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갈팡질팡해지는 마음

오키Oki 2004. 10. 5. 01:12

 

봄에 집지을때 따다 놓은 차잎들을 열처리를 못하고 있다가

선들바람 부는 9월에 녹차를 작업하느라 칼럼관리도 소홀했습니다.

밀린 일기예요.

 

9월 28일

추석연휴인 일요일 오후에 밤주으러 대군사가 도착했다.
하동 금남면이 고향인
울산에 사는 찬효네 가족들이 추석 쇠러 고향에 왔는데

삼형제가족들이 함께 밤주으러 와서
녹차아저씨 트럭에 한차 태워 산으로 갔다.

수원에 사는 친정오빠가 추석쇠러 부산에 왔다가
고향인 산청에 명절앞에 친지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집에 남동생과 왔다.
산에서 밤줍고 있는 녹차아저씨를 만나기위해
오빠 모시고 동생과 함께 산으로 갔더니
그동안 밤을 한번도 제대로 줍질 않아서

떨어진 밤송이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올해 감이 안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니
10%만 달려있는 상태여서 귀농후 최악이다.

다른집도 마찬가지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산청에도 그러하다고 한다.

감의 해걸이라 여겼는데 정도가 지나쳐 날씨탓인지 모르겠다.

오빠와 동생도 우리집 산을 처음 구경하였는데

가을산이 먹을것이 가득하며
현장학습하기 좋은 조카들을 안데리고 온것이 후회된 모양이다.

내년 가을에는 꼭 밤주으러 오겠다고 남동생은 벌써 예약한다.

벼타작을 예약해 두고 왔다며
눈에 보이는 밤을 다 줍질 못하고
두가마 챙겨가는 금남면 사람들 입이 함지박 만큼 벌어져 갔다.

일찍 부산으로 간다고 해서

산에서 빨리 돌아 왔는데

처남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해가 저물고 저녁밥을 먹고 갔다.

호박잎을 쪄서 상에 올렸더니

울오빠가 그렇게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 처음이다.

녹차빵을 먹고 밥을 먹는 것이여서

밥을 남길려나 했더니

밥한공기 뚝딱하고 더 달라고해서 놀랬다.

고2때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장손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사는데다

대기업부장이라는 직함으로

끝없이 공부하여 안스러울때가 많다.

추석명절때 아무데도 안간다는 소리를 듣고
소민이, 성민이를 데리고 갔다.

 


 

 

 

두딸을 친정엄마께 보내고 난뒤

찬효아빠가 사온 막걸리 맛을 보았더니 설겆이도 못하고 뿅갔다.

작은 추석날

새벽에 빗소리가 들리는듯 했는데

머리가 욱신거려 일어나보니 비가 지나고 간 아침이다.

 

 

 

 

 

 

오후에는 무밭에서 무를 솎았다.
배추는 녹차아저씨가 솎아야 한다고 손도 못대게 했는데

무는 나더러 솎아라 한다.

 

 

 

 

 

 

짓궂었던 날씨에도 그런대로 무들이 자라주어 다행이다.

농사를 짓다보면 솎아내기가 제일 힘들다.

일이 힘들어서 그런것이 아니라 마음이 힘드는데

힘들게 어두운 땅속을 뚫고 겨우 올라와 자리를 잡았더니

주인손에 뽑혀질 운명인것도 모르고 있다.

알차고 실하게 열매를 맺게 할려면

어떤것은 살리고 어떤것은 뽑아내어

넉넉한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갈팡질팡속에 뽑혀진 잎사귀들은 맛있는 여린 김치감이 되어준다.

 

 

 

 

 

 

외갓집에서 하루밤을 자고난 딸들은 집이 그립다고 했다.

엄마가 못해주는 송편도 만들어 보곤 했는데

뭐가 그토록 그리울까.

컴이 하고 싶단다.

엄마가 이렇게 잘 있는 모습도 못보니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