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각의 향기
앞산(신촌마을뒷산)에 단풍이 물들어 내려오는데
산산태풍 이후로 가을비가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
물을 대주지 않는 밭작물들은
아침이슬로 근근이 살아들가고 있다.
늙은 오이가 기도를 한다.
잎이 거의 다 떨어진 감나무엔
붉은감이 달랑 한 개만 달려있다.
해가 갈수록 붉은감이 자꾸 줄어든다.
올해는 하나도 볼수 없을줄 알았는데
한 개라도 있으니 수백개 달린것 보다 소중스럽다.
새들도 눈요기감이라고 더 이상 손대지 않고 있다.
며칠간 희뿌연하던 하늘이 다시 맑아졌다.
청명한 하늘아래 콩대들은 베어달라고 신호를 한다.
녹차아저씨는 작은산에(용강마을산) 풀을 베러 간사이에
가을햇살과 더불어 콩대를 베었다.
콩밭이였던 자리는 이제 가을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들깨가 땅에 덜 떨어지기 위해서는
아침이슬이 내린 날 일찍 베어서 말린다.
콩밭에 숨어 있었던 달래다.
봄에 먹던 달래가 가을에도 있기에...
가을볕에 말라 콩깍지가 쫙하고 벌어지면
샛노란 콩알이 튕겨 나온다.
집앞에 있는 늦밤과 대숲근처에 있는 토종밤을 주웠다.
큰것은 늦밤이고 작은것은 토종밤이다.
수령이 40~50년쯤 된 토종밤나무에서
주워온 밤을 삶아서 먹는중이다.
비료을 하질 않으면 밤나무의 수명이 오래간다.
밤나무에 비료를 하면 10년을 넘기지 못하며
처음부터 비료를 주질 않으면 몇십년은 버틴다.
우리는 간식을 시간내서 먹질 않는다.
밤을 먹고 싶을땐 식사때 같이 먹는데
밥양을 줄이고 밤을 같이 먹는다.
진짜 토종밤은 너무 작다.
너무 작아서 한술 폭떠서 먹는 재미가 더 있다.
이번주는 따로 떨어져 일하느라
오전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궁금하다.
딸들은 중간고사기간으로 시험을 어떻게 쳤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으로
풀베기가 끝이나면 차씨따러 같이 가는데
그동안 산이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는지
밤한술 폭 떠 놓으며 이야기를 해보란다.
각시니는 내가 없는 사이 뭐했노~~
내는예~~ 하고 쫑알쫑알
매일 꿀을 따 모으고 집을 짓는다.
몇겹을 둘러싸고 있는지 세어다 이젠 잊어 버렸다.
지금 벌집크기가 지금 사발만하다.
우리식구 숫자만큼 남겨놓고 열흘이 넘도록
새들은 더 이상 감에 손대지 않고 있다.
호랑가시나무의 빨간열매는 박새가 따 먹는데
12월 불우이웃돕기로 달았던 사랑의 열매이기도 하다.
지난번 조롱박으로 바가지를 만들고
잘라져 나온 작은 조각은 찻잔으로 쓰고 있다.
차향에 박향기까지 더불어 마시는데...
우리집에도 환경호르몬을 줄이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플라스틱류는 뜨거운 것만 피하면
환경호르몬이 덜 나오는줄 알았는데
방송에서 생리통을 없애는 방법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젠 찬것도 안심할수 없다며
냉장고에 들어가는 그릇들은
유리, 사기, 스텐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큰 그릇인 김치통이 문제다.
스텐김치통이 있을런지 언제 시간내서
하동장이나 구례장에 한번 다녀와야 할까보다.
농민신문 2006년 10월 11일자
환경호르몬 생활속에서 줄여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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