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합니다

어제 우리집에도 김장을 했다고 신고합니다.ㅋㅋㅋ
나는 무슨 일이든 여럿이 벅적거리는 것보다
더디더라도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한다.
촌에 살면 자연히 손이 가는 일이 많아지지만
그래도 혼자 하는게 편하고 좋다.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흉을 보아서
여럿이 일하는게 아직도 익숙지 않다.
결혼해서 사는 동안 두세번만 빼고
열다섯번은 김장을 해 온편인데
김장을 할양이 많던 적던 혼자서 다 한다.
첫날은 배추를 다듬어 소금간치고
둘째날은 절인배추를 씻어 물기를 빼놓고
세째날은 배추치대기로 김장을 끝낸다.
다른 채소는 유기농으로 기르면
옷에 쓱~~ 문지러거나 닦아서
먹어도 되고 물에 대충 씻으면 되는데
유기농으로 길러서 절여 놓은 배추는
벌레가 살았던 자국을 깨끗이 씻는데
보통보다 두배나 더 걸린다.
마을이웃분들이 김장을 할때는
품앗이를 하면서 같이 거드는것 같다.
김장을 끝내고 갈때는
그날 치댄 김치를 손에 들려서 보낸다.
화개골에서 우리마을이 호수가 적은 편에 속한다.
그래도 매일같이 부식차가 마을회관까지 올라오는데
흔한 두부나 콩나물 조차 사러 한번 가질 않았더니
우리집은 유기농으로 길러서 먹는 집이라고 소문이나서
아무꺼나 안먹는 줄 알고 김장김치도 얻어 먹질 못한다.
작년 이맘때는 밀양에 사시는
태평농 신종권회장님댁에서 가졌던 모임이다.
휴일 신회장님이(안경을 쓴 분)점심무렵 전화를 주셔서는
"신고합니다".
무슨 신고를예?
사나흘전에 하동으로 이사를 왔다고 하신다.
밀양에 귀농해서 집까지 짓고 사셨는데
갑작스레 하동바람이 밀양까지 세차게 불었던 모양이다.
하동에서 직장생활하는 아들이 사택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우선 그곳으로 짐을 옮겼다고 한다.
악양에 땅을 보고 오셨다고...
부산에서 교편을 잡은 분이였는데
먼저 교직을 그만두고 홀로 밀양에 귀농해 계시다가
올봄 교직정년을 몇년 남겨둔 사모님을 꼬드겨
밀양에서 텃밭을 좀 가꾸셨는걸로 알고 있다.
농촌을 모르고 살았던 사모님은 마을 한복판에 있는 집이
막상 생활해보니 농촌적응이 안되었을것 같았다.
몇번 우리집을 다녀가시면서 우리집처럼만 된 조건이라면
당장 농사짓고 사시겠다고 부러워하면서 가시곤 했었다.
귀농은 노년을 즐겁게 보낼계획으로 할 전원생활인지
어린자녀들의 교육도 시켜야하고
농사를 지어서 의식주를 해결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전원생활인 분들은 집이 우선이면 되겠고
농사를 짓고 먹고 살아야 할분이면 집보단
작물을 키울 땅이 우선 확보되면 좋겠다.
집을 짓는데 투자를 많이 하여 나중에
농사 지을 땅을 사러 다니는 분들은
대개 후회를 많이 한다.
농사가 생각보다 잘 안되는 경우도 있겠고
마음에 드는 땅은 또 집과 멀어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겨울비가 이틀반이나 내렸었다.
안개가 짙게 깔린 화개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