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네 황금돼지는 차면 비우자
2007년 1월 1일 집에서 맞이하는 일출
정해년(丁亥年)새해 아침
구름 사이로 해가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황금돼지해라고 돼지저금통들이 동이 났단다.
우리집엔 흔한 돼지저금통은 없고
인간 돼지한마리가 있는데ㅋㅋㅋ
황금돼지가 될런지 똥돼지가 될런지는...
나의 새해는
복을 달라는 염치보다 복을 짓게 해달라고...
돈이 없어도 복을 지을수 있는곳이 시골생활이다.
돈뭉치 들고가서 불우이웃돕기 할 형편은 안되지만
찾아 오는 이 목마르면
물한대접, 차한잔으로 목축여 드리고
배고프면 밥한그릇 퍼담아 내어
정까지 덤으로 먹게 할수 있다.
새해들어 나흘째는 첫 복을 지을수 있게 되었다.
불쑥 찾아온 한 가족에게 차와 떡 그리고
가마솥의 누룽지까지 먹여 보낼수 있도록
복 짓는 기회를 주신 것에 오히려 고맙다며
인사를 드렸더니 배워서 첨 만든 천연비누라며
우리식구 모두 고운 얼굴되라고 3개나 준다.
수능을 쳐야하는 수험생 딸이 있게 되는데
수능치는 그날까지 딸의 건강도 기원한다.
우리가족의 귀농 정착지는 침점마을이다.
침점(針店)은 화개 지명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이다.
102년(신라 사파왕 23년), 가락 김수로왕 일행이
지리산 화개동에 출가한 7왕자를 만나기 위해 이 곳에 왔다.
행차 도중 왕의 옷고름이 떨어져,
경치 좋은 곳에서 쉬면서 바느질을 시킨 곳이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바늘점(針店)』이 되었다.
주민들은 마을의 지형이
삼태기 같이 생겼다하여 『삼태동』이라고도 부른다.
삼태기는 차면 비워야 하므로 부자가
나지 않는다하여 다 떨어진 삼태동이라고도 한다.
(화개타령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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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 타고온 행차길이
어찌 그리도 더디던고
대비암을 바래보고
다 떨어진 삼태동은
냉수물에 띄워놓고
침점앞에 방애소리
신촌이 불안허고
짚고짚은 도심촌은
신촌안에 있거니와
중촌이라 올라가서
회강동 안태봉은
어떤 인간이 계실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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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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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타령중에서...
또 혹자는 침점에서 바라보는 삼태성(三台星)이
가장 밝고 아름다워 삼태동이라 부른다고 한다.
(삼태성-큰 곰 별자리의 주별(主星)은 북두칠성이고,
북두칠성의 가장 밝은 별이 상·중·하의 삼태성이다.)
- 화개면지에 실린 침점마을 유래에서 -
삼태기에 찬 것들은(재물, 욕심)
화개동천 너머 소쿠리봉에 비워야 한다.
황금돼지해를 맞은 59년 돼지띠 녹차아저씨는
올해도 차면 비운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단다.
심신이 고단한 분이 앞산 소쿠리봉에 비우겠다고
찾아오면 우리도 환영하는데 아직 한분도 없었다.
해맞이가 끝나고 2~3시간 지나자
포근한 날씨속에 비가 내렸다.
뒷날은 한나절 내내 안개에 휩싸여
우리는 무릉도원에 있는 기분이였다.
농한기인 겨울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다
컴앞에 앉을 기회도 식구들에게 다 빼앗겼다.
이번 겨울방학을 잘 넘겨야 하는 딸들을 위해
엄마, 아빠는 열심으로 옆에서 도와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