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밤새 내리던 비가
우리 부부가 부산으로 길 떠나도록
오전 9시에 그쳐주어 연차휴가로
해외여행을 다녀 온 큰딸을 마중하였다.
11월말로 그동안 따뜻했다는 표시로
가로수에 동백꽃이 빨갛게
흐드레지게 피었고
철쭉꽃도 피어 있었다.
처마밑에 붙어있는 벌집을 볼때마다
객지생활을 해야하는 딸들이 찰싹붙은
벌집처럼 같은 대학교에 다녔으니
이왕이면 부모된 욕심이 하나 더 붙었다.
몇 해 전 큰딸이 면접을
보러가기위해 택시를 탔는데
정직하고 깨끗한 인품을 가진 CEO라며
택시기사님도 칭찬을 하는 분의 회사여서
작은딸까지 같은 회사에 다니면 참 좋겠는데...
나와 남편의 바램대로 열흘전에
진짜 그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작은딸은 올해 2월 졸업후
곧바로 경영대학원 행정실에서
조교로 지난주 금요일까지 근무를 잘 마치고
언니가 다니는 회사의 하반기 공채로 입사되어
이달초부터 수습사원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요즘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미생' 드라마가 우리시대 자식들의
직장생활 같아서 놓치지 않고 본다.
'미생' 에서 신입이 될려면
인턴과정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PTP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해야 정직원이 된다.
요즘 기업에선 유능한 직원을 얻기위해선
냉정한 평가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작은딸도 벌써부터 걱정이된다며
서류합격자들은 2차 면접까지 당당하게
거쳤는데도 그동안 3개월만 잘 버티면
정직원으로 받아주던 회사가
이번 공채생부터는
수습기간동안의 평가로 떨구기도 한다며
마음부담으로 매서운 겨울이 될 것 같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전에
작은딸이 수습기간을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화이팅!
그동안 작은딸을
친자식처럼 이뻐해주시고
잘 지도해주신 경영대학원
행정실 여러 관계자님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부부가 찾은 김해공항은
88년 제주도 신혼여행이후 처음이였다.
1층과 2층을 두루 둘려보니
공항답게 쓰레기통이 재밌게 생겼다.
딸들이 엄마하고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며
여권을 만들어 놓으라고 했는데
이젠 정말로 만들어 두어야겠다.
그동안 산골에 사느라
아직 안 해본 것들이 많아서
밖에 나가면 어린애처럼
모든게 다 신기해 보인다.
억지로 짜 맞추고 싶어도 안 되는 일이
우리의 바램대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니
정말 정말 감사할 일이다.
친정 남동생네와 저녁식사를
약속해 둔 장소 근처에서 눈에 띈
옛 서면로타리를 보니 반가웠다.
딸들은 많고 많은 회사중에서
자매가 같은 직장에 다니게 될 줄은
엄마, 아빠도 꿈에도 몰랐듯이
회사에서도 이슈가 될 거라며 재밌겠단다.
작은딸 입사면접 준비기간에 전화로
자주 안 내려온다고 화를 내시길래 겸사겸사 친정엄마의 생신이 다가오고 있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미리 축하해드렸다. 다른 집 자식들은 자주 찾아오는데 내가 보고 싶어도 이젠 버스도 못 타겠다며 자주 못 뵈어 드려 부모님의 서운함도 알고 있다.
시골에 살다보면 고정수입이 없기에
먹고 사는데 쓰이는 지출보다는
한번씩 집을 나서면 도로에 버려지는
지출이 더 부담스럽다.
도시인들이 시골에 사는 친구, 친척, 지인들한테
말로만 한번씩 놀러가봐야지 하면서
쉽게 놀러가지 못한 이유도 우리와 비슷할 것이다.
시골에서 긴 외출을 한번 할려면
아파트 현관문만 찰칵 잠그고
나서는 것처럼 그리 간단치 않다.
몸은 도시에 나가있어도 마음은 시골로 간다.
혹시나 집에 없는 동안에 비바람이라도 내리치면
나뭇잎이 떨어질텐데 수채구멍이 막히지는 않는지
강풍이나 태풍이 불면 뭐가 날아갈 게 없었는지
눈이 많이 내리면 내려 앉는 건 없었는지
쌩쌩 바람부는 겨울은
뜨뜻하게 데워놓은 방에 온기가 다 식으면
아궁이에 불 붙이고서도
한참이 지나고서야 방이 따시게 되는데
밤늦게 도착하면 다음날로 미루고
피곤하여 그냥 자게 되는데
내마음을 귀농자들이나 앞으로
귀농을 할 사람이면 조금 이해해 줄 것 같다.
'공부하는 고생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을 간다'
김해공항에서 전시 판매되는 그림 속의 글귀가
눈길을 끌어서 한컷 찍었더니
촬영금지 푯말이 있어 글만 옮긴다.
딸들이 자주보는 거울앞에는
아침 눈 떠면서부터 선택의 연속이 기다린다.
무슨일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선택을 잘하라는 뜻으로 만들어준 것인데
아직도 잘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고마웠다.
모처럼 친정집에서 자는데
주택가여서 이웃이 켜둔 환한 불빛에다
새벽 3시까지 들리는 TV소리, 물소리, 보일러 소리,
한번씩 지나가는 기차소리 등으로
나도 시골사람 다 되어 이젠 도시에 가면
주변의 소음으로 잠도 깊게 못 자고
얼마나 자고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남편은 어쩌다하는 도시속의 운전이
혼란스러워 더 피곤하다며
숙면도 안되어 영 개운치가 않단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익숙한 삶의 무대에서
일상을 맞으니 남편은 날아갈 것 같단다.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욕심을 줄이고 현재에 만족하며 허세를 버릴 때,
긍정의 마인드로 되도록 느리고 여유롭게 살 때,
그럴 때 행복은 우리에게 참모습을 드러낸다.
사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조금만 미소를 지으면
행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ㅡ탈 벤 샤하르의 하버드대학 행복한 강의에서
요건 내가 먹고
이건 각시 갖다 주고
먼데서 눈구름이 몰려온다.
지난 목요일 눈발이 날렸는데
첫눈이 될 것 같다.
금요일 아침에는 간간이 쌓인 첫눈을 보았다.
첫눈속에 꽃송이는 하나 더 늘어났다.
마지막 달력으로 넘어오자마자
찬바람에 기온도 뚝 떨어져
긴 겨울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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