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행복한 내음새

오키Oki 2005. 7. 31. 20:47

 

7월 28일에 적은 일기

 

장마가 끝난뒤 이곳은 그동안

소나기 한줄 지나가지 않는 가마솥더위가 계속 되었다.

녹차밭에도 풀이 많아서 휴가객들이 몰려오기전에

차밭골에 숨어들면 사람은 보이지 않고

밀집모자만 들썩들썩 매일같이 춤을 추는데

 

그모양새가 우습다며

하루는 학교도서관에 가는 딸애가 놀랬단다.

 

낫한자루 손에 쥐고 사우나(밭매기)를 하면

샤워로도 하루종일 더위가 가시질 않았다.

 

집뒤에 있는 개울에 몸을 담그고 나와야

땀을 흘리지 않고 점심밥을 해줄수가 있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 소식이 있어 새벽부터 먹구름이 잔뜩 끼였다.

차밭에 밭매기가 이틀분이 남아 있어 비오기전에 했더니

흐린날에 꼭 나타나는 깔따구가 달려들어 얼굴에 두방 물리고

차나무에 있는 벌집을 건드려 손등에 벌침을 한방 맞았다.

 

꽃벌보다는 좀 큰벌인데 여름날에 올라온

부드러운 차잎을 따서 꼭꼭 씹어 붙여놓고

따끔거리는게 금방 멎길래

아침부터 벌한테 쏘여 하루기분 망쳤다 대신

더운 여름날 잘 버티라고 자연이 주는 선물로

고맙게 여기고 낫자루 쥐고 일했더니 한결 몸도 마음도 가볍다.

 

밭작물들이 불볕더위에 바짝바짝 타들어가는때에

마침 비가 내려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아직은 비가 조용히 내려주는데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니 비설겆이 단단히 해두고 있다.

 

그동안 한낮에는 더워서 시원한 그늘찾아 옮겨 다니고

밤에는 하루살이들이 불빛보고

방충망도 뚫고 들어오는 통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매일 바깥에서 저녁밥먹고는

큰바위에 드러누웠다 느즈막하게 방에 들어온다.

 

 

올여름 너무 더워서 그냥 지나가나 했더니 느즈막하게 쉼터를 하나 만들었다.

 

 

 

 

 

 

 

 

 

방학을 맞은 딸들과 먹는 점심

가마솥에 밥을 비벼 숟가락 하나씩 들고 퍼먹는 맛

행복한 냄새가 솔솔~~~

도시의 유명한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각시야~~

여름엔 먹고 싸는것도 돼다.

똥잘나오는 음식이 최고인기라.

 

 

 

 

 

학원을 가지 않는 딸들은

일하는 아빠의 모습도 자연스레 훔쳐보고

밭매고 돌아와 구슬땀 흘린 얼굴로

물한컵 받아드는 엄마의 모습도 보고 자란다.

 

아이고 참 우스버라~~

식물도 주인 닮아 간다더니 이 풋고추도 아지매가족 사랑함니더~~

 

 

 

 

 

점심먹고 동생은 신선노름이고

 

 

 

 

 

언니라고 시원한 매실차도 들고 나와 돌린다.

 

 

 

 

 

밤에도 바람한점 없는 열대야로 잠을 설쳐야 하는데

낮동안 열을 받은 바위에 드러누우면

등따습고 개울바람이 불어와 시원하다.

 

이더운 여름날 사람마다 다 시원함이 틀린데

등이 따스한데 왜 시원할까?

몇시간 동안 밭매기를 한 나만의 시원함을 신랑도 모른다.

 

밤에는 온돌역할 톡톡히 해주고

해질녘엔 사색에 잠기기 좋은 천년바위가 있어 돈많은 부자 부럽지 않다.

 

 

 

 

 

귀농일기가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다 담으려니

그동안 다녀가신 손님들의 얘기가 많았던것 같아

이제부터 되도록이면 손님들 얘기는 올리지 않을려고 한다.

궁금해하는 형제, 친지들분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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