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물병하나 챙겨가꼬 봄소풍가자

오키Oki 2006. 3. 22. 00:10

 

 

각시야~~

우리 물병하나 챙겨가꼬 봄소풍 가자

 

우리 화개골 젊은 아지매들은 나 처럼

손에 흙묻히고 사는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식당에 민박에 그리고 고상하게 차나 우려준다고

찻집 열어 도시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얼굴도 허옇다.

 

 

 

 

 

각시야~~

촌에 산다는게 뭐꼬~~

도시처럼 살려고 우리가 촌에 왔나

내는 이 매화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먼지 덮어 쓴 각시얼굴이 더 이쁘다.

 

 

 


 

 

지난 가을 풀걷기를 반쯤하다가 그만둔 차나무는

보드라운 새순이 올라오기전에 마져 걷어놔야 해서

오늘은 현장 삶의 무대를 산으로 옮겼다.

 

 

 

 

 

 

우리 산은 순전히 돌산이다.

순돌산에도 이렇게 차나무가 자라서 그 질긴 생명력으로

우리 인간들에게 잃은 건강도 되찾도록 이로움을 안겨준다.

 

 

 

 

 

 

차나무 사이사이에 대나무가

어찌나 많은지 해마다 억수로 베다 넘긴다.

 

 


 

 

우리는 품앗이도 안가고 품앗이 해돌라꼬도 안한다.

둘이서 하는데까지 하다가 정 힘에 부치면 조금 묵히기도 한다.

 

차나무가 자라는 환경이 다른 농가와 틀리기 때문에

우리 산에선 코에 먼지가 들어가도 해로움이 전혀 없는 곳이다.

 

   

 

 

 

대를 베어서 바위에 모다 놓으면 일년도 못되어 썩는다.

이것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 차나무의 거름으로 다시 돌아간다.

 

베어낸 대나무가 밉살스럽게

몇년동안 썩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엄청나게 베어내는 대나무를 모다 놓을데가 없어 

골치가 무지무지하게 아플지도 모를일인데

자연스럽게 해결되니 좋기만하다.

 

 

 

 

 

봄볕이 참 좋제

오늘 운동 한번 멋지게 잘한다.

 

 

 


 

각시야~~

우리는 대나무 벤다고 고생하지만

순돌산에 이대나무라도 없으면 우찌 되겠노~

땅속에 대뿌리들도 이렇게 좋은 거름도 만들어 주는기라.

 

  

 

 

 

우리가 일한곳은 용강마을 뒷산이다.

화개동천 건너편 좌측은 목압마을이며 우측은 쌍계사다.

 

각시야~~

이렇게 높은데까지 남들처럼 퇴비사서

등지게로 다 져다 날라가꼬 차나무를 키운다면

내도 골병들고 차나무도 좋은 거름 못 먹고

저렇게 돌속에 뿌리박고 제명대로 살겠나~~

 

 

 


 

이렇게 돌산에서 일해보면 좋다.

봄볕에 대나무톱질과 굵어지는 칡줄기 끊어내면

내 얼굴의 열기는 사과보다 더 빨개진다.

 

 

 



각시야~~

이 돌배나무에 올해부터는 열매가 열릴랑갑다.

 

 

 

 

 

 

각시야~~

이 돌산에서 한 이틀은 더 일해야 되겠제~~