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화개골의 붉은 악마

오키Oki 2006. 6. 16. 00:55

 

수요일 오후부터 세차게 내린 비가 자정을 넘기고서야

비바람이 함께 멈추고 고요한 아침을 반겼다.

 

 

 

어제 비에 개울물이 콸콸콸 세찬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장갑이며 흙이 묻은 빨래감을 오랜만에 바위에 문질러 빨았다.

 

 

 

지금 화개골은 앞산, 뒷산, 옆산 

할것없이 밤꽃이 하얗게 수놓았다.

 

 

 


바람을 동반한 비에 지줏대없이도

배추밭의 고추나무는 하나도 쓰러지지 않았다.

 

 

 

비바람에 못이겨 쓰러진 고추나무가 절을

억수로 하는데 녹차아저씨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다.

 

 

 

가지는 보라색의 열매를 달고 

수박은 하루가 다르게 쑤욱 한발짝씩 나간다.

 


 

뒷산도 밤꽃천지

 


 

푸른색은 찾기 힘들고 벌겋게 된 녹차밭은

한달뒤면 새순이 올라 올것이다.

 


 

고추나무가 하나 부러지고 난뒤에야 지줏대를 세워준다.

 


 

음식물찌꺼기를 모은 곳에서

저절로 자란 호박, 오이, 감자다.

 

 

 

집앞 옆산도 밤꽃들이 피어 산에 눈이 내린것 같다.

 

 

 

집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산밤꽃들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각시야~~

비는 오제 바람은 불제

걱정이 많이 되더니만 고추나무가

하나만 부러져서 천만다행이다.

 


 

요새는 풋고추도 밥상에 오른다.

밭을 맨지 얼마안된것 같은데 풀은 길어져 있어

비름나물 뜯어 놓고 또 밭에 눌러 앉았다.

 

 

 

화개중학교의 붉은 악마들

작은 딸의 학급반친구들이다.

 

학교운영위원장이 월드컵 공식응원티를 사서

전교생에게 선물하고 토고전이 있던 날에는

화개중학교 전교생이 붉은 악마가 되었다.

 

내가 축구를 보면 꼭 우리나라가 잘 진다.

 

집에 TV가 없자 월드컵이라고 떠들어도

매실따느라 월드컵이고 뭐고 관심 밖이였다.

 

월드컵 개막식은 인터넷으로 못보게 막더니

축구시합은 생중계를 볼수 있도록 풀어져 있었다.

 

매실따느라 땀을 억수로 흘려 몸은 피곤해도

하도 월드컵이라고 떠들어싸서 토고전 전반전을

열심히 잘 보니 우리나라가 한골 먹히고 말았다.

 

후반전에 눈감고 있다가 잠이 들었는지

이겼다는 우리식구들의 함성소리가 들린다.

 

휴~~

역시 내가 잠들길 잘 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