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질때는 개울이 있기때문에
남편은 집주변을 자주 둘러보는데 지난 주말 토요일은 그래도 괜찮았다.
뉴스에는 지리산 하동에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면서
걱정해주시는 부모님들께는 괜찮다고 안심을 시켜드렸는데
일요일 새벽 3시쯤에 일어난 남편은 떨어진 나뭇잎이
뒷마당의 배수로를 막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러 갔다가
어이없는 광경을 보고서 밖에서 다급한 소리로 깨워 일어나니
빨리 누전차단기를 내리라고 한다.
뒷마당이 물이 가득 차올라와 있는 상황이였는데
냉장고와 세탁기가 있어서 우선 누전차단기부터 내려야 했다.
어둠속에서 당한 일이라 남편도 개울 둑이 터진줄 알았다가
사태가 집뒤의 이웃농가의 논둑이 무너진것 같다며
남편 혼자 비를 맞고 집근처를 돌아다녀보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뽀족한 수가 없었다.
날이 밝을려면 한참 더 있어야하고 이걸 어째하면서
어디로 연락해야 하나? 다들 곤한 잠에 빠져 있는데
빗속을 뚫고 올 사람 아무도 없을테고
날이 밝아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어둠이 가시면서 비가 적게 내려 물길이 잡힐 듯 하여
남편은 이웃아저씨한테 알리러 갔는지 보이지않고
혼자 다급하게 퍼냈더니 물이 빠질 기미가 보이다가
다시 장대비와 함께 더 심하게 쏟아진다.
이웃농가 아저씨는 당신의 논을 둘러보고는
논둑이 무사한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고
순식간에 물이 다시 차오르는 상황이
더 심각하게 된것도 모르고 있기에
반장에게 연락을 했더니 안내방송도 없이
반장집 아저씨 한 분만 올라오셨길래
어처구니가 없어 다시 반장께 전화를 했더니
이 빗속에 누가 갈 사람 있겠어요?
아무한테도 연락 안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가 찼지만
그래도 연락은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혼자서 아무리 퍼내어도 감당이 안되는 물길
어찌된 상황인지 눈으로 확인이나 해보자 싶어
큰바위에 올라가서 쳐다보니
산길로 타고 내려오는 물살에 놀라고 말았다.
마을 뒷산은 여러 명의 산주인들이 있는데
차나 경운기가 다니기좋게 길을 닦는 과정에서
폭우때 개울로 물이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길둑 턱이 높았던 게 원인인 모양이였다.
논주인의 반승락으로 우측 논둑을 무너뜨려
개울로 물길을 분산 시켰는데
생각보다 많이 무너뜨려졌다며
남편이랑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도 하도 다급하니까 그렇게 했겠지만
여태껏 한번도 없던 상황이 생겨 어쩔 수 없었다.
남편은 비가 많이 내릴때면 항상 개울가로 가서
수위를 점검하는 걸 놓치지 않는다.
이번 비에 개울은 위험 상황이 아니다 생각하고
잠을 자다가 난데없이 엉뚱한 곳에서 봉변을 당했다.
몇년 전 작은누나의 이웃이 이사를 가는데
냉장고와 세탁기를 버린다고하여
창원에서 싣고와 그동안 잘 사용하고 있었다.
시골은 AS를 부르면 더디고 언제 올지도 모른다.
어이없이 물난리 당한 사람만 피해보게 되었지만
우리 부부 인명 피해없이 그만하길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토사로 엉망진창이 된 것을 정리하느라 이틀을 소요했다.
어제 잠깐 햇빛이 나왔길래 세탁기를 씻어 말려 두었다.
냉장고는 내용물이 있어 급하게 씻고 닦고 말려서 가동시켜보니
작동이 되길래 남편의 손재주가 많은 게 요긴하게 쓰인다.
물난리 소동의 하루가 지나자 개울은 평정을 되찾고
폭우로 마을에 물도 들어오지 않아 개울에서 씻고 물 떠다 나르고
빗물받아 쓰면서 엉망진창이 된 뒷마당을 청소할 수 있었다.
휴일의 물난리 소동이 끝나고 월요일은 해가 나올 기미가 보인다.
월요일 오전 한 때 나온 햇빛이 고맙기만 하다.
올봄에 찻잎 따주시는 아주머니가 댁에서 파오셨길래
옮겨 심었는데 지난 주중에 빗속에 피어난 백합이다.
여름 장대비를 맞으며 원추리가 피어났다.
백합도 뒤질세라 한 송이를 더 꽃 피워 준다.
"각시야! 그래도 꽃은 핀다.
니캉 내캉 서로 쳐다보고 웃으면서
마음에 거슬리는 것 없는 영원한 친구가 되자"
'(前)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을 보내며... (0) | 2011.07.31 |
---|---|
여름 땀방울은 아빠의 인생 (0) | 2011.07.24 |
물은 생명을 잉태하고 (0) | 2011.07.09 |
아름다운 여행을 마치고... (0) | 2011.07.04 |
엄마! 별것 아니네요~~ (0) | 2011.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