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풀은 녹차아저씨가 맡았지만
밭에도 풀벨일이 많다.
산에서 예초기 작업하고 오는 사람한테까지
밭일까지 못 시키고 푹 쉬게 해줘야
뒷날 또 예초기를 작업할수 있기 때문이다.
녹차아저씨가 없는 동안에는
배추벌레도 잡아주고 찬거리 후딱 걷어 놓고
낫자루 쥐고 밭의 풀들을 차근차근 베다 보면 시간도 잘 간다.
가을햇살아래 낫을 들고 놀다보면
다이어트는 끝내주게 되는데
각시니는 내한테 시집 잘 왔제.
처녀때보다 더 날씬해졌다고
촌으로 데리고 온걸 자랑스러워한다.
내만 잘왔나 당신도 잘왔으면서
직장생활이라는게 매일매일 목숨하고 바꾸러 간다고
첫애놓고 나니까 혼자 절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날 울려 놓고선...
평생을 즐거워할수 있는 일을 찾아서 참 잘왔지롱.
올여름에 집마당에 풀이 길어도
녹차아저씨는 예초기를 한번도 안돌렸다.
각시 니 놀이터하라며 풀도 안베어주니
한여름에 낫들고 헬스 참 많이도 했다.
가을풀이 또 길어서 한번 더 내손길 기다리는데
밭에도 일을 다 못 끝내놓고 산으로 밤주으러 가야 할판이니
지금 마당은 풀씨를 맺은 풀들이 키를 자랑하며 춤을 춘다.
올해는 배추벌레가 더 많이 들은 것인지
내눈이 더 밝아진것인지 누런색을 띤 배추벌레가
이제 생겨나 꼼지락 거리는 것까지도 눈에 띄이니
핀셋들고 하나하나 살펴서 콕 집어 낼땐
왕 짜증~~ 난다.
한포기 건너 뛸때도 있어야 하는데
매일마다 살펴도 포기마다 3~4마리 들어 있으니
배추벌레를 잡는데 한시간이나 잡아 먹는다.
개미까지 배추속에 들어가서 놀다가
배추를 못쓰게 망치고 있다.
배추모종을 105포기 심었는데 이정도면
끝까지 잘키울수 있겠다 싶은것은 50포기정도다.
비가 온뒤에 배추를 흙과 함께 푹 떠서
다시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
들깨는 하얀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방아도 보라꽃을 피우고 있다.
집주변에 있는 감나무가 다홍색을 입기 시작했다.
약을 한번도 안친 감나무여서 다른곳보다 주황빛이 일찍 눈에 띈다.
산에도 마찬가지라며 녹차아저씨는
예초기 작업을 하고 쉴때는 떨어진 홍시를 하나
줏어 먹기도 한다며 각시 니가 눈에 밟혀서
조심스럽게 한개 들고와선 한번 먹어봐라고 건네준다.
이제 얼추 풀베기가 다 되었다며
오늘은 그동안 산에 떨어진 밤을 줏어
다음주에 장인제사때 쓸 밤을 부쳐야 겠다고
마음 먹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비설거지 생각이 나서 일어나보니 4시였다.
주말에 비소식있다고 믿고서
둘다 어제 일기예보엔 관심을 두지않았더니
각시야~~
태풍이 온다고 닷새동안 우산 그림이다.
띵~~~~~~~~~
추석전에 제사가 들어있어서 가보지는 못하고
우리 두사람 항상 마음만 보낸다.
무도 이제 한번 솎아 줄때가 되었다.
여린 무잎에도 벌레들의 잔치가 시작 되었다.
고구마줄기는 질겨서 껍질을 벗겨서 대부분 요리들을 한다.
우리집에서 가꾸는 것들은 자연농법이라 아까워서라도
되도록이면 전부를 다 먹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나는 고구마줄기는 껍질도 안벗기고 사용하는데
한번 삶아서 다시 볶으면 질기지 않다.
고구마잎은 데치면 미끄덩 거리지만
버리지 않고 된장찌개에 넣어서 먹는다.
풋호박도 속을 파내지 않고 씨앗까지 다 요리하는데
그나름대로 다 영양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녹차아저씨도 총각때는 담배를 피웠단다.
20살부터 피운 담배는 29살에 단박에 끊었다고 했는데
내가 녹차아저씨를 만났을때는 담배를 끊은 상태여서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총각때 찍은 한장의 사진속에는
손가락사이에 담배 한개비가 들려져 있었다.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바로 한개비도 안피웠다고 하는데
친구들이 임마는 억수로 독하다고 했단다.
우리더러 고집스럽게 자연농법으로 길러서 먹으니까
오래살려고 그러제라는 소리도 듣는데
아무렇게나 먹고 큰병에 걸리면 누가 손해인가.
병원생활 안해본 사람은 아픈사람 심정모르고
병간호 한번 안해본 사람은 병간호 해본 사람 심정 모른다.
직장생활때 녹차아저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어린애들 데리고 여름 두달간 병원 들락거려보니까
진짜 가면 안될곳이 종합병원 이더라.
죽을때 고통없이 죽을수 있는 사람도 복 받은 사람이라고
친정엄마는 아무리 아프셔도 약을 멀리 하신다.
산목숨일때 약을 많이 먹으면 죽을때도 괴로워하더라고 하시면서
약을 달고 계시는 친정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엄마도
할머니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아넘겨야할지 그게 젤 걱정이란다.
어느 미국의사가 쓴 책속에는
곡기를 끊고 죽는게 고통없이 죽는 행복한 방법이란다.
100살까지 살았던 조화로운 삶의 스코트니어링도
일주일간 곡기를 끊고서 최후를 맞이 했는데
죽는 순간까지도 헬렌니어링의 손을 잡고 행복하다고 했다.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더라는 말을 난 믿지 않는다.
간혹 살림을 하다보면 이렇게 냄비를 태울때가 있게 마련이다.
치약을 짜서 써다보면 깨끗하게 잘 쓰질 않는데
마지막까지 알뜰하게 처리하는 주방에서 해결하면 된다.
치약이 다 써져갈때는 밑바닥을 긁어서 돌돌 말아 써다가
꼭지부분은 아무리 짜도 빠져나올수가 없는데 이걸 잘라서
스텐그릇을 닦는데 쓰면 아주 좋다.
반짝반짝
이 냄비는 녹차아저씨가
총각때 회사에서 나온 선물을 받아 놓았던 것인데
다른 냄비보다 정이 더 가서
하루도 빠짐없이 20년동안 잘 쓰고 있고
앞으로도 쭈욱~~ 잘 쓸것이다.
추석명절때 부엌일하다가
야가~~~ 정신을 어디다 두고
냄비를 태웠냐고 한소리 듣기전에
시어머님들 몰래 치약으로 닦아 놓으면 된다.
지난번 비에 녹아내린 참외들
새벽부터 시작된 비가 오후들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다.
농협에 수매하는 농가는 비를 맞고서 밤을 주으러 나서는 이웃도 보인다.
올가을은 날씨가 안따라주니 추석대목을 앞둔 과수농가들이 울상이다.
각시야~~
눈이 서먹거려서 잠을 통 못잤다는
녹차아저씨와 하동엘 갔다.
눈동자에 작은 점같은게 보여서 안과에 갔더니
예초기작업하면서 쇳조각이 튀어 들어갔던것 같다.
철망을 쓰고 작업을 했는데도 산에 바위가 많아서
조심을 했는데도 그렇단다.
의사는 눈동자 한가운데 박혔으면 실명할수도 있는데
빗겨서 박혀있어 다행이라며 내일 또 오라고~~~
안가도 될것 같은데 또 오라칸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