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마음부자

오키Oki 2006. 10. 8. 19:09

 

내일 택배로 보낼양을 맞추기위해

산에 늦밤을 주우러 갔다.

 

밤줍기전에 감나무에 달린

주홍색감을 눈여겨 보았다가

나중에 따먹어야지 점찍어 두었는데

오르막길에 떨어진밤을 한참을 줍다보니

점심이 훌쩍 지났는지 뱃속이 꼬르르한다.

 

주홍색감도 하나 못따먹고

배고프게 집에서 기다리는 딸들이 걱정되어

주홍색감은 눈으로만 먹고 내려왔다.

 

차안에서 시간을 보니 1시 20분

씻고 밥해서 먹으면 두시가 넘는다.

 

손목에 시계를 차본 기억이 많이 없다.

애 키운다고 안차고 도시에 살때는

바깥에 잘 안댕겨서 시계를 찰 필요도 없었고

농촌에 사니까 더더욱 손목시계는 필요없다.

 

 

 

 

추석명절을 보내고 오니

입맛이 시원한것이 그리웠다.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아서 박들도 가뭄을 타고있다.

씨앗 받을 박 한 통 제대로 만들기 힘들겠다며

대박은 한통만 만들기로 했다.

 

 

 

 

대박옆의 나머지 박들은 따서 추석날

나물거리로 하라고 이웃집들에 나눠 주었다.

 

박도 안심어 먹고있었기에 시골에 사는 이웃간의

추석선물은 돈이 들어간 선물이 아니라 농심이다.

 

 


 

 

그래도 남아도는 박은 잘라서 말려둔다.

 

 


 

 

추석이라고 시댁에 딱히 들고갈것도 없고

바람결에 떨어진 늦밤을 주워갔다.

 

 


 

 

쑥부쟁이꽃

 

 


 

 

무더운 여름날엔 들락날락 찾아 눕던 그네는

낙엽만 태운채 덩그러니 서있어 쓸쓸함만 묻어나온다.

 

 


 

 

가을바람에 하나둘씩 떨어진 도토리

 

 


 

 

추석날에도 벌들은 쉬지 않고 집을 짓고 있었다.

 

 


 

 

뒷곁에 있던 겨울땔감을 아궁이옆으로 옮겨왔다.

제자리를 찾아온 장작더미는 생각만해도

등이 따습게 느껴져 부자가 된 느낌이다.

 

10월까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도 좀 참아내고

차씨따는 산의 일이 다 끝나면 

11월부턴 온돌방에 군불을 지핀다.

 

 


 

 

추석명절을 기다리는 청명한 가을하늘

 

 


 

 

한가위날 보름달이 떠 오른다.

 

 


 

 

추석날 시댁에서 얻어 온 가마솥뚜껑이다.

 

시아버님이 주워다 놓으셨다며

시댁 마당에서 비를 맞아 벌겋게 녹슨채로

방치된 가마솥뚜껑을 얻어와서 녹차아저씨가

개울가에 2시간이상을 쪼그리고 앉아

철수세미와 숫돌로 닦고 하더니

녹물은 도망가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누군가의 삶의 모습이 녹아난 솥뚜껑

매끄한 솥뚜껑보다 삼겹살굽기는 더 좋겠다는데

우리가 먹고 싶어서 굽는 삼겹살은 없다.

 

간혹 손님이 먹고 싶어서 사오면 구워드리고

우리가 손님입맛을 위해 사서 굽지는 않는다.

 

 


 

 

이곳에다 군밤을 구워 먹으면 좋겠단다.

 

 


 

 

엎어놓은 솥뚜껑에다

묵은 김치로 밥도 볶아서 먹고

찌짐도 부치면 참 좋겠다.

 

 


 

 

고들빼기꽃

 

 

 

 

녹차가족의 삶에 동참된 헌가마솥뚜껑의

첫 개시로 군밤을 구워보기로 했다.

 

진짜 사는 것은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딸들 입속으로 들어갈 군밤이기에 정성을 다해 굽는다.

 

우리딸들이 더 커서 언젠가 집을 떠나

독립된 삶을 살게되면 아빠,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릴때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이 될려나?

 

 


 

 

 

 

 

 

언니야!!

오늘 군밤은 더 맛있제~~~

 

하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