개월의 터울이 되었다.


 


 

 


눈오고 질퍽거리는데 난방기름이 똑 떨어질라 한다.

좋은날을 기다릴수 없어 내린눈이 얼기전에 불렀다.

 

온돌방이 하나 있음으로 인해

일년동안 보일러기름 한드럼으로 버텼던것 같다.

바퀴자국을 남기고 간 주유소차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녹차아저씨

 

 

 

 

 

눈을 밟고 선 녹차아저씨

 

각시야~~

자연인으로 살게 해줘서 너무 고맙데이~~

맨발의 검정고무신으로...ㅋㅋㅋ

 

 

 

 

 

어제 아침은 화개골에도 그림같은 하얀세상을 만났다.

 

 


 

 

 

기다리던 눈은 아이들 방학때는 한번도 내리질 않더니

겨울방학을 끝내고 개학 첫날 아침부터 등교길을 힘들게 했다.

 

밤새 내린 눈에 발도장을 찍고 나선 큰딸은

기다리던 버스가 오지 않아서 볼이 빨갛게 되어 되돌와

작은 소동끝에 학교에 갔는데 하동에도 눈이 많이 내려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눈싸움만 했단다. 

 


 

 


 

 

까치부부는 눈이 쌓인 둥지에 들어가지 못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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