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남아있는 새벽녘
주룩주룩 빗소리가 반가워 울부부 동시에 눈이 뜨졌다.
녹차아저씨 : 내 인자 각시가 없는 시간은 상상하기도 싫다며
있던 밥 다 떨어진후론 밥도 안해묵고 굶었단다.
녹차아지매 : 혼자 밥도 잘 해묵고 그래야
나도 좀 맘놓고 놀다오기도 할건데...다 틀렸당.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은 각시가 집을 비웠다.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부산대학병원으로 병간호를 보냈는데
마침 퇴원을 하시게 되어 거제도 집으로 모시고 하룻밤을 지내다 왔다.
한번도 내각시가 신랑만 남겨 놓고
집을 비운 일이 없었기에
인생에서 하루반나절 36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꽤 긴 시간일수도 있는데
각시가 없는 그시간은 나에겐 최고로 긴 시간이였다.
맨날 밥 해주는 각시가 잠시라도 없을거란 생각을
그동안 한번도 안해보고 살아왔던 나 자신에겐
깊은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다.
각시가 늘 옆에 있어 밥 해주는 고마움도 모르고
오늘 밥이 와 이렇노~~~
맨날 짓는 밥이...
첫째? 뭐니뭐니해도 밥이 잘되어야지.
반찬이 아무리 맛좋으면 뭐하노~~~
밥이 맛없는데...
특히 딸들 앞에서 불평했던 나자신
밥상에서 각시얼굴이 붉어지는 줄도 모르고
막 몰아 세우기도 했었다.
각시야~~
내가 괜히 촌으로 데리고와서
애들 키우랴, 농사일에, 돌작업에,
집짓기일에, 손님대접에, 책 읽으라, 공부해라...
내 나이 50줄에 든 줄도 모르고 깡탈 부렸제.
이젠 각시가 해주는 밥은 무조건 그냥 먹을께
죽밥이면 죽밥으로 먹고
된밥이면 된밥으로 먹고
삼층밥이면 삼층밥으로
아무 말 않고 그냥 고맙게 먹을께.
내각시를 내가 아껴야 한다는 걸 배웠지롱.
그동안 참 미안했대이~~
부부의 삶을 무슨 무슨 이론에 맟춰 살아갈수는 없다.
승부없는 게임으로
같이 살아보고,
같이 맛보고,
같이 소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가문 날씨에 중간밤이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이웃농가의 밤나무도 밤송이째 말랐다.
감
지난 토요일엔 여름휴가때 온 남편 친구부부가 산밤을 줏어가고
수능생딸을 위해 뒷날 휴일은 아빠가 산으로 들어가 줏어 온 산밤과 단감
고무신
파란색의 신랑 고무신을 신고
비 그친 아침나절에 디카를 들고 한바퀴 휙 돌아보았다.
같은 날에 심어진 배추모종은
거름이 잘 된곳과 거름이 안 된곳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김장무밭
줄콩
참외
작두콩
밭거름으로 돌아 갈 호박
가을호박
알에서 깨어난 말벌까지 총동원되어
희뿌연 새벽부터 어둠이 깔리는 저녁까지 쉴새없이 짓는다.
벌들은 타고난 프로그램대로 똑똑하게 집을 짓는다.
하루에 몇번이고 벌집을 쳐다보는 즐거움도 있는데
촌이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그리고 말벌들한테 많이 배운다.
로또에 당첨되면
한방에
이번판에 끝발만 올라오면
무슨무슨 비법만 찾고
꾸준한 노력과 성실하면 성공은 뒤따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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