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엄마가 들려주는 콩밭얘기

오키Oki 2006. 8. 5. 13:14

 

여름손님들이 오던 날부터 사흘내내 푹푹 찌는 날씨로

아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계곡에서 놀고 싶어 했다.

 

물가에 가족들을 풀어 놓고

장골 넷은 녹차아저씨를 도왔다.

 

남은 태풍도 몇개 더 올것이기에

장골이 있을때 무너진 밭둑을 손봐야 했다.

 

요새 사람들은 힘쓰는 일에 겁을 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도움을 구하질 않을려고 한다.

 

바위는 아래로 굴리기는 쉬워도

위로 올리는 일이 더 힘들다.

 

날씨도 더운데다 물놀이하고 떠나는 날이여서

바위를 움직여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녹차아저씨는 그냥 다음으로 또 미룰려고 했는데...

 

 

 


 

저곳은 포크레인도 들어갈수 없고

여자인 나를 데리고 둘이서 하기엔

힘든 일이여서 미안해도 어쩔수없이

장골넷의 힘을 빌려 급한불은 얼쭈(대강, 대충) 껐다.

 

 

 

 

 

 

 

 

진노란 호박꽃이 활짝피었다가

아침볕이 뜨겁다고 입을 다물려고 한다.

 

 

 

 

수원에 사는 친정오빠도 휴가를 받아 바다에서 놀다가

부산에 계시는 엄마를 모시고 와 친정식구가 다 모였다.

 

캐나다에 유학중인 수연이도 대학입학을 앞두고 나와서

모두 열셋으로 시댁 수에 비하면 절반도 못 된다.

 

 

 

 

여름의 시골맛은 뭐니뭐니 호박잎쌈이다.

아직 열매를 맺지 않고 있는 호박도 있어

호박줄기가 좀 더 뻗도록 놔두어야 하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호박잎쌈 맛이라도 볼수있게...

 

 


 

 

잠결에 쇳소리가 들려 밖을 내다보니

새벽부터 친정엄마가 파자마 바람으로

콩밭에서 김을 매고 계셨다.

 

나가서 쳐다보니 그새 땡볕에 풀도 제법 커 있었다.

지심이 길어서 이렇게 되도록 뭐했냐고...

풀을 뽑고나면 호미로 팍팍 긁어놔야 콩도 잘 자라고

콩꽃이 필때는 콩꽃에서 물이 줄줄 흘러야 콩이 잘된다며

비가 안오고 가물땐 콩밭에 물도 대어 주라고 일러 준다.

 

콩농사를 지어도 여태껏 물대어주고

키운적은 한번도 없어 첨 듣는 소리고

풀 뽑고 돌아서면 또 나는 풀인데

날씨도 더운데 날마다 콩밭에서만 살수 없다고...

 

 


 

 

친정엄마는 구순이 다 된 할머니를 모시고 사시는데

한번 몸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젊은 나이에 혼자되신 엄마에게 중풍 드신 할머니를 짐지우고

15년동안 모시고 계시면 삼촌이나 고모들이 이럴때 모시고 가서

하루라도 돌봐 드리면 되는데 많은 형제간이 있어도

병들고 늙은 부모는 아무도 안 모실려니 하는수 없이

할머니 혼자 챙겨 드시도록 해놓고 하룻밤 묵었다.

(한쪽 수족은 움직일수 있어 온 동네를 돌아댕기시면서 운동함)

 

 

오후 4시반 손님 보내놓고 청소를 하는데

오빠 차가 도착해서 집안보다 바깥에 있도록 했다.

나무에 매어놓은 그물그네에 몸도 뉘우고

개울에서 목욕도 하고 어두워지면 영화를 본다고 하니까

극장에서 보는 영화를 어두운 밤에 바깥에서

어떻게 보게되는지 궁금증도 풀었다.

 

너거집에 오니까 시원해서 천당같이 좋은데

너거 할머니만 안계시면 한 열흘쯤 쉬었다가

사돈얼굴 본지도 꽤 오래되어(큰딸 돌때 만남)

만나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에 떠났다.

 

 

 

 

옛날엔 땅을 허투루 놀리지 않고

콩밭 사이사이에도 열무를 심어 갈아 먹었다는데...

 

 


 

 

아침부터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자

더 뜨겁기전에 고추를 따라고 시켰는데

많이 따면 많이 싸가지고 갈수 있다고 하니까

효준이 보다 먼저 일어난 원준이도 거든다.

 

  


 

 

형아는 첨 이제?

나는 그저께도 고추 따 봤다는데... 라며

원준이는 자신만만하다.

 

 

 

 

 


 

 

고모집에 오니 뭐든지 신기한데

부드러운 호박잎을 먹을려고

까칠까칠한 줄기를 벗기고 있는

큰엄마가 하는 행동이 새롭게 보여

7살인 원준이가 열심히 쳐다 본다.

 

 


 

 

어느날 오빠가 출장으로 비행기 내에서 본 스포츠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난 사진이 등뒤로 보이는 녹차밭 전경에

우리집도 들어있어 반갑더란다.

 

하동녹차선전 차밭은

거의 우리집에서 늘상 바라보는 차밭들이다.

우리 기왓집까지 나왔다고 하니까 궁금하기도 한데

아깝게도 그걸 안챙기고 내렸단다.

 

 

 

 

화상엔 토종오이가 최고!!!

 

 


 

 

여름은 밥보다 물이 더 좋은 계절이다.

 

 

 

 

 


 

 

친구 세가족은 먼저 보내고

엄마를 모시고 같이 내려갈려고

하루 더 묵고 가는 동생도 짐을 꾸린다.

 

 


 

 

아침식사는 선풍기바람도 필요없고

급하게 먹지 않아도 되는

그늘진 돌복숭나무아래에서 천천히...

 

큰올케는 작은조카를 놓고

류머티스관절염으로 고생을 했다.

 

우리 때문에 단식도 했고 

그뒤로 쭉 자연식을 하는데

먹는 음식으로 효과를 보았다며

현미자연식을 꼭 하라고 권유한단다.

 

녹차아저씨는 류모티스관절염은

죽을때까지 조심해야 한다고

먹는 음식에 자꾸 주의를 준다.

 

 

 

 

고모집에 놀러 왔던 효준이와 원준이는

나흘동안 지켜보았던 곤충들은 다 놓아 주고

잠자리채와 잠자리통은 놔두고 몸만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