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초가 꽃을 피운 가을아침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신선초꽃
밤송이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앉은 잠자리
인생의 중반에 접어들고보니
지난 여름밤 내내 나와 남편은
두팔을 쫙 펼친 모습으로 잠을 잤는데
얌전하게 잘려고 했지만 저절로 몸부림이 쳐지고
아하! 나도 여름밤에는 잠자리를 닮았구나.
침대에서 잤더라면 밤마다
한사람은 쿵하고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며
침대 없는 게 천만다행이란다.
말벌들이 영 보이질 않는다.
집을 지을 일벌들이 깨어나질 않으니
벌집이 더디게 지어진다.
말벌집이 어떻게 지어질줄도 모르고
초반부터 겁먹고 벌집을 떼어 냈더라면...
가을무가 싹을 틔웠다.
잡초와 잘 어울리는 무대에서
가을날 풀벌레들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들려온다.
풀벌레들도 맘 놓고 먹고 살아 갈 곳이 있어야
배추밭으로 덜 내려올 것 같다.
배추모종을 옮겨 심은지 하룻밤 사이에
벌써 땅속벌레한테 갉아 먹히고 있다.
아침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나팔꽃
뚫어진 잎사귀에 대고 나팔을 불고 있다.
농촌에선 산과 들로 마음놓고 쫓아다닐려면 장화가 필요하다.
신발가게에서 장화를 살때 상점앞에 진열된 것은 중국산이 많다.
주인이 진열대에서 덥석 집어주는 것을 사는 것보다
부산지역의 신발메이커를 들먹이면
가게안 선반 꼭대기에 숨겨놓은 상자에 담긴 것을 꺼내준다.
정품메이커를 보여달라고 하면
마진이 적어 남는게 없다고 하면서 싫어하는 기색인데
그래도 보여 달라고 해야한다.
진열대에 있는 장화를 만져보면
메이커 장화보다 고무가 좀더 말랑말랑하다.
장화를 신고 안전하게 일할 사람의 입장보다는
신발가게주인의 입장만 생각하니까
이윤이 한푼이라도 더 남는 것을 권한다.
초보농군이 될 분들은 참고하시라. ㅋㅋㅋ
밭갈이 한다고 땀을 흘린 남편한데 벌들이 달라 붙는다.
벌을 겁내지않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벌들이 저절로 날아왔듯이 잠깐 놀다가 또 저절로 날아간다.
짧은 소매를 입기 시작한 늦봄부터 가을까지는
내팔이 햇볕에 노출되면 계속 꿉힌다.
좀 꿉히고해야 겨울에 감기도 덜하고 때론 안하고도 넘길수 있다.
울딸들아! 엄마가 감기도 잘 안걸리고
간혹 감기에 걸릴때 고생안하는 이유 이제 알겠제.
여성의 골다공증예방에는 최고가 생리하는 것이래.
비타민 D는 피부를 통해서 흡수한다니까
팔에 흑백이 분명해도 뼈들이 좋아하면 괜찮아.
그러다 겨울되면 제색깔로 돌아올꺼고.
고등학생때 딸들이 학교에서 신다가 졸업때 들고 왔길래...
우리집 주변은 돌도 많고 큰바위도 많은데 이런 슬리퍼 도움 안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면 언제 옆구리 터질지 불안하기에
피쓰로 단단히 박아서 쓰면 뒷축이 닳을때까지 문제없다.
올여름 나 말고도 너댓사람 신어 봤다.
두딸중 누군지 모르겠는데
학교에서 실내화 한쪽을 도둑맞고서
다른짝을 구해서 신다가 졸업때 챙겨 온 신발로
짝짝이가 된 사연이랬제.
촌은 이래서 좋은거다.
녹차밭골에서 끌어올린 토종오이
가을볕에 오이가 잘 영글어간다.
큰박 한 통만 씨앗받이로 남겨 놓았다.
올해는 호박보다 박이 그런대로 되어주니
호박은 나눌게 없고 추석도 다가오는데
가을볕에 박이 여물자마자
토종오이와 제수 나물거리로
박을 이웃에 나눌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키운 줄 아시니까
이맘때가 되면 기다리고 계신다.
동백나무열매
새신을 신고
아빠가 7일 하동읍내 장날에 배추모종을 사러 갔다가
아빠의 고무신 한켤레와 엄마 밀집모자를 사서 왔더라.
울딸들이 밀집모자를 살 기회를 놓쳤으니
대신 아빠의 사랑을 머리에 올려야겠구나.
황촉규가 피기 하루전
메뚜기는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꼭붙들고 매달려
다음날 황촉규가 활짝 피어도 떨어질 줄 모르고
하루만 활짝 핀 모습을 보이고서
그다음날 꽃이져도 떨어질 줄 모른다.
이 메뚜기가 한곳에서만
사흘을 붙들고 있길래 참으로 궁금했다.
죽었나? 살았나?
눈알이 움직였길래 뭐하나 살펴보니
꽃대에 입을 박고서 즙을 빨아먹는것 같다.
얼마나 맛있길래 사흘씩이나...
최후의 죽음을 가을꽃에 안겼을수도 있겠고.
살아 있는 꽃과 죽은 꽃의 유일한 차이점은
살아 있는 꽃은 계속 자라나지만
죽은 꽃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고 한다.
웃음은 병든 몸과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
스트레스로 병든 머릿속을 밝게 만들어주고,
더 많은 산소를 들이마시게 해서 몸을 상쾌하게 해준다.
부작용은 전혀 없으며,
처방전 없이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명약이래요. ㅎㅎㅎ
즐거운 명절 한가위를 맞이하여 가정에 웃음꽃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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